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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산행
-날씨: 3-13, 흐림, 안개, 맑음 -얼마나: 08:10분 만보계 48,415보 -누가: 홀로 -무엇을 가지고: 비빔밥1, 뜨거운물 0.5리터, 식수 1리터 외 -어디서: 이화봉-계명봉-장군봉-고당봉-북문-동문-2망루-만남의숲-불태령-백양산-어린이대공원 -준비물: 비상구급상자
애들 학교 가고 신문을 뒤적이다가 "오늘 뭐 할거예요?"라는 옆지기의 물음에 갑작기 생각이 난듯 "산에 갈건데"라고 대답하니까 갑자기 정말로 산에 가고 싶었다. 배낭 하나 둘러메고 10여분만에 준비를 마치고 나섰다. 안면이 있는 아주머니가 배낭뒤에 묶어놓은 J3클럽 표식을 보고 물으신다. J3클럽은 무슨 산악회입니까?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지요" 너무도 자연스럽게 답이 나왔다. 그 자연스러움에 동화되었는지 "아 예"하고 지나 가신다. 생각없이 대답하고 보니 명답이라는 생각이 종일 든다. 수많은 산악회가 있는데 우리클럽 이상으로 산을 사랑하는 모임이 있을까?
어디를 갈것인가? 라는 고민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몸은 노포동행 지하철에 앉아 있었다. "뭐가 이래" 계명봉에서 금정산쪽으로 가자 마음을 먹고 종점역인 노포동에서 내려 역사 밖으로 나오자 많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옷차림들을 보니 한결같이 산에 가려는 사람들 같아 보였다. 마을버스가 오길래 행선지도 확인 안하고 일단 타고 봤다. 한정거장 지나자마자 잘못 탔다는 것을 알았다. "아무려면 어때" 동면 우체국에 내려 이화봉을 들머리로 해서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하기에 맞춤날씨다. 들머리 잡목에 달아 매놓은 산악회의 표식이 저도 부끄러운지 축 늘어져 있다. 한두개면 충분할 건데 왜저리들 한자리에 많이들 달아 놓았는지? 다른 사람이 보라고 매어 놓았을건데 매어 놓은 사람들도 달면서 짜증이 났을 법 한데도 저렇게 어지러이 달아 놓은데에는 내가 모르는 이유가 있을란가? 길을 읽어버리기 쉬운 길목에 한두개 매어 놓으면 보기도 좋고 보는 사람도 고맙게 생각할 터인데..
"산은 가꾸어 나가야할 자원입니다"라는 플랭카드를 단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기왕지사 등산객들 보라고 펼쳐놓았을 봐에야 "산은 보존해야할 소중한 자산입니다" 라고 하는 것이 낳지 않았을까?
통상 숨이 차오기 시작하면 생각이 짭아진다. 폐에 공기를 한껏 넣어 심장을 돌려 호홉곤란을 겪는 온 몸에 혈액을 공급하는라 생각할 여유가 없어지는데 어디로 얼만치 가야할 목적지가 없다보니 온갖 생각이 넘실거린다.
두달전 부산오산종주 길에 계명봉 오르다가 잃어버린것 같은 손목시계 생각이 나서 낙엽을 툭툭차면서 까지 수색하며 올랐지만 아무래도 잊어버려야 할 것 같다. 장거리 산행을 쬐매 하다보니 부쩍 의복이나 장비를 곧잘 잊어버리거나 상하게 한다. 체력이 달랑달랑하니 몸에 붙은 부속물들에게까지 처음처럼 신경쓰기가 힘들어서인가 보다.
