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이 일반화되지 않던 45여 년 전의 일이다.
런던의 한 호텔에 동료와 여장을 풀었다.
유난히 땀을 많이 흘리는 룸메이크가 먼저 샤워를 하겠다기에 양보했다.
30여 분이 지나자 욕실의 물이 룸으로 흘러든다.
호텔 종업원을 부르기엔 시쳇말로 쪽팔리고, 국가 위상(?)을 추락시키는 것 같아 타월로 부랴부랴 물기를 닦아내는 소동을 피웠다.
욕실바닥에 배수구가 없는 줄 모르고 한국식 샤워를 한 이다.
욕조 안에서 커튼 끝을 안으로 오게 쳐서 밖으로 물이 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걸 몰랐다.
서양 욕실에 배수구가 없는 이유는 욕실과 화장실의 용도가 확실히 구분된 구조와 문화의 차이다.
바닥재가 습기에 취약하고 물이 고이면 아래층에 누수 현상이 발생하여 배구수를 설치하지 않는 걸 몰랐다.
또 한국의 욕실 수도꼭지는 대부분 더운물과 찬물을 붉은색과 파란색으로 표시해 노인들도 쉽게 구분한다.
영어권에는더운 물을 H(hot), 찬물은 C(cold)로 표시 하지만
프랑스나 이탈리아는 C마크가 더운 물 F 마크가 찬물이라는 것을 알아야 실수하지 않는다.
터키 이스탄불 구시가지의 호텔은 물론 지방도시도 호텔을 오텔(Otel)로 표기한 곳이 많아 우리나라의 모텔 정도로 생각했다.
알고 보니 프랑스어를 그대로 가져온 터키식 발음이다.
오텔은 호텔 등급이나 서비스와는 무관하다.
자동개폐식 한국 엘리베이터와는 달리 이코노미호텔 엘리베이터는 대부분 '냉장고 형' 수동식이라 무척 당황했다.
엘리베이터 손잡이를 앞으로 당겨 들어가면 문이 철컥 닫혀 철창에 갇힌 느낌이다.
내릴 때는 손으로 밀거나 미닫이 형식으로 옆으로 미는 경우여서 헷갈렸다.
층을 구분하는 버튼도 1층은 Z(Zemin Kati), 2층은 3번 3층은 4번을 누리게 되어 혼선을 빚었다.
인도여행에서 가장 불편한 점은 화장실이다.
고급호텔을 제외하고 샤워시설이 없거나 샤워기는 있어도 더운물이 안 나오는 것은 예사다.
화장지 대신 크고 작은 물통 2개가 있다.
큰 물통은 물을 담아 몸을 씻고, 작은 물통은 화장지 대신 사용해야 하는 데,
한국 여행객들은 용도를 몰라 칫솔질을 한 뒤 작은 물통으로 입안을 헹구는 실수를 한다.
인도 12억 인구 가운데 절반 넘게 화장실 없이 생활하며 도로변과 철로변, 강가와 논밭 주변에서 '볼 일'을 본다.
장거리 이동이 많은 인도 여행 때 휴게소가 드물어 관광버스조차 길가에 차를 대고 급한 용무를 봐야 한다.
인도여행의 필수품은 화장지다.
돈을 주고 들어간 공중화장실은 악취가 풍긴다.
대도시 담벼락에 남성들이 실례하는 것은 예사다.
인도 여성들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볼일을 해결한다.
'화장실이 없으면 신부도 없다(No Toilet, No Bride)'며 화장실 만들기 캠페인을 몇 년째 대대적으로 펼친다.
해외여행이 보편화된 만큼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은 물론 사소한 관습과 문화를 알고 떠나야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이규섭 시인.컬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