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일
망고스틴과 람부탄
시작은 언제나 설렘을 동반한다. 3월 첫날 새벽에 나를 찾아온 친구는 열대과일이다. 며칠 전부터 겨울 끝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먼저 노랑 스웨터를 샀다. 올해는 초록과 노랑에 빠졌다. 초록 스웨터를 입고서 문인협회 정기총회에 갔는데 선생님들이 봄처럼 싱그럽다고 좋아하신 기억이 있다. 그 후로 하나 더 노란 스웨터를 샀다. 외출할 때 아직 입어보지 않았다. 스웨터라는 것이 어중간해서 옷걸이에 걸어 놓고 봄을 기다린다.
3월에는 노란 스웨터를 입고 나가도 괜찮은 척할 수 있다. 봄이니까. 조금 추워도 이제 매화도 피고 개나리도 꽃망울을 달고 있으니까 말이다. 봄은 기다리는 사람에게 먼저 온다고 했다.
아직 꿈나라에 있는 아들에게 망고스틴을 보여주며 자랑했다. 아들이 좋아하는 과일이라 먼저 보여주고 싶었다. 3월 첫날에 달콤한 봄을 주고 싶었다. 베란다 화분에 진달래가 꽃망울을 여러 개 달고 있다. 이제 봄이다. 꽃이 피면 알겠지. 겨울이 끝났다는 걸.
식탁에 망고스틴과 람부탄을 깔끔하게 씻어서 예쁜 도자기 그릇에 담았다. 정물화를 보는 기분이다. 망고스틴을 식탁 위에 놓고 사진을 찍었는데 내 마음에 쏙 들어왔다. 봄이 나에게로 온 것이다.
람부탄은 밤송이처럼 생겨서 마치 불가사리를 연상케 한다. 가시처럼 보여도 부드럽다. 람부탄은 쉽게 먹을 수 있었다. 탱글탱글하고 과육이 쫀득해서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새콤하고 달콤한 ‘과일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망고스틴은 과일 아래쪽에 있는 꽃무늬 개수와 하얀 과육이 일치한다고 하니 신기했다.
망고스틴 껍질이 생각보다 단단했다. 뷔페에서나 고급 식당에서 후식으로 나오는 망고스틴은 먹었으나 직접 자르고 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칼로 자르고 꼭지를 떼서 눌러 까서 먹는데, 식탁에 과즙이 떨어지고 소란스러웠지만 살살 닦아가면서 최대한 우아한 식사를 했다.
람부탄과 망고스틴을 아침 식탁에 초대했다. 입학하는 새내기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3월 첫날 식탁에 귀한 친구를 불렀다.
신선한 열대과일과 양상추와 그릭 요거트와 사과를 넣어서 만든 샐러드를 한 접시 먹었다. 새 봄을 맞는 나만의 이벤트다. 봄바람 불어 당신 생각이 자꾸 나면 어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