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프링글스 MBC게임 스타리그 조 지명식이 화려한 막을 올리며 2006 시즌이 시작됨을 알렸다. 오는 12일에는 차기 스타리그도 서울 여의도 63빌딩 2층 국제회의실에서 출범식과 조 지명식을 가질 예정이다. 양 방송사의 개인리그가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며 한 달 이상 겨울잠에 빠져들었던 e스포츠 리그가 기지개를 폈다.
기자는 6일 프링글스 MSL 조 지명식에 모여든 200여명의 관중들을 보며 2006 시즌에 대한 팬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새삼 깨달았다. 좋아하는 선수가 화면을 통해 나올 때마다 함성을 지르며 반기고, 선수들의 표정 하나, 행동 하나, 입담 하나에 울고 웃는 팬들의 모습은 지명식에 참가한 선수나 관계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선수들도 기존의 지명식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2005년 한 해 동안 프로게이머들은 팀의 성적과 개인의 성적 사이에서 갈등을 느끼며 외부적으로는 “프로리그에 전념하겠다”는 발언을 자주 했다. 오죽하면 개인리그 지명식에서도 프로리그에 대한 언급이 자연스럽게 나올 정도였을까.
하지만 이번엔 180도 달랐다. MBC게임과 온게임넷 모두 스타리그에 대한 상금을 대거 인상하며 선수들의 관심이 개인리그로 쏠리고 있다. MBC게임은 1위 상금으로 3000만원을 내걸었고, 온게임넷은 이보다 1000만원이 많은 4000만원을 걸었다. 비단 1위 상금만이 오른 것이 아니라 참가 선수에 대한 상금도 대폭 상승해 MSL 7000만원, OSL은 1억2000만원에 이른다. 1년 동안 각각 세 차례씩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므로 개인리그에서 획득할 수 있는 상금 규모는 5억7천만원이다. 2005 시즌 3억원을 상금으로 내놓은 프로리그와 비교해 개인리그 상금 합계액이 거의 두 배에 육박한다.
양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상금을 올린 이유는 하나다. 자사 브랜드라 할 수 있는 개인리그에서 명경기를 연출해 시청률을 올려달라는 것이다. 프로게이머들의 동기를 유발하는 기제로 상금이라는 미끼를 던졌다. 방송국으로서는 당연한 일이다.
여기에는 2006 시즌 통합 프로리그가 언제 개막할 지 알 수 없는 상황도 한 몫을 담당했다. 2005년 통합에 합의하며 e스포츠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잡았던 프로리그가 각 이해 주체간의 갈등으로 인해 개막이 늦춰지면서 선수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유일한 리그인 개인리그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 30일 한국 e스포츠 협회가 발표한 프로리그 방식 변화에 대한 개정안도 선수들이 개인리그에 더욱 매진할 동기를 부여했다. 2005 시즌 팀플레이를 두 세트나 배치했던 방식에서 탈피, 2006 시즌 한 세트로 줄임으로써 개인전에 대한 비중이 높아졌다. 프로리그 진행시 개인리그 맵과 연동도 가능하기 때문에 개인리그 성적이 좋은 선수가 프로리그에서 활동할 기회가 늘어났다. 개인리그에 올인할 경우 프로리그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던 2005 시즌의 경향이 2006 시즌에는 뒤집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2006 시즌 선수들은 개인리그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됐다.
이렇게 될 경우 게임팀과 선수들 간의 마찰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창단을 논의하고있는 게임팀도 있고, 르까프와 MBC 게임팀과 같이 이미 창단한 게임팀도 있는 가운데 기업팀은 프로리그를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높이려 할 것이다. 하지만 팀의 구성원인 선수들은 프로리그의 두 배에 해당하는 개인리그 상금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갈등이 상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연봉 재계약을 앞두고 있는 모 기업팀은 개인리그 입상시 주어졌던 인센티브 조항을 모두 삭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연봉 협상을 벌였던 선수는 자신의 뜻과 다른 프런트의 생각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는 뒷 이야기도 함께 전해졌다.
2006 시즌 내내 이와 같은 사례가 각 게임팀으로부터 전해질 것이다. 불화와 갈등을 반목과 질시가 아닌, 합의와 통합으로 유연하게 이어가는 팀이 2006년 성공사례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