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가 않다. 남에게 돈을 주면서라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얘들의 재롱이다. 나에겐 손주가 셋. 중1 초4의 손녀딸, 유치원 다니는 손자 등 셋이니, 이점에 대해선 부러울 것이 없다. "내 새끼, 내 새끼" 부르니까, 큰 놈이 "할아버지 너무 하시는 것 아니에요."라며 항의한다. "뭐라고? 새끼는 애칭이야. 남의 애들 보고 새끼라고 부를 수 있니? 내 새끼니까 새끼라도 부르지."
이런 새끼들이 할아버지 생신이 가까워지면 선물 마련에 부지런해진다. 남다른 선물이다. 그림 선물이다. 제대로 잘 그린 그림이라기 보단, 할아버지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 또는 할아버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보이는 것을 실물이 아닌 도화지 한장에 표현한 것이다.
큰 손녀딸이 초3 겨울방학 때, 과외도 안하고 집에서 빈둥빈둥 노는 것이 안쓰러워, 시작한 영어 독본을 일주일에 두어시간씩 가르친 적이 있다. '빨간 머리 앤' '키다리 아저씨' '마지막 수업' '큰바위 얼굴''별'등 쉬운 학생용 영어소설 독본을 함께 공부한 것이다. 작품의 주제, 배경, 사상 등에 대해선 열정을 갖고 설명하였다. 스폰지가 물을 흡수하듯 바로 이해하고 공감하는 손녀딸을 대하니, 정말 맹자의 인생삼락을 알만 할 것 같았다.
그래, 할아버지 생시에 면사포 입은 모습을 보여 주기 위해 일찍 시집가겠다는 손녀딸 지아. 그해 할아버지 생신 날 전 용돈을 털어 산 비싼 고급 가죽 벨트를 선물 받았다.
농사짓는 사람이 무슨 돈이 넘치랴! 용돈을 제대로 주지도 못하는 처지이고 보니, 대견하면서도 선물 받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았다. 다음 해, 생일이 임박하기에 내가 미리 제안을 하였다. 너희들이 할아버지에게 선물하고 싶은 것을 그림으로 그려 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받기 시작한 손녀딸의 선물이 사랑의 금고(?)를 채우고 있다. 다른 것이라면 사라졌을 지도 모르는데, 종이쪽 그림이므로 그대로 잘 보존되고 있다. 7순때는 전원주택 한채를, 올해는 둘째로 부터 벤츠 한대를 받았다. 물론 나중에 실물로 사주겠다는 문구도 있으니까, 일종의 약속어음 같은 것이다. 팔십 중반까지만 살고 싶다는 우리 부부가 과연 구십 넘도록 살아야할지 고민거리다.

큰 손녀딸이 칠순 기념으로 내 집을 수채화로 그렸다.

생일카드 : 농사짓는 사람 텃밭을 그렸다. 서 있는 사람이 할아버지란다.

올해 둘째로 부터 받은 벤츠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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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잘 오셨습니다. 손주에 대한 사랑을 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