#배신_그리고_음모__소설❤️❤️❤️
배신 그리고 음모 ( 03회 )
제 3장,
다음날 경희는 이른 새벽에 눈을 뜬다.
처음으로 자신이 살아가야 할 방에서 편안하게 잠이 들었던 것이다.
시간을 보니 여섯시가 거의 다 된 시간이다.
시아버지의 출근시간을 알아두지 못한 것이 생각난다.
경희는 몸을 일으켜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선다.
이미 날은 환하게 밝아져 왔고 집안은 참으로 조용했다.
경희는 대충 거울을 통해 매무새를 만지고 곱게 한복으로 입는다.
아침 준비를 하기 전에 시아버지에 대한 아침문안을 드리기 위해서였다.
성준은 아직도 깊은 잠속에 빠져 있기에 조용히 문을 열고 나선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거실에 행여 어른의 잠을 방해할까 조심스러워 조심조심 주방으로 들어간다.
아직도 아무런 기척이 없는 안방을 신경을 쓰면서 아침을 준비하려고 쌀을 꺼내어 씻는다.
현관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누군가 싶어 경희는 부지런히 현관 쪽으로 나가본다.
“아버지!
새벽에 어디 다녀오시는 길이세요?“
“허허...........
벌써 일어났니?
난 다섯 시만 되면 약수터까지 조깅을 하고 온다.“
박기홍은 이미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시간이었다.
“매일 같이 그렇게 새벽 운동을 하시는 것이에요?”
“그럼, 새벽에 한 시간 정도 조깅을 하고 나면 몸이 가뜬하고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을 할 수 있다.
헌데,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아버지께서 몇 시에 출근을 하시는지 여쭈어 보지 못해서.........“
“내 신경은 쓰지 마라!
난 이렇게 운동을 하고 나서 샤워를 하고 내가 간단하게 챙겨먹고 나가도 되니까 어서 들어가 더 자거라!“
”어떻게 어른이 나가시는데 잠을 자겠어요?
그리고 며느리가 돼서 시아버님께서 출근을 하시는데 아침진지를 차려드려야 하는 것이 도리입니다.“
”우리 그런 도리나 예절 같은 것을 따지지 말고 살자.
아침부터 문안드리겠다고 한복을 입고 나선 네가 참으로 어여쁘고 고맙다마는 많지 않는 가족끼리 불편하게 살 것이 뭐가 있겠니?“
박기홍은 경희의 한복 입은 맵시가 참으로 곱다고 생각하면서 말을 한다.
“그래도 결혼하고 첫날인데 어떻게 아침문안을 드리지 않을 수가 있어요?
아버지!
오늘만이라도 문안을 드리게 해 주십시오.“
“허허허.........
그러자, 그럼 거실에서 잠시 우리 아기의 문안을 받자.“
경희는 큰 절로 아침문안을 드린다.
“이제부터 우리 편안하게 지내기로 하자.
그리고 집안에서 이렇게 불편하게 한복을 입지 말고 평상시 네가 입던 편안한 옷으로 입고 지내도록 해라.
우리 집은 거의 손님이 잘 오지 않는다.
그러니 마음 편안하게 지내길 부탁한다.“
“고맙습니다.
아버지, 항상 건강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고맙다.
그리고 오늘 아침은 별다른 준비를 할 것이 뭐가 있겠니?
어제 음식이 많이 남은 것이 있으니 대충 먹자.“
“아버지!
제가 처음으로 올리는 진지상이 되는데 그냥 대충 어떻게 할 수 있겠어요?
반찬이야 제가 솜씨가 없어 있는 것을 차린다고 하더라도 밥과 국은 새롭게 정성을 다해서 준비를 하겠습니다.“
“네 마음이 아름답구나!
그래, 그럼 난 들어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오마!“
박기홍이 방안으로 들어가고 나서 경희는 주방으로 들어가 아침을 준비한다.
있는 반찬도 다른 용기에 담아 다시 맛깔스럽고 보기 좋게 담고 식탁을 정성스럽게 준비를 한다.
