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중순이 되면 날씨 변덕이 심하여 산행에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다. 군산도 그 중의 하나이다. 다행히 올해는 어제
까지 궂은 날씨가 오늘은 풀려 활짝 갠 날씨 속에 좋은 기분으로 산책로 입구에 모였다. 군산은 인근 창천이나 예례 사
람들의 산책코스로 많이 이용하는 곳이라 이곳 청년회에서 잘 관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침이지만 햇볕이 따가워 그늘을 찾아 준비운동을 한다. 준비 운동도 이젠 검도수련과 더불어 산행의 중요한 일과다.
오름을 그대로 오르는 것보다 이렇게 한 20분동안 준비운동을 하고 검도수련으로 땀을 흘린 다음 오름을 오르는 것이
몸에 생기를 불어 넣어 가볍게 산을 오를 수 있다. 특히 우리 같이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다. 준비운동과
검도수련을 책임있게 진행하는 은하수야 말로 우리 C오동으로서는 보석같은 존재다.
산책로가 잘 꾸며진 오름을 오른다. 군산은 비고가 280m로 어승생, 산방산에 이어 우리가 오를 수 있는 오름 중 세번
째 높은 오름이지만 이는 해변쪽 평지에서 이고, 이곳 창천리 동사면 쪽으로는 그렇게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산책
로 주변의 작은 소나무들도 누가 손을 보아 분재식으로 가꾸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길가에는 노란 미나리아재비꽃
이 방긋 웃으며 나그네를 맞는다.
사자바위와 진지동굴을 지나자 경사가 가파르다. 잠시 숨을 헐떡이는 사이에 정상에 올랐다. 정상에는 군산의 뿔바위
가 자리잡고 있다. 동서로 두 개의 뿔바위를 거느린 군산은 멀리서 보면 천상 군막의 형상이다. 그래서 군뫼라고 하는
가 보다. 계절적으로 연무가 끼는 시기라 그렇게 선명하지는 않지만 한라산을 비롯한 주변의 오름들과 산방산과 형제섬
서귀포 앞바다에 점점이 떠있는 범섬 문섬 섶섬이 뚜렷하게 보인다. 정말 확트인 시야처럼 마음까지 시원하게 트인다.
뿔바위 정상에서 오늘의 특별이벤트가 진행된다. 오늘의 토픽은 당연히 꼴찌의 제주어말하기대회 대상 건이다. 우리
의 성화에 못이겨 꼴찌가 대상 받은 이야기를 재연하고 있다. 제주어를 살리려면 아래아를 살려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우리 C오동도 전적으로 공감하며 그의 외로운 싸움에 박수를 보내고 힘을 실어주고 싶다. 이젠 이 방면에 유명인사가
된 친구는 그 후 TV 방송에도 몇 차례 출연했고 오른 저녁에도 MBC라디오 생방송에 출연할 예정이란다.
산방산을 뒤로 하고 단체사진을 찍었다. 오늘은 10명이 참석했다. 특기할 일은 진시기 부인의 참석이다. 치매를 앓는
시어머니를 모시며 손주들을 돌보는 등 1인 다역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그녀를 이곳에 나올 수 있게 한 것은 남편의
눈물어린 배려에 의해서 일 것이다. 그의 가정에 평온이 함께 하기를 두손 모아 빈다.
정상에서 잠시 머문 일행은 가파른 계단길을 따라 내려와 구시물가에 둘러 앉았다. 구시물은 오름에 스며든 물이 송이
를 타고 내려 중턱에서 바위틈으로 떨어지는 물이다. 옛부터 아들을 얻는데 효험이 있다고 하여 멀리까지 알려진 약수다.
시원한 약수를 한 바가지씩 마신 후 바위 그늘에 앉아 가지고 온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사철 물이 흐르는 곳이라 주변에
야생 미나리를 캐서 먹어 보았더니 향이 좋았다.
오늘 점심은 모슬포에 있는 유명한 항구식당에서 자리물회로 했다. 미리 예고된 것처럼 꼴찌의 대상턱이다. 그래서 그
런지 오늘 자리회맛이 유난히 좋다. 항구식당의 자리회의 전통을 굿짝 이어가고 있듯이 우리 C오동의 오름산행 후 자리회
파티도 희수까지 굿짝 이어가길 바란다. 오늘 좋은 날씨 속에 네번째로 오른 군산은 생활에 찌든 우리의 마음을 시원하게
비워준 좋은 오름이었다. 내년에도 변함없이 찾을 것을 약속하여 아쉬운 작별을 했다. 2008. 6. 12.
첫댓글 1) 와 ~~~. 새콤달콤한 자리회다. 쥐긴다 쥐겨--- . 니치름이 꼴 깍 ! 2) 구시물 미나리를 살짝 데우쳐, 된장에 찍어먹으니 쫄깃쫄깃 야~ 맛있다
좋은 시간 되셨군요. 항상 활기차게 움직이고 있는 선배들의 모습 보기좋습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