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의 어느 날
산행을 하던 도중 야생 고양이 두 마리를 만났습니다.
순환도로 중턱의 고양이 두 마리는
도로 건너편에서 짝짓기를 위한 울음으로 메아리쳤습니다.
건너편 쪽으로 올라오신 어르신이 있어
고양이 두 마리 보지 못했느냐고 물으니까 산위로 올라갔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연말쯤 산행의 정점에서 쌍절곤 운동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가파른 절벽 위에서 고양이 한마리가 풀쩍 뛰어 내려 순환도로 위로 도망하였습니다.
제가 쌍절곤 운동을 하는 순환도로 인도의 연무장은
산을 절개하여 순환도로를 만든 가운데 가장 가파른 바위 절벽이 형성된 곳입니다.
지난 해 여름 비가 많이 와서 바위 일부가 무너졌는데
더욱 가파른 바위 절벽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새벽마다 그 곳에 가보면 다른 곳은 비 온 흔적이 없는데도
그 곳은 이슬비가 내려 보도블럭에 빗방울이 맺혔습니다.
며칠 뒤 인도의 보도블럭에 작은 돌이 떨어져 있어
발로 치우면서 바위 절벽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바위 절벽과 절벽 사이 흙이 조금 있었는데
그 곳에 고양이 길로 추정할 수 있는 희미한 길의 흔적이 있었습니다.
며칠 뒤 또 작은 돌이 떨어져 있어 발로 치우면서
바위 절벽을 보았는데 희미한 길이 좀 더 선명하였습니다.
바위 절벽은 대략 7미터쯤 되는데
고양이는 물론 어떤 짐승도 다닐 수 없는 곳인데
바위와 바위 사이 아주 가파른 흙길이 만들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산행을 할 때마다 안전한 쌍절곤 운동을 위해서
작은 돌과 전쟁을 몇 달 동안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희미하던 고양이 길이
이제는 고속도로가 되었습니다.
며칠 전 비 오는데도 불구하고 산행을 하였는데
쌍절곤을 베냥에 넣지 않고 보온통의 물만 준비하고 우산 쓰고 산행을 하였습니다.
보온통의 물은 평소에는 보이차물을 준비하였는데
이 날은 비 오는 날의 산책을 위해 보이차를 비롯해서 믹스커피와 천마차까지
보온통에 쏟아넣고 물을 가득 부었습니다.
산행의 정점에 도착하였지만 비 오는 날......
팔굽혀 펴기도 할 수 없고 쌍절곤 운동도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따뜻한 보온통의 물을 천천히 한 모금씩 마시면서
길 건너편 쌍절곤 연무장의 야생 고양이 길을 관찰하였습니다.
보이차와 믹스커피와 천마차가 혼합된 물은
비 오는 날 특별한 맛을 느끼게 하였습니다.
천천히 물 맛을 느끼면서
야생 고양이의 길을 관찰하는 산행의 여유를 가졌습니다.
비에 젖은 야생 고양이 길은
바위 절벽과 절벽 사이 흙을 쌓아서 새끼 고양이도 안전하게 다니는 대로가 되었습니다.
바위 절벽을 조금만 지나면 산의 경사가 완만해서 안전하게 산을 다닐 수 있는데도
바위 절벽 틈으로 길을 만들어 안전한 거처를 만들었습니다.
낮에 얼마나 많은 새끼 고양이들이 수 없이 드나들었는지
이제는 30센티는 될 만큼 절벽의 흙길이 만들어졌습니다.
야생 고양의 길을 아는 사람은 저 밖에 없으며
바위 절벽 아래 인도는 최고의 쌍절곤 연무장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고양이도 저의 존재를 알고
새벽에 놀라서 뛰어 내리는 일은 전혀 없었습니다.
야생 고양이의 안전한 자구책을 보면서
바위 절벽, 그 틈새의 길을 만들어 스스로를 보호하는 지혜를 엿보았습니다.
쉬운 길은 천적이 흔적을 발견할 수 있지만
바위 절벽에 만든 틈새의 길은 어떤 천적으로부터도 안전하였습니다.
산에는 들쥐들이 많아
야생 고양이의 먹이가 되었습니다.
문득 바위 절벽 아래서 쌍절곤 운동으로 절벽 길을 뛰어 오르는 야생 고양이의 운동 신경에 감탄하며
매일 새벽 3시 30분의 산행으로 건강을 도모하는 제 자신이
야생 고양이의 자구책과도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