박기홍은 편안한 옷차림을 하고 주방으로 들어온다.
“벌써 이렇게 준비를 다 했구나!”
“혹시 늦지 않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다!
난 그렇게 일찍 출근을 하지 않는다.
아직은 시간이 있으니 서둘 것은 없다.“
박기홍은 대개 아침 여덟시가 넘어서야 집에서 출발을 한다.
“성준이는 아직 한밤중이지?”
“네!
항상 저렇게 잠이 많은가 봐요?”
“학교 다닐 때는 상당히 부지런했었는데 사회생활을 하고 나더니 휴일이면 거의 하루 종일 잠을 자곤 한다.
아마 회사의 업무에 상당히 지치는 모양이더라.“
“그렇군요.
여행 중에서도 시간만 나면 계속 잠을 잤어요.“
“저런?
신혼여행까지 가서도 잠을 그렇게 많이 잤더란 말이냐?”
“네!
초저녁부터 잠이 들면 아침까지 내쳐 자더라고요.
정말 피곤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그런 것인가 하고 많이 생각을 했었지요.“
“허허허..........
네가 그런 생각을 하도록 그렇게 잠을 많이 잤더란 말이냐?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기는 해도 그래도 너하고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인데 아직도 그 사람이 철이 덜 들었나보다.
이제 네가 많이 이해하고 조금씩 변화를 시켜가며 살아야겠다.“
“호호.........
아버지께 이르고 나니 속이 시원
해지네요.
이제부터는 무엇이든지 아버지께 말씀을 드려야겠습니다.
항상 제 편이 되어 주실 거지요?“
“암!
당연히 우리 경희편이지.“
두 사람은 아침부터 즐거운 대화를 나누며 둘만의 식탁에 앉아 아침 식사를 한다.
성준은 그래도 일어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박기홍은 기분 좋게 출근을 한다.
참으로 사람 하나가 이렇게 즐겁고 좋은 시간을 만들며 집안을 환하게 해 준다는 것이 될 줄을 몰랐던 박기홍이었다.
박기홍이 출근을 하고 나서 경희는 집안을 청소하기 위해 자신의 방만을 두고 모든 문들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안방으로 들어가 보니 침대는 말끔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어느 것 하나라도 흐트러짐이 없이 제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시아버지의 꼼꼼하고 세심한 성품을 다시 느낀다.
자신이 혼수로 마련을 해 온 침대보와 침대 이불이 방안을 따뜻하고 환하게 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안방에 딸려 있는 욕실 또한 말끔하게 청소가 되어 있었다.
며느리의 손을 덜어주시기 위해 샤워를 하시고 나서 청소를 하신 것이라고 생각
하면서 빨래 감들을 찾아보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샤워를 하시고 옷을 갈아입으셨을 텐데 어디다 두셨지?”
그렇다고 시아버지의 옷장 속을 함부로 뒤질 수는 없는 일이다.
성준이가 깨지 않도록 조심을 하면서 집안을 청소한다.
그렇게 집안일을 모두 끝내고 나서 경희는 방으로 들어간다.
방문을 여는 소리 때문이었는지 성준이 눈을 뜬다.
“배고프지 않아요?”
“몇 시요?”
“벌써 열한시가 다 되어가고 있어요.”
성준은 부스스 일어나 욕실로 간다.
언제나 눈을 뜨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욕실이다.
성준이 모든 준비를 하고 있는 동안 경희는 성준을 위해 식탁을 차린다.
성준은 말없이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한다.
“오늘 뭐할 거예요?”
성준은 대답대신 힐긋 경희를 바라본다.
그런 성준의 눈에는 다정함과 따뜻함이 전혀 깃들어 있지 않음을 경희는 느끼고 있다.
“아버지 식성에 대해서 말을 해 줄래요?”
“............................”
“아는 것이 있어야 저녁식사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그냥 대충 하면 되지 뭐!”
더 이상 대화를 나눌 수가 없다.
식사가 끝나고 나서 성준은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경희는 주방을 치우고 나서 거실을 통
해서 베란다로 나간다.
