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30 pm
앤이 분명, 6시에 수업을 마치니, 넉넉잡아,
6시 반으로 약속을 잡자고 했으렸다.
10분이나 일찍, 약속 장소인,
맨하탄 6th 애비뉴와 14th 스트릿 사이의,
얼반 아웃휘터urban outfitter 앞에 나가 기다리는데도,
그녀(년이라 쓰고 싶어. -_-;;)는 코빼기도 보여주질 않는다.
06:50 pm
티켓에 적힌 공연 시작시간은 7시 30분이다.
브룩클린까지 가려면 30분은 걸리는데...
급한 일이 생겨 그러나 싶어 앤의 집으로 전화를 건다.
엇! 웬 남자가 전화를 받는다. 이 씨- 음성사서함이다.
동전만 25센트 날리고 (무신 공중전화 한 통이 300원이나합니까-),
다시 한번 약속장소를 휘- 둘러보는데,
저기서, 황급히 날아오는 앤.
그래도 꼴에 미안은 한지, 아주 황/급/하/다.
나이쓰한 척, 씨익 웃어주고는, 더욱 황급하게, 지하철을 잡아탄다.
07:25 pm
다행히도, 5분 전에 BAM (brooklyn academy of music)의
하비 씨어터harvey theater에 도착.
공연이 5분밖에 안 남았음에도, 주변은 인산인해다.
안내원의 안내를 받아 당도한 좌석은, 맨 꼭대기층, 맨끝줄. ㅡ,.ㅡ;;
역시나 완전 매진된 공연은 달라,,,
그나마 표라도 샀으니 다행이지,,,하며,
자위를 친다.
외투를 의자에 걸쳐놓고, 화장실 간 틈을 비집고,
사진찍지마시구여어쩌구저쩌구하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황급히 (아, 오늘따라 디게 황급하네) 오줌발을 끊은 다음,
제자리로.
찬찬히 공연장 실내를 둘러본다.
1-3층으로 나뉜 객석은 얼추 1,000석쯤 되어 보인다.
(오, 탐아저씨 돈 쩜 벌었는데요?!) 1층 객석과, 무대 사이에는
7인조 오케스트라가 조율 중이다.
한명이 많게는 8가지의 악기를 다루니,
그들이 연주할 악기로 어지럽다. (피아노도 두대나 된다)
무대는, 반투명 막이 크게 쳐져있고, 그 막 위에
'woyzeck' 영문이 아주 가는 날카로운 선으로 삐쭉빼쭉 쓰여져 있다.
그 밑에, 철사에 전구를 감아 만든
여러가지 조그만 인형(사슴, 초승달 등등)들이 불빛을 반짝댄다.
관객층의 90% 이상이 백인이고,
(흑인은 손으로 꼽을 정도이고, 나머지는 아시아계이다)
주연령층은 20대 후반부터 40-50대 까지 인듯.
(물론 20대 초반도, 60대도 아주 간혹 보이지만)
07:45 pm
예정시간 보다 조금 늦게,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며,
'coney island baby'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고,
그에 맞춰 막이 서서히 올라간다.
(밝을 때는 몰랐으나,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자,
막위에 쓰여있던 'woyzeck' 글자에서 빛이 난다)
올라간 막 뒤에는, 마티스가 그린 꽃이다,싶을
너무나 원색적인 그림이 배경으로 걸려있고
(실은 연출을 맡은 로버트 윌슨이 그렸다고 함),
써커스꾼들과 함께 이 연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하나씩 둘씩
모두 나타나며, 합창으로 'misery is the river of the world'를
목청껏 부른다.
1. 마치 써커스 한판을 보는듯한 느낌이 드는 첫장면.
모두가(열 대여섯 명쯤) 우렁차게 불러제끼는 '인생 저주가'인
'세상은 고통의 강'. 이것이 바로 이 연극의 주제이다.
2. 대충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대장의 당번병으로, 이발도 하고, 잡일도 하는 보이첵.
먹고살아야겠기에,
또, 사랑하는 마리marie와 아들을 먹여 살려야겠기에,
군대에서 행해지는 생체실험에 몸을 맡긴다.
자신의 몸을 팔아 돈을 버는 그의 눈물겨운 노력에도 아랑곳없이,
마누라는 군악대장과 바람이 나고.
날이 다르게 쇠약해지는 몸과,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그.
어느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마리는 그 앞에서 죽어있고,
그의 손엔 칼이 들려져 있다.
3. 작가인 게오르그 뷔흐너가 이 연극을 썼을 때,
그는 스물 세살이었다. (음...)
그리고 그가 죽은 나이 역시 스물 셋이다.
그는 이 연극을 쓰던 중 죽었고, 이 연극은 미완성으로 남았다.
스물 셋이 본 인생이 어찌도 이토록 처절할 수 있는지.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멋진 마흔이 되도록)
그리고, 그가 남긴 단 세편의 극본은 모두
독일문학사의 주요작들이다.
