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와 효도여행
2023.5.8
어머니는 당신이 배우지 못하신 것이 한이 되어
자식들은 공부를 시켜야 한다고 하시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후 1년 상을 치르자마자
평생 땀흘려 일구신 논, 밭, 산, 집을 정리하셔서
서울로 이사를 하셨다.
그 때가 초등학교 졸업한 후 재수할 때였다.
이후 다행히 공부를 잘 해 원하는 대학에 다니자
어머니는 마실을 다니시며 자랑을 하셨다.
그것으로 평생 가정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께
조금이나마 효도했다고 자위하곤 했었다.
대학 2학년(1974년) 여름방학
그 동안 아르바이트로 모아온 돈으로
어머니와 전국일주 여행을 떠났다.
어머니는 평생 농사일로 여행이라는 것은 하신 적이 없기에
어머니와 함께 전국을 돌고 제주까지 갔다오기로 한 것이다.
환갑을 넘기진 어머니지만 아직 건강하셨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옮겨 다녔다.
각 지방마다 사투리가 재미있다고도 하시고
그 분들과 대화하는 것을 좋아하셨다.
같은 나라에 살면서도 외국사람을 만난 듯
재미있고 신기해 하셨다.
흡사 어린아이일 때 새로운 것을 볼 때 처럼~
지방마다 특별한 음식을 찾아서 먹었다.
예를 들면 전주 비빔밥, 부산 동래파전. 완당 18번 집 등.
요즈음은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금방 찾을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정보가 적었기에 현지에서 물어보면서 다녔다.
일주일 정도 걸려 부산에 도착했다.
부산관광을 하고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갈 예정이었는데
태풍이 곧 올 예정이라고 해서 제주도는 가지 못하고
남은 돈으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왔다.
그래서 부산에서 2일간 머물면서 맛집을 찾아 다녔다.
동래 파전, 산성 막걸리, 18번 완당집 등이다.
어머니도 그렇지만 나도 평생 처음 타보는 비행기였다.
비행장으로 출발하기 전에 남포동의 할매국수집을 갔다.
매운 맛으로 유명하다고 하기에~~
음식점에서는 국수와 함께 막걸리를 내 주었다.
매우니까 막걸리와 함께 먹으라고.
정말 매웠다.
이제껏 먹어본 음식중에서 제일 매웠다.
비행장에 도착해서 탑승할 때까지도 입안이 얼얼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잘 참으시는 것 같았다.
조금 과장되게 말하면 서울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매운 맛이 남아있었다.
어머니의 은혜는 헤아릴 수 없고 갚을 길이 없지만
그래도 어머니를 기쁘게 해 드린 일은
대학에 진학하고, 함께 여행한 일과
결혼해서 손녀까지 안겨드린 일이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집도 장만하여 잘 사는 모습까지 보여드렸으면 좋았겠지만~~
그 전에는 특별한 종교없이 무속신앙을 갖고 계셨는데
어느 날 부터인가 성당에 나가시더니
안나라는 세례명으로 영세를 받으셨다.
이 후 매일 새벽미사에 다니시며 한글도 모르시는 분이
새벽에 성경책을 펴달라고 하셨다.
당일 복음말씀을 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새벽에 귀찮아서 어떤 때는 짜증을 부리기도 했다.
어머니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형님 부부와누님,
오빠(외삼촌) 내외, 사촌들에게 복음을 전하셨고
대부분 하느님의 자녀로 만드셨다.
나에게도 성당에 나갈 것을 강력히 요구하셔서
몇 번 따라갔지만 성공하지 못하셨다.
그 부르심은 장모님에게 이르러 결국 영세를 받게 되었다.
영세를 받지 않으면 딸을 안 주겠다고 하셔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발견한 노트.
국민학교 학생들 노트에 성경을 필사한 것이다.
한글도 깨치지 못하셨지만 한자 한자 정성들여서
성경필사를 하신 것이다. 상당히 많은 양을~
어머님의 신앙생활을 적극적으로 도와드리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되는 일이다.
樹欲靜이나 而風不止하고 子欲養이나 而親不待라.
나무는 조용하고 싶지만 바람이 그치지 않는다.
자식은 부모를 봉양하고자하나 부모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있을 때 잘해!" 라는 말이 생각난다.
첫댓글 그시절이나 지금이나 공부 잘해서 스카이 대학 가면 가장 큰 효도인데 효자이십니다
여행도 시켜드리고 ~~아들을 예비신자로 인도하신 어머님 기도 덕분에 하느님 품안에서 잘살고계시니 얼마나 기쁘하실까요
감사합니다.
이제는 하느님께 효도하는 삶을 살아야겠지요~^^
저두 79년 서대성당
김성도 모이세신부님께
영세받고 레지오,~
청년회장까지 했슴다,,~
묘한 인연,,,~ㅋ
오! 나보다 형님이네~
영적으로 잘 인도해주시길~~
@세잎 클로버 ㅋㅋ,,~
무늬만 일찍 새겨서,,~
형님보단 한참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