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어버린 행보를 후회했다.
이미 거제도 동백꽃은
겨울 바람을 따라 먼 길 떠난지 오래요
그래도 혹시나 싶었던 기대반 설렘반의 거제도 동백꽃은
스스로 처절한 삶을 마감 중이었다.
그러게 계절에 맞는 유혹에는 가끔씩 엎어지기도 하고
못 이기는 척 흔들려봄직도 하건만
어느덧 유혹에 흔들릴 나이는 지났다고
만만디 인생을 살다간 자신의 내면에 꿈틀거리는 감각을 잃는 실수도 생기는 법...
내 집 문 밖을 나간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즐거울,
홀가분 할, 흥분될, 설레일 그리고 기대될
그에 맞물린 온갖 여정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기다리고 있을 생각을 하면
길 떠난다는 것 자체는 현실이기도 하거니와 환상이기도 해서
어쨋거나
예정된 수순으로 떠나진 거제도 1박2일 동행길에는
이미 오래전 부터 글쟁이 인터넷 지기들로 결속을 다져온
시요일 일부 멤버들과 번개 침과 동시에 번쩍 하고 나타난
발빠른 천둥 번개들의 합류로 재미에 재미를 덧입힌 온갖 묘미가 함께 한 덕분에
본의 아니게 날밤을 새우게 되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한 인간 군상은 문밖의 남자가 되어야 했다는 후문과 더불어 웃다가 돌아가실 후담이
아마도 오래도록, 잊혀질만하면 생각나도록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나
이 지면에 담지 못할 그 많은 일화들은 생략하기로 하고
거제대교로 말미암아 오롯한 섬의 가치를 상실하여버린
육지화 섬 거제도로 들어가보자.
도시에 살면서 혹은 자라난 고향을 등져버린 채 헐떡거리는 삶을 지탱해온 우리는
때때로 갈 수 없는 곳을 향한 그리움에 목이 메고 늘 어디론가 시선을 보낸다.
그 시선 끝에 만난 거제도...
비릿한 내음을 배경으로 도착한 우리는 허겁지겁 성게 비빕밥으로
주린 배를 다독이면서 우리가 늘 꿈꾸던 일상 탈출 감행을 자축한다...소주를 곁들여
전 국민 1박 2일을 트렌드로 만들어낸
모 프로그램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 또한 나라 사랑 여행 편에 모르는 척 부추김을 동반당하고.
이름하여 지심도...1박 2일팀의 홍보 덕분에
섬으로 쉴새없이 뭍사람들이 들락거린다.
그러나 어느 곳을 가더라도 볼성사나운 광경은 늘 있게 마련
때론 우리 관광 문화 수준에 회의를 느끼게도 하는데
도시의 노동과 다른 또 다른 노동은 어느 곳에라도 한 몫으로 남겨진 탓에
선택 사항이 아닌 채로 고달퍼진 인생은 어딜 가나 한 두릅 쯤은 있다.
얼굴 마주치기를 거부한 저 남자가 추구한 인생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는 없으나
그에게 말을 건넨 유죄는 퉁명스러움으로 건네 받았다...남의 인생에 관여하지 말라는 데데한 목소리 가
아직도 귓전을 울리는 듯하다.
와면하고 싶고 외면당하는 즐거움이 그에게 남겨져 있을까?
장승포 끝 자락 거제대학 가는 길을 지나 산 속 한켠의 잠자리에서 바라 본
일명 독아지에 잠긴 해변...눈길의 풍광과 기울어가는 저녁 나절의 운치가 일품이요
떠오르는 햇살의 장관도 만만치 않을 듯하다.
그 신 새벽의 횡재는 비몽사몽간을 헤매느라
훠이 훠이 바람 따라 날아가 버리고 간밤의 시연들만 하나 가득 남기운다.
그 바라봄의 즐거움을 더욱 빛나게 해준 소낭구 펜션에서의 하룻밤은 다른 어느 곳 보다
쾌적 그 자체라 다들 짧은 시간이나마 곯아떨어짐의 극치를 이룰 수 있으련만
장승포 횟집에서의 양주와 소주 세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진한 그 무엇이 있었는지 한결같이 술 삼매경에 빠진 남정네들이
와인과 함께 분위기발로 돌아 든다.
남자들의 세계란 아낙네들의 경지와는 한 차원 다르다 는 것을 새삼 느끼면서
부산에서 날아온 한드롱님과 일산에서 먼저 내려와 대열에 합류한 톳나물님
그리고 거제도를 꽉 쥐고 계시는 카리스마의 제왕 표풍님.
밤새 17호실 강의와 19호실의 절강이 넘치도록 구구절절이었음이니
그 3인방의 친구 시리즈는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일이요
그간에 입으로만 전해지던 노래 "수색의 왈츠"를 직접 듣는 즐거움도 있었으니
그 밤이 길긴 길었다는 이야기 다.
밤새 정신없이 들었던 잠 나리께서 퇴장하시고
어느 덧 다시 게제도 일주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시간에 맞춰
미모를 가꾸는 여심의 한 자락 그득한 화장품 세례....친절하신 이웃 형님이 꾸려주신 화장품 세트라는데
무려 14번의 순서를 거쳐야 끝이 난다나 뭐라나...화장과 상관없는 무설재 쥔장으로서는
그녀들의 화장 보따리가 이해불가라네.