(내가 베스트로 꼽는 영화 중의 하나인,
<매그놀리아magnolia>를 만든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감독도
그가 이 영화를 쓰고, 만들었을 때, 스물 아홉 젊은나이였다.
젊은 나이에 인생을 꿰뚫는 그들이, 놀랍다)
4. 연극은 쉬는 틈없이 3막으로 나뉘어진다.
1막은 아-띠바, 너무나 괴로운 보이첵의 일상.
2막은 보이첵이 살인을 저지를 수 밖에 없는 동기인
마누라 마리의 바람.
3막은 급기야 또라이가 된 보이첵, 마누라의 가심에 비수를 꽂다.
5. 말이 연극이지, 오늘 공연은 오페라나 뮤지컬에 가깝다.
(아니나다를까, 이 공연은 작년 덴마크 뮤지컬상에서 '베스트 뮤지컬'로 선정되었다)
화려한 의상, 조명,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
(탐 아저씨가 없어도 하냥 즐거웠다).
또 전체 대사의 95% 정도가 노래로 처리된다.
(나머지 감탄사, 이름, 인사, 나레이션 정도만 말로 표현되고)
이같은 음악의 중요성이,
프로그램에서 탐과 그의 아내, 캐슬린 브레넌의 이름이
원작자 다음에 놓이는 이유다.
6. 연극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자주 나오는 세 곡은,
1) 이 연극의 주제이자, 우리네 인생의 부주제인
(주제라 말하면 너무 슬프다)
'세상은 고통의 강misery is the river of the world',
2) 보이첵이 얼마나 마누라 마리아를 사랑하는 지를 보여주는
'코니 아일랜드 자기coney island baby',
3) 씁쓸한 가족애의 노래 '자장가lullaby'이다.
7. 원래 이 공연은, 2000년11월 18일에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베티 난센betty nansen 씨어터에서 초연되었다(고 탐 아저씨의
<블러드 머니> 앨범 속지에도 적혀있다).
(베티 난센은 덴마크 현대 연극의 대모라고)
그럼 상연된지 2주년인 셈인데,
그간 여러차례 세계 순회공연을 했단다.
이번 뉴욕 공연도 그 일환인 셈이다.
이제껏 공연에서는 덴마크어로 대사를 처리했었는데,
이번 뉴욕 공연에선 특별히 영어로 진행 했다.
(연출, 음악, 각본을 제외한 나머지 배우, 오케스트라,
스탶 등은 모두 덴마크 사람이다)
10:00 pm
클라이막스에서 보이첵이 마리를 찔러 죽이고, 보이첵도 사라지고.
주제곡 '세상은 고통의 강misery is the river of the world'이
불려지며, 고아가 된 크리스찬만 홀로 외로이 남아
관객들을 슬프게 한다.
쉴틈없이 질주해온 2시간 15분여의 연극공연이 끝이 났다.
관객들 우루루 일어나서 브라보를 외치며 박수를 친다.
(내가 앉아있던 3층 갤러리 석에선 사람들이 아무도 일어나지 않았다.
앞사람 시선방해를 방지하기 위해 뒷자리를 높이다 보니, 음,
경사가 너무나 가파르다.
1, 2 층 사람들 따라했다간 그대로 굴러 떨어질듯)
관객들의 커튼콜과,
이어지는 배우, 오케스트라단원들의 답례인사.
사람들 틈에 끼어 바깥으로 쏟아져나오니, 기분이 상쾌하다.
(아마 이 사람들 틈 어딘가에서 탐 아저씨가 모자 눌러쓰고,
우릴 보며 씨익 웃는듯한 느낌!!!)
브룩클린의 한 조그만 맥주공장에서 만드는,
'브룩클린 라거' 6병들이 팩을 사서 집으로 향한다.
<블러드 머니> 앨범을 걸어놓고, 맥주나 한 잔.
happiness is the river of the world...
* 일자: 2002년 10월 29일 - 11월 16일
장소: 뉴욕시 브룩클린의 BAM 내 하비 씨어터
티켓: 1층-80딸라 / 2층-55딸라 / 3층-30딸라
* 공연 프로그램은 아쉽게도 하나밖에 못받았습니다.
하지만, 공연 선전용 엽서 (일반 엽서 크기의 두배)가
여분으로 7장 있습니다.
(님들 생각에 쩍팔림도 무릅쓰고 마구 얻었습니다)
빨간 바탕에 보이첵이 마리를 칼로 찌르는 장면 사진이 있고,
제목 Woyzeck과, 탐 아저씨, 캐슬린 아줌마, 로버트 윌슨의 이름이
하얀색으로 적혀있습니다.
이담에 모임있으면, 원하시는 분께 나눠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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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변화시키는 인터넷①』
(≫≪) 미군 희생 여중생들의 죽음을 애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