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성규의 정치쏙쏙
'문재인 시즌 2' 우려 속 세금 폭탄… 민심 반발에 여권도 '수정론' 말은 공급, 실제는 세금... 여권 내부 술렁 '비거주 1주택자'까지 '징벌적 증세' 논란
배성규 기자
입력 2026.08.09. 03:00업데이트 2026.08.09. 05:49
말은 공급, 실제는 세금... 여권 내부 술렁 '비거주 1주택자'까지 '징벌적 증세' 논란
'유체이탈' 부동산 화법… "총선 폭망" 우려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에 대한 정부의 종부세·양도세 강화 방안이 발표된 이후 여권에선 여론 악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세금·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급격한 세 부담을 안게 된 서울·수도권 지역 주택 보유자들이 정부 정책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중에선 “비거주 1주택자나 고가 주택 장기 보유자 중 상당수는 부동산 투기와 거리가 먼데 세금 폭탄을 맞게 생겼다” “정부가 주택 보유자들을 투기꾼으로 몰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적잖습니다. 왜 정부의 정책 실패를 주택 보유자들 탓으로 돌리고 세금 폭탄을 안기느냐는 것입니다.
야당에선 “실효성 있는 주택 공급 대책은 뒷전인 채 세금 인상과 규제 강화 카드만 쓰고 있다”고 비판합니다. “집값은 잡지도 못하고 전월세난만 가중시킬 것” “배고픈 사람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배 아픈 사람들을 위한 정책만 한다” “국가 폭력에 가까운 돈키호테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여권에서도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세금·규제책만으론 집값을 못 잡는다” “공연히 전월세난만 야기해 총선에서 폭망할 수 있다” “무리한 세금 인상안은 여당이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주당 서울 지역 의원들은 부동산 간담회를 열고 “전월세 시장과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영향을 제대로 모니터링하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와 정부의 부동산 화법이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지난 6일 정부의 세제 개편안 논란과 관련해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정부가 내놓은 방안은 비거주 1주택자와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압박하기 위한 부동산 증세안에 가까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말로는 집값 잡기용 세금이 아니라면서 실제로는 징벌적 세금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와 정부는 주택 공급 대책도 신속하게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7일에는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비공개 정책 점검 회의도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기존 사고를 벗어나 주택 공급을 과감하게 실천해야 한다”며 “전폭적인 공급 확대 방안을 검토하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이나 시기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현재 정부가 준비 중인 공급 방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검토·추진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주민 반발과 지자체 반대로 추진하지 못했던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야당은 “세금·규제책은 남발하더니 정작 공급 대책은 변죽만 울리고 재탕 삼탕식 방안만 내놓는다”고 비판합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 대통령은 “의도가 좋아도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안 하니만 못하다”고 말했습니다. 야권에선 “지금 국민에게 가장 큰 피해를 주고 있는 건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검찰 보완 수사권 폐지 폭주”라며 “두 가지부터 중단하는 게 옳다”고 비판합니다. 일각에선 “말 따로 정책 따로” “유체 이탈 화법”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참석자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부동산 세금은 공정 과세용? “눈 가리고 아웅”
청와대 성기홍 홍보수석은 6일 “세금으로 집값 잡을 생각이 없다”고 했습니다. 성 수석은 “세제 개편은 집값 잡기용이 아니라 공정 과세를 위한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재경부 차관도 “세수 증대 목적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이 대통령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세제 개편안을 보면 징벌적 증세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거주 1주택자는 종부세가 소폭 줄지만, 비거주 1주택자와 고가 주택자는 세부담이 크게 늘어납니다. 이 중에는 투기와 거리가 먼 장기 보유자나 어쩔 수 없는 1주택 비거주자도 많은데요. 이들에게까지 높은 세금을 매겨서 집을 팔지 않고는 못 버티게 하겠다는 의도로 비칩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집값 잡기용 세금이 아니라고 얘기합니다. 집값 잡기용이 아니라면 지금 이 시점에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무엇인지 설명이 잘 되지 않습니다. 주택 보유자들 사이에 “눈 가리고 아웅 아니냐” “말 따로 행동 따로”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실효성 의문인 ‘문재인 시즌 2’ 공급 대책
정부는 공급 대책을 신속히 내놓겠다고 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거듭 강조했지만, 공식 발표는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공급 대책과 수요 억제책이 동시에 나와야 합니다. 그런데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은 보이지 않고 세금·규제책만 쏟아지는 모양새입니다.
