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묻습니다. 왜? 왜 그러는데요? 답은 없고 그냥 빨리 따라오랍니다. 아니 왜 갑자기 이 야단이에요? 말할 시간 없어, 어서 따라와. 쉽게 따라갈 수 있습니까? 물론 아빠니까 그냥 믿고 따라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갑자기 허둥대는 아빠를 보며 괜스레 겁이 납니다. 도망가는 건가? 왜? 어디로? 아무 것도 모르고 허둥대는 것이 더욱 공포를 야기 시킵니다. 그런데 집 밖으로 나오자 거리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사람들이 모두 허둥대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왜들 이러는 거지? 모르니까 무섭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니 더욱 무서워집니다. 그래도 아빠가 가자는 대로 끌려가기는 합니다. 그리고 조금 후에 남의 자동차를 그냥 빼앗아 탑니다. 아이들 모두 태우고 정비소 아저씨 아우성치는 거 무시하고 내달립니다.
전기 공급은 중단되고 전자제품은 모두 정지되었습니다. 모든 자동차가 갑자기 멈추어버립니다. 내 것만 멈추었다면 고장이겠지요. 그러나 거리의 달리던 모둔 자동차가 서버렸습니다. 이건 고장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왜? 아는 사람이 있을 리도 없습니다. 갑자기 땅이 움직입니다. 흔들거립니다. 쪼개집니다. 뭔가가 꿈틀대더니 솟아오릅니다. 희한하게 생긴 것이 나타납니다. 이게 뭐지? 로봇인가? 몰려든 사람들이 무서워도 호기심은 있어서 떠나지 않고 지켜봅니다. 그런데 갑자기 광선이 발사되며 순식간에 광선 맞은 사람이 초박살납니다. 광선을 맞고 자동차는 폭발하고 건물은 무너지고 여기저기 그야말로 난장판이 됩니다.
더 따질 일도 시간도 없습니다. 그곳을 피해야 합니다. 도시 여기저기 터지고 폭발하고 무너지고 사람들이 쓰러집니다. 말 그대로 전쟁터입니다. 그러나 움직일 수 있는 자동차나 운송기구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대충의 짐을 싸들고 피난행렬을 짓습니다. 그런 가운데 ‘레이’만 두 아이를 데리고 자동차를 타고 달립니다. 그러다가 사람들이 모인 지역을 통과하게 됩니다. 사람들이 길을 비켜줍니까? 같이 가자는 것이지요. 문제는 한두 사람이 아니라는 겁니다. 나아가려 해도 사람들이 길을 비켜주지 않습니다. 더구나 폭력으로 차를 빼앗으려 합니다. 어쩔 수 없이 차에서 나옵니다. 아들도 나왔는데 어린 딸 ‘레이첼’이 못 빠져나옵니다.
무리진 사람들을 이기는 방법은 하나입니다. 총을 쏘는 것입니다. 총 가진 자가 자동차를 빼앗습니다. 자동차는 줄 테니 내 아이만 내주라, 간신히 레이첼을 꺼내 사람들을 헤치고 나옵니다. 그러나 누가 탔든 자동차가 사람들을 무사히 빠져나갈까요? 아무튼 레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걷습니다. 아내가 가 있을 보스턴으로 향합니다.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입니다. 일마다 말마다 아빠와 대치하는 십대 아들 ‘로비’를 설득하며 레이첼을 데리고 기나긴 여정을 가는 것입니다.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습니다. 군대가 동원되고 이 괴상한 지구의 적과 대적하는데 도무지 대책이 없습니다. 한두 개도 아니고 그들도 군대입니다. 문제는 포탄도 총알도 그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방어막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사람의 피를 자기네 양식으로 삼는 우주괴물입니다. 그러니 사람들을 자기네 우주선으로 잡아 올립니다. 피를 짜내고는 쓰레기 버리듯 버립니다. 흡혈귀도 아니지만 화면 전체를 물들이는 피로 섬뜩합니다. 그 고난의 여정에서 로비는 젊은이의 의기에 힘입어 군대를 따라가 버립니다. 레이첼을 보호하려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로비를 포기합니다. 위기의 순간 한 사람의 도움으로 그 사람의 피신처에 잠시 함께 머뭅니다. 함께 외계인을 물리치기도 하지만 갑자기 놀란 그 사람의 엉뚱한 짓을 가만둘 수 없어 살려준 은인이지만 그를 살해하고 그곳을 피해 나옵니다. 그러다 레이첼이 외계 우주선에 잡혀 올라갑니다. 어쩝니까? 레이도 스스로 나서서 잡혀 올라갑니다. 많은 사람들이 잡혀 있고 한 사람씩 요리가 되고 있습니다.
누군가 가지고 있던 수류탄을 이용하여 우주선을 박살내고 빠져나옵니다. 그렇게 레이는 레이첼을 데리고 목적지를 향해서 걷고 또 걷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보스턴에 도착합니다. 그곳에서도 적의 공격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적의 우주선에 새들이 앉아 있는 것입니다. 그 표면에 피가 묻은 것을 새들이 쪼아 먹고 있는 것이지요. 방어막이 뚫린 증거입니다. 그 사실을 군인들에게 알려줍니다. 그러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합니다. 드디어 외계인의 우주선이 박살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레이와 레이첼은 무사히 아내와 가족이 기다리는 집에 도착합니다. 다행히 아들 로비도 살아서 거기에 와 있습니다. 얼마나 반가웠을까요?
겉은 SF 영화인데 속은 가족 이야기입니다. 이혼한 레이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자기만 아는 남자, 남편도 아빠도 아닌 삶을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아들 로비는 그런 아빠를 믿지 않았고 딸 레이첼도 아빠보다는 오빠가 보호자가 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재난과 고난을 통하여 관계가 회복되는 여정을 이야기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어려운 환경이 위기 속에 있는 관계를 회복시켜주는 역할을 해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위기를 자초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경우가 있을 뿐입니다. 가능하다면 일상의 생활 속에서 이겨내고 헤쳐 나가는 지혜를 터득해야 합니다. 영화 ‘우주전쟁’(War of The Worlds)를 보았습니다. 2005년 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