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휴가는 계획도 즐겁게 의논하고 싶었다. 그래서 드라이브 삼아 신원면까지 가서 카페에 앉아 계획을 의논했다. 아저씨와 의논하려면 사진은 필수다. 대화로만 이야기를 나눌 경우, 대부분 ‘응’이라고 대답하시기 때문에 아저씨의 속마음을 알기 어렵다.
미리 찾아둔 사천과 거제의 사진을 보여드리며 어떠신지 여쭈었다. 바다 사진은 크게 차이가 없어서인지 다 ‘응’이라고만 대답하셨다. 사천 아쿠아리움을 보여드리자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응’이라고 말씀하신다. 아쿠아리움이 마음에 드시나 보다. 지역이 정해졌다. 아직 끝이 아니다. 계획은 선택의 연속이니까.
“아저씨, 여기는 물고기도 보고 동물원도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가 본 적은 없어서 자세히는 모르겠어요.”
“응.”
사진을 유심히 보고 계신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며 사진으로 찍어둔 아쿠아리움도 미리 구경했다. 케이블카도 있고, 관람차도 있는 것 같다. 이런 것도 좋아하실까?
“여기는 관람차도 있고, 회전목마도 있거든요? 아쿠아리움은 이렇게 생겼어요. 이런 관람차 같은 것도 타고 올까요?”
“응.”
“어떤 게 좋으세요? 둘 다 탈 수도 있어요.”
“응!”
회전목마도 한 번, 관람차 사진도 한 번씩 가리키신다. 그리고 관람차 사진에서 더 크게 반응하셨다. 관람차를 꼭 타고 싶으신가 보다.
“그러면 바닷가 갔다가, 아쿠아리움 보고 회전목마나 관람차 타고 와요.”
“응.”
볼 것, 할 것은 정했다. 이제 메뉴만 정하면 여행 계획은 대충 정해진 것 같다.
“가서 점심도 뭐 먹을지 정해야 해요. 멀리 갔는데 맛있는 거 먹고 와야죠.”
“응.”
입으로 먹는 모습을 보이며 ‘냠냠’ 소리를 내신다. 주변에 어떤 식당이 있는지 찾아서 보여드렸다. 중국 음식점이 대부분이다. 식당 목록의 사진을 보여드리며 천천히 넘겼다. 집중해서 보시던 아저씨가 김밥집이 나오자 큰 소리로 ‘어어’ 하신다.
“김밥이 좋으세요?”
“응!”
“멀리까지 가서 김밥 먹고 오기는 좀 아깝잖아요. 다른 곳도 더 찾아볼까요?”
“으으응.”
고개를 젓는다. 김밥으로 마음을 정하신 것 같다. 탁월한 선택이다. 원래 나들이에는 김밥이니까.
“여기 현지인 맛집이래요. 김밥 맛있겠네요.”
“응. 허허.”
“그럼 가서 김밥 먹고, 바닷가에서 발 담그고, 아쿠아리움 구경하고 와요.”
“어어!”
“수건이나 모자도 넣고 해야 하니까 가방도 좀 큰 거 사면 좋겠어요. 원래 휴가 갈 때는 새로운 것도 사고 그렇게 하니까요.”
“응! 허허.”
아저씨는 또 자랑할 일이 많아졌다.
2024년 8월 22일 목요일, 구주영
근사한 곳에서 의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휴가 계획 의논으로 외출하니 감사합니다. 아저씨께 묻는 방법, 의논하는 방법을 궁리하며 의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첫댓글 아...! 아저씨와는 사진으로 의논하면 이렇게 풍성하게 의논할 수 있네요. 다음에 서사호 아저씨께 여쭐 일이 있을 때, 이 기록을 떠올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