계명봉을 지나 우뚝보이는 고당봉으로 가다보니 장군봉이라는 이정표에 끌려 장군봉까지 갔다가 물 한모금만 먹고 붐비는 등산객들에게 한치의 여유라도 주기위해 고당봉을 곧장 넘어 2망루까지 내쳐 걸었다. 그간 안면이 있는 여러분을 만났는데 한결같이 어디까지 가시냐고 물으신다. "모르는데 우짜지" 집까지 가는데 집까지 갑니다 라고 할까? 할 수도 없고 "그냥 힘 닿는데까지 갑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정말 그렇게 산행이 되어갔다. 동문에 와서 장전동 부산대로 내려가 온천천을 따라 집으로 갈까 했더니 이번에는 다리가 제 2망루 쪽으로 방향을 틀더니 마음 바뀔까봐 얼른 걸음을 디딜길래 끌리듯 길을 잡았다.
사직동 갈림길에 이르러 이대로 사직동 쪽으로 내려갈까 마음 먹었더니 "뭔소리" 아직 해가 짱짱한데 다른 내가 머리채를 백양산 쪽으로 당긴다. 머리 뽑힐새라 또 끌려갔다. 만남의 숲에서 진작부터 만나 만남의 숲에서 헤어짐을 의논하는 몇 안되는 등산객을 뒤로하고 불태령을 느리지만 쉼없이 올랐더니 생각보다 빨리 오를 수 있어서 스스로 대견해했다. 30분 너머 백양산이 안개속에서 흐릿하게 보인다.
많은 돌탑이나 혹은 소원을 들어주는 많은 상징물 앞에서 난 늘 한가지만을 소암한다. "가족들 건강하게 해 주세요" 한 가지만 늘 바래서인가? 가족들 모두 가끔씩 쪼매만 아프고 건강한것이 아닌가 한다. 지나치는 모든 돌탑 앞에서 또 바래본다. "가족들 건강하게 해 주세요" 한놈만 죽인다.
오후 6시 20분 어린이 대공원 출입구 앞에 있는 관리사무실의 시계가 내게 말해 주었다. 사직동 수영장에 들려 간단히 샤워하고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에게 돌아왔다. 우리 막내 꼬맹이 아빠를 기다렸는지 종알종알 할 말이 많다. 집으로 산행 막을 내린다. 내일 썰매 타러 가야한다. 아니면 우리 꼬맹이가 아빠 미워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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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모님이 등산갈 수 있도록 배려하신 것 같네요("오늘 뭐 할거예요?") 오늘은 홀로산행 다들 산에 뭐하러 왔냐고 묻는다면 집으로 가기 위해서..ㅎㅎㅎ 즐건 하루 되었겠습니다.
공감입니다. 옆지기의 도움이 없으면 잠시라도 연명하기가 힘듭니다. 사실..산이 주는 맑은 기운을 들이키고 왔으니 힘찬 한주를 시작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산과 님은 하나이신것 같습니다.^^..... [신영길님]... 정중히 말씀드려 봅니다... 저, 지리 가실때 똘마니로 데려가심 안될까요 ^^
그렇게 말씀하시면 더럭 겁이 납니다. 늘 즐산 하시기 바랍니다.
J3클럽-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답인데요 첨언한다면 산과 사람을 사랑한다고여 ㅎ 어딜가나 누굴만나나 마눌눈치 안보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 이거야 원..
더 맞는 말씀 같습니다. 눈치볼때가 행복한 때 라고 합니다. 절대공감에 한표. 야크님도?
봄 마중 삼아 한바리 했군요^^ 다 잘 될 것입니다.. 살살 기지개를 펴 봅시다 ㅎㅎ
반갑습니다. 왕군님 저는 이번 주말에 팔공산에 갈려 합니다. 주간 공력을 기울여 집에 잘해야 합니다. 아님.. 다 잊어 버려야 합니다.
남녁에는 봄이 찾아올것 같습니다.지난주에 동해쪽으로 가보니 오리나무에 새싹이 움트는걸 보고 왔는데...장거리산행은 옷 총은것 보다 편안한 등산복이 최고죠...거기다가 클럽시그널 달면 누가 뭐라고 할사람도 없구요...좋은내용 잘 보고갑니다.
남녁에는 겨울이 그리 매섭지 않아 봄이 많이 기다려지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말씀에 공감하며 감사합니다.
14일은 아직 오지 않았는 데요...(내일 모레인 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