밤새도록 술독에 빠진 관계로 절대 그냥 지나갈 수 없는 해장.
그래서 거제도에서 워낙 유명세를 타고 있는 원조 해물 뚝배기집- 해물나라 055 682 4255 거제 문화센타 앞-
에서 거나하게 취한 배를 달래는데 와우 강력 추천 해물 뚝배기 되시겠다.
게다가 곁들여 나오는 톳나물 또한 압권이어서 근 한시간에 걸쳐 맛을 음이하고 또 음미하였다는 말씀.
한밤을 나눠지고 문학과 세상살이와 술과 맛난 먹거리를 함께 나눴던 야술가 일행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표풍님, 가든님, 나현님, 한드롱님, 톳나물님, 우두망찰님 그리고 사포와 햇살편지- 다시 한번의 미련을 남겨두고
각자 자신들이 원하는 탐방지로 날아가는데 하룻밤의 만리장성이 실감난다.
돌아 돌아 환상의 거제 해안길을 드라이브 삼아 도는 길.
늘 귀에 익던 공곶이와 와현이라는 익숙한 팻말을 보면서 잠시 배채진 교수님을 생각하고
곁 자락 서이말 등대를 찾았더니 원래는 개방하지 않는 곳이란다.
그래도 가는 비 내리는 날 우연찮게 찾아들어 나눈 등대지기와의 짧은 담소에
"등대지기" 노랫말 한 자락 흥얼거리게 하고 그들의 애환에 동참해 보기도 한다.
동백섬을 노래하던 지심도 동백은 스러지고
그나마 서이말 등대에서 간신히 동백과 눈을 맞췄다...바람이 분다.
가는 길 오는 길 자락에서 만나지는 구조라 해수욕장과
만들어진, 깨어 널어놓은 듯한 몽돌 해수욕장...겉치레만 능숙하다.
주워 갈 몽돌 하나 제대로 없건만 팻말에는 집어가면 고소 당할 참이란다...원
거제도에 가서 절때 빼지 말고 다녀와야 한다는 여차...몇 번의 출장과 놀이삼아 거제도를 다녀왔지만
실제로 여차 비포장 도로를 위험스럽게 달려보기는 처음이다.
멀리 대병대도, 등가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국도, 가익도, 소병대도, 어유도가
환상의 섬으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유인도이던 무인도이던.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군단을 뒤로 하고 우리는 북행을 한다.
그러나 와중에도 꼭 잊지말고 계절성 음식을 찾아 먹어야 하는 법.
통영까지 갈 시간은 아니되고 해서
구 거제대교 밑자락에 자리한 도다리 쑥국밥집에 들렀다.
워낙 부지런한 쥔장이 텃밭에서 띁어와 만들어낸 웰빙 반찬과 직접 채취하거나 따와서 만들어진
바닷거리 반찬과 6가지 곡식으로 만들었다는 위장 달래기 숭늉은 거의 횡재 수준이어서
본래의 목적 도다리 쑥국을 뒤로 하고 숭늉에 목메었다는 후문과
한때 전국 노래자랑을 휩쓸었다 는 쥔장의 노래 솜씨와 맛깔스런 반찬에 힘입어
그동안의 여독이 저절로 녹아들 지경이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길 바쁜 나그네들은 쥔장의 온갖 배려를 뒤로 한 채 서둘러 귀소본능으로 돌아 섰다.
완전 마무리 횡재까지 즐거운 1박 2일의 나들이었으나
아쉽게도 잠시 잠깐 여차 해안도로에서 만난 할머니들의 상술에 말려
사 먹었던 소라와 고동의 맛이 간 후유증이 하도 심해서 어제는 완전 실신 그 자체였으며
오늘 또한 그다지 좋은 기운은 아니나 그래도 거제도 일기가 궁금하실 여러분을 위해
잠시 한 소절 올리는 중이다.
물론 나머지 편도 기대하신다면
슬쩍 올려 볼 의향은 있다.
첫댓글 에구 너무나 재미난 봄 여행이네 그려~! 입안 가득 성게 비빔밥의 여운과 함께~! 마저 올려 봐여~! ^ ^
아, 성게비빔밥...예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성게를 먹지 않고 버렸다가 일본으로 수출하는 바람에 관심을 가졌더라던데 요즘은 일본에 수출하지 않아서 남아도는 것이 성게랍니다. 그래서 바다가 석회화로 변한다고 걱정들이 많더라구요.
전 2월에 지심도를 가서인지 동백과 많이 인사하고 왔었는데...
그 무렵에는 정말 예뻣을 것 같아요...지심도 전체가 동백꽃이니 말이죠.
선생님 덕분에 봄풍경 몇 점 챙겨넣습니다~^^ 해물 뚝배기에 쑥국밥....배가 두둑한데도 군침이...ㅎㅎㅎ 통영이란 단어에 잠시 설레었었네요...연유가 무엇인진 몰라도^^
좌우지간 바다 먹거리로는 최고엿습니다만 넘치는 것이 문제입니다 식탐. 어느 곳을 가더라도 정겨움이 남아잇는 곳은 있기 마련 잘 찾는 것도 인연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