잠시 자신이 결혼을 잘못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고개를 흔든다.
원래 말이 없는 사람이라서 그런 것이
라고 생각하면서 신혼 첫날을 떠올린다.
신혼여행지인 발리에서 첫날밤을 맞이
한 경희는 두려움과 떨리는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나와 보니 이미 성준은 잠이 들어 있었다.
성준이 잠이 깨기를 기다리면서 경희는 창밖의 푸른 바다와 파도소리를 들으면
서 성준을 기다렸으나 끝내 성준은 잠
에서 깨지 않는다.
경희는 조심스럽게 성준의 옆에 누워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는지 잠결에 자신의 몸을 더듬는 손을 느끼고 잠이 깨어 성준이 원하는 대로 처음으로 몸을 연다.
기대처럼 설레임도 없고 환희 또한 느껴볼 틈도 없이 끝나버렸던 첫 맺음에 경희는 다소 실망스럽고도 맥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사랑한다는 말도 좋아한다는 밀어도 나누지 않고 가슴 설레이는 입맞춤도 없이 자신의 볼일만을 끝내고 이내 돌아서 누워 다시 잠이 든 성준이었다.
그리고 며칠 동안 언제나 그런 식으로 자신과 육체적인 접촉을 해 오는 성준의 모습에 경희는 실망스럽다는 것보다는 부부라는 것이 다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그가 원하는 대로 따라주는 것이다.
경희는 베란다를 나와 다시 주방으로 들어가 차를 준비한다.
“나와서 차 마셔요.”
성준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경희의 말에 거실로 나온다.
“아버지가 새벽마다 운동을 다니시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하시는 모양이죠?”
경희는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말을 건다.
“그렇겠지.”
“그럼 우리도 아버지 따라서 새벽에 조깅을 해 볼까요?
아,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면 저녁에 어때요?“
”..........................“
성준은 관심이 없다는 듯 대꾸도 하지 않는다.
“나하고 말을 하기 싫어요?”
성준은 힐긋 경희를 바라볼 뿐이다.
“우리 적어도 대화는 나누고 살아요.
이제 결혼을 한 부부가 너무 대화가 없이 산다는 것은 삭막한 일이잖아요?“
“할 말이 있어야지.”
“할 이야기야 만들면 얼마든지 있지요.
가령 친척들 이야기라든지 어려서 기억나는 일이라든지.........“
“없어!
그리고 피곤해.
그런 것들로 말을 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너무 피곤해!“
“그건 피곤한 일이 아니죠.
그리고 우리는 이제 서로 성격도 알아가
야 하고 서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많은데 이렇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서로에 대해서 언제 정이 들고 언제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요?“
“그냥 살면 되지 그런 것은 뭐!
그리고 나한테 너무 신경 쓰지 않았으면 해요.
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이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니까!“
“업무가 그렇게 많아요?
그래도 쉬는 날은 있을 것이 아닌가요?
그런 날 잠으로 보내지 말고 우리들만의 시간을 가져보도록 노력을 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
성준은 다 마신 빈 찻잔을 놓고 일어서 다시 방으로 들어간다.
경희는 그런 성준의 뒷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시아버지의 말씀대로 성준의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찻잔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간다.
아직도 하루를 보내려면 많은 시간이 남아 있다.
그 시간동안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주방을 살핀다.
아직은 시아버지의 손때와 시아버지에 의해서 길들여져 있는 주방이다.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희
는 주방을 세세하게 살피면서 주방에 있는 모든 것들을 살핀다.
냉장고 들어 있는 음식 재료들과 집안의 모든 것들에 대해서 세세히 살펴나가
면서 시간을 보낸다.
늦은 오후쯤에 전화벨이 울린다.
“나다!”
“네, 아버지!”
“뭐하고 있니?”
“그냥 이것저것 살펴보고 있었어요.”
“성준이는 뭐하고?”
“그 사람은 잠을 자고 있어요.”
“저런?
오늘 같은 날 너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지 않고 잠을 잔단 말이냐?“
”네!“
박기홍은 아들의 행동을 이해 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