정부는 용산 어린이 공원, 수서 차량기지, 과천 경마장, 내곡동 그린벨트, 각종 학교·공공 부지 등을 후보로 검토하고 있는데요. 문재인 정부 때 이미 검토·추진했던 곳이 대부분입니다. 주민 반발과 지자체 반대, 법적인 문제 등으로 진전이 거의 되지 않은 곳들입니다.
이 정부가 발표한 두 차례의 공급 대책도 착공 실적이 목표치의 20% 안팎에 그칩니다. 그래서 시장에선 “변죽만 올린다” “이재명 정부라고 용빼는 재주가 있겠느냐” “숫자만 채우는 재탕 삼탕식 대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잖습니다.
말로는 공급, 실제는 세금·규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놓고는 ‘말로는 공급, 실제는 세금·규제’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왜 공급보다 세금 정책에 치중하는 걸까요. 세금·규제는 쉽고 공급은 힘들기 때문입니다. 세금은 빠르고 쉽게 시행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공급은 5~10년 장기간 계획하고 준비한 뒤 꾸준하게 실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진보 정부들은 집값만 들썩이면 전가의 보도처럼 세금·규제 카드를 꺼내 들곤 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정부와 여권의 과도한 공공 개발 집착증입니다. 사실 주택 공급의 주역은 민간과 시장입니다. 정부는 이를 촉진하거나 감독하는 역할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진보 정부는 ‘민간은 못 믿는다, 공공 개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대통령도 “재건축·재개발은 별 효과가 없다”는 취지로 말했습니다. 그러나 서울과 그 인근 지역에는 대규모 공공 개발을 할 대형 부지가 별로 남아 있지 않습니다.
여권의 재건축·재개발 공포증도 한 원인입니다. “아파트를 재건축·재개발하면 그 지역이 보수화된다, 그러면 여당 표가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대주택은 늘리고 양질의 주택 공급은 미뤄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지역 국회의원과 시의원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정책 대응 간담회'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여당 “수정안 만들어 정부 설득하자”
이번 부동산 대책에 대해선 여당 내부에서도 우려와 불만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 지역 의원들의 반발과 위기감이 큽니다. “세금만으론 집값 잡기 힘들다” “여론이 악화되면 총선에서 망할 수 있다” “1주택은 기본권인데 비거주 1주택자도 보호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잖습니다.
일각에선 정부안을 수정하자는 주장까지 펴는데요.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개편안을 여당이 다시 만들어서 정부를 설득하자”는 겁니다. 야당은 “전월세난으로 집없는 서민들까지 울린다” “국가 폭력이고 엉뚱한 데 가서 싸우는 돈키호테 정책”이라고 비판합니다.
“국민 피해주는 대표 정책이 부동산과 수사권”
이 대통령은 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정책 의도가 좋아도 국민에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국민이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삶에 피해를 받는다면 (그런 정책은) 안하느니만 못하다. 국민 눈높이에서 살피고 성역 없이 고치라”고 지시했습니다. 맞는 말씀입니다.
문제는 이 같은 지침이 가장 먼저 해당되는 것이 바로 부동산 정책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 아니냐는 것입니다. 야당에선 “부동산과 보완수사권 폐지 문제부터 그렇게 하시라”고 주문합니다. 부동산 세금 부담과 전월세난, 범죄 피해자의 고통이 크니 그것부터 재고해 달라는 건데요. 정부 여당이 스스로를 돌아봐야 때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