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과 익상편 때문에 안과에 다녀왔다. 지난번에는 잘 유지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번에는 어떨까. 괜히 긴장된다.
드디어 아저씨의 차례다. 의자에 앉아 검사하는 곳에 턱을 올리고, 이마를 붙인다. 통증이 없는 절차인데도 긴장이 되시는지 힘이 잔뜩 들어가 있다.
“다행히 안압은 잘 유지하고 있네요.”
밖에서 검사한 내용을 보며 의사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다행이다. 마음을 놓고 있었는데 문제는 그 뒤의 내용이었다.
“그런데 익상편은 지난번보다 조금 커졌네요. 이게 지금 당장 수술해야 하는 정도는 아닌데…. 아마 조금씩 안 보이기 시작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갈 수도 있어요. 수술이 어려울 수 있으니까 수술이 꼭 필요할 때까지 추이를 지켜봅시다.”
아…. 인사하고 진료실을 나오는 기분이 씁쓸하다. 익상편은 확실한 원인이 밝혀진 질병은 아니다. 다만 자외선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지난번 진료 때 익상편에 대해 찾아보고 산책할 때마다 선글라스를 챙겨서 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수시로 옥상이나 창가에 서 계시는 아저씨가 걱정이다. 요즘 걸음이 느려진 것 같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까?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저씨께 지금 상황을 설명했다. 아픈 게 잘못은 아닌데 고개가 수그러진다.
“아저씨 눈이 더 나빠지기 전에 재밌는 거, 좋은 거 많이 보러 다녀요. 원래 여행은 한 살이라도 어릴 때 가야 한대요.”
“응.”
위로가 될 수는 없겠지만, 분위기를 바꿔보려 말씀드렸다. 선글라스를 더 열심히 챙겨 다녀야겠다.
2024년 8월 26일 월요일, 구주영
저런…. 선하게 인도하시고 지켜주시기 빕니다. 월평
첫댓글 아저씨의 연세를 생각하면 마냥 아픔을 막기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즐기는 것도 괜찮은 전환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옥상 가실 때나, 창가에 서 계실 때 눈 건강을 위해 그 시간을 조금 줄이는 것을 권해드려야겠어요. 아저씨가 선글라스를 쓰고 오셨을 때 "오~~~"하며 멋지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씁쓸함을 간직하고 계신 줄 몰랐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