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조시대엔 철이 힘의 상징이다. 무기와 농기구를 잡은 자가 권력자인 것.
그 무기와 농기구가 생산되는 곳이 대장간이다.
김훈 소설 '남한산성'에는 서날쇠라는 쇠 다루는 것으로 한 경지 이룬 대장장이가 나온다.
또 다른 그의 소설 '현의 노래'에도 야로라는 대장장이가 나오는데,
내 생각엔 그 이름을 합천군 야로면에서 따오지 않았나 싶다.
언젠가 TV역사스페샬 프로에서 야로면의 야산에 삼한 시대의 번철덩이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얼마 전 친정에 갔을 때, 마침 그곳 오일장이라 장터 들머리 대장간에 갔다.
옆지기는 농기구에 대한 관심이 좀 많다.
인터넷으로 이것저것 외제 농기구를 사기도 하고,
시골 오일장에서 낫이나 톱, 다양한 모양의 호미 따위를 사기도 한다.
그런 옆지기가 가장 신뢰하는 농기구는 대장장이가 만든 것이다.
친정 오라버니에게 부탁해 마련한 대장간 쇠스랑과 괭이의 튼튼함에 반해서다.
공장에서 만든 곡괭이가 어찌나 부실하든지 우그러지는 것 펴느라
일이 안되더라며 곡괭이 하나를 샀다.
예초기 날은 없느냐고 물으니 없다면서 대장간 주인이 이런 말을 한다.
"요샛사람들은 벌초 하면서 봉에다 예초기날을 막 댄다카데. 쯧쯧쯧.
예전 사람들은 조상이나 부모 봉분에는 낫도 안대고 손으로 풀을 뜯었는데......"
그러고는 예초기 날 살 때 일제는 사지 말라고 일렀다.
일제는 쇠의 강도가 높아 혹시 돌에 부딪혔을 때 더 위험하다는 것이다.
참기름집에 가니 깨 볶는 연기 자욱한 속에 기름 짜지는 것 기다리며
이야기 또한 자욱하더니, 대장간에도 재촉할 일 전혀 없는 듯 이야기꽃이 피어오른다.
요란스럽지 않고 특별하지도 않은 수더분한 사람살이의 이야기들......
바쁘고 급하게 행동해도 늘 시간 없는 도시에 비해 느리고 여여하게 흘러가는
그 풍경에 마음 머물러 괜히 벙싯거리며 눈치 안채게 몇 컷 슬쩍 찍었다.
무질서 속 분명한 질서들. 벽에 분필로 써 놓은 메모도 정겹기 그지없다. |
첫댓글 재촉할 일이 없는 듯 피어오르는 이야기 꽃 속에서 자연스레 사진을 찍은 이 몇 장이야말로 최근 까페에서 본 사진 중에 가장 사람소리가 듬뿍 담긴 사진 같아서 좋습니다.
사실, 이 까페에 사진 올리는 것 쬐끔 망설여요. 기라성 같은 분들의 좋은 작품 속에 사진에 대해 잘 모르는 제 사진들이 주눅들어서...... 그래도 베스트드레서는 옷 가지수 많지 않고, 큰 대목일수록 사용하는 못의 갯수가 적다는 것 위안 삼고 딸아이에게 선물 받은 싸구려 카메라로 퍽퍽 찍어댄답니당.^^
"사람소리가... " 편안하고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