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로 이사 와서 한동안 미장원을 정하지 못해 이곳 저곳을 다녔다.
그러다 출퇴근 길에 자기 건물에 미용실을 한 지 오래인 한 곳을 알게 돼서 정해서 가게 되었다.
펌을 하지 않은지 10여 년이 다 돼 가고 컷트만 하는데 머릿숱이 많은 편이고
나이 들면서 머리가 굵은 곱슬머리가 되어 나쁘지 않다.
대신 염색을 한다. 염색은 가격이 저렴하고 머릿결이 잘 상하지 않게 해 주는 체인점에서 하고
컷트만 이곳에서 한다.
그런데 이 주인장 몸이 안 좋아 병원 출입에 바빠서 그 좋은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걸핏하면 문을 닫는 통에 컷트을 하려면 늘 전화를 해서 약속을 잡아야 했다.
짧은 머리인 사람일수록 머리가 적당히 길면 그걸 미워 견디지 못하는 버릇이 있는데
나도 늦은 시간이나 휴일에 앞 머리가 거슬리면 대충 셀프로 잘라 버리기도 한다.
머리카락이 좀 자라나면 이리 저리 뻗쳐서 대략 난감하기 때문이다.
내가 셀프로 자르고 가든 다른 곳에서 염색을 하고 가든 주인장은 싫은 내색 없이
반가워 하며 소리 내어 웃는다.
오늘은 안 그랬던 왜 머리카락이 뻗치는지 정보를 들었다.
나이 들며 머리카락은 힘이 없어지는데 곱슬 거리는 힘은 쎄져서 더 뻗친다고 한다.
아하! 하는 수 없이 이제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하겠구나 했다.
또 머리를 자르며 자기 아픈 속내며 이런저런
세상 사는 얘기를 하다 보니 가까와져 머리 자르고 나면 어쩔 땐 건물 뒤의 텃밭으로 가서
자기가 키우는 채소 중 한 번 먹을 만큼씩 따 주었다.
나는 약을 치지 않는 그의 텃밭의 채소를 얻어 오면서 그녀가 모르는 조리법을
알려주거나 한다. 오늘 고구마잎으로 끓인 영양많고 맛있는 된장국 이야기를 해 주었더니
정말 좋아한다.
나오려니 주인장이 애호박 하나 드실래요? 하며 텃밭으로 따라 오라더니 토종호박을
두 개 따 준다.
오늘 점심은 그 애호박 넣고, 그동안 벼르고 별렸다가 어제 반죽 해 놓은 밀가루로
얇게 떼어 넣은 감자수제비다.
첫댓글 감자수제비 맛있겠네요 먹고 싶네요 ~
대충 뭉쳐지기만 하면 위생팩에 넣어 냉장고서 하룻밤 숙성시켰다 담날
위생팩에 담은 상태로 대충 주물럭 거리면 쫄깃하고 맛있습니다.
감자 수제비 먹고 싶다 한 친구를 생각하며 먹었는데
건행맨님도 수제비 좋아하시나봅니다.
담엔 김치콩나물 수제비 도전하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