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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이 나를 가장 감동시킨 베르니니의 작품이다. 힘이 넘치는 격정과 심오한 의미의 작품. 베르니리가 요즘 사람이었다면, 그는 분명 영화감독이 되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정적인 것에는 관심이 없고, 사물이 움직이거나 어떤 일이 생기는 순간, 가장 강렬한 감정의 순간에 흥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아폴로와 다프네의 신화는 무언가에 대한 열망이 강했던 그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같다(그의 자화상을 보면 마르고 신경질적인 얼굴에, 불거져 나온 눈에는 긴장이 가득하다).
그리스신화는 시공을 초월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문제들을 다루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신화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지 않는 사람, 즉 거절하는 사람에 관한 것이다. 태양의 신인 아폴로는 물의 님프인 다프네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달아나고 그는 쫓아가는데, 이 작품에서는 막 그녀를 잡는 찰나에 있는 그를 보여준다. 다프네가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는 아폴로는 한 손으로 그녀를 잡고 있다. 반면에 고통스런 다프네는 자신을 도와 줄 아버지, 강의 신을 소리쳐 부른다. 자신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없다고 생각하는지 그녀의 표정은 심하게 일그러져 있다. 하지만, 그녀가 기도하기도 전에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그녀를 월계수나무로 변신시켜 주었다. 벌써 그 변신이 시작.되었는데, 가는 손가락들이 잎으로 변하고, 아폴로로부터 그녀를 지키기 위해 그녀의 몸에 나무껍질이 형성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 광경을 보고 있는 아폴로의 잘 생긴 얼굴에는 자신의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게 되었다는 안타까움이 떠오르고있다.
이 신화는 인간의 정신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다프네는 왜 달아나는가? 그녀는 섹스를 두려워 했을까? 특별히 아폴로가 싫었던 것일까? 아니면, 태양의 신과 결혼해서 그의 영광과 빛의 영향 안에 들어가는 것, 그러니까 그 권력이 싫었던 것일까? 그녀는 바보인가? 혹은, 신성 자체, 압도적인 신성의 도전 자체를 두려워했던 것일까? 우리로서는 알 수가 없다. 베르니니는 그녀가 아폴로를 거부한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는 인류의 역사를 통해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상한 이야기, 즉 대답없는 사랑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리스인들은 '큐피드의 화살은 두 개다'라는 말로 이런 사랑을 설명한다. 황금화살은 사랑을 일으키고, 납화살은 미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설명은 지나치게 단순화된 것 같다. 그녀가 두려워했던 것이 무엇이었든, 다프네는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아폴로는 비록 자신이 원하던 방식으로는 아니지만, 자신이 원했던 대상을 얻을 수 있었다. 다프네가 월계수 나무로 변해버리자 아폴로는 그것을 자신의 상징으로 삼아, 그 후 계속 월계수 화관을 쓰고 다녔다. 그런 식으로 아폴로는 자신의 사랑스런 다프네를 가질 수 있었고, 그의 머리를 두르고 있는 다프네도 그를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받아들일 수 있는 방식인 플라토닉한 사랑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