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재집 제7권 = 잡저(雜著)-퇴계 선생 묘지명〔退溪先生墓誌銘〕
아름다운 말씀 들을 수 없고 / 徽言輟響
끊어진 맥을 이을 수 없네 / 墜緖莫紹
진실로 선생께서는 / 允矣先生
동방에 우뚝하게 태어나셨도다 / 挺生東土
전현을 흠모하는 뜻 높게 가지고 / 抗志前哲
오직 도를 추구하였으며 / 惟道是求
일찍이 굴레를 벗어버리고 / 早脫羈馽
급히 산림에 돌아오셨네 / 遄返林丘
고요한 곳에 한가로이 지내며 / 棲遲靜便
경전을 강독하였고 / 講誦墳籍
잠심하고 힘써 실천하여 / 潛心力踐
박문으로 약례에 이르렀네 / 由博造約
쌓은 덕이 두터웠기에 / 旣積之厚
드러나는 것이 빛났으며 / 其發也光
겸손하여 속으로 감추었지만 / 謙存尙褧
숨기려 해도 더욱 드러났네 / 欲晦彌彰
네 조정의 부름 받은 것이 / 四朝徵召
삼십 년 동안의 행장이라네 / 卅載行藏
그 공을 떨치지 못했음을 / 未奮厥庸
저 푸른 하늘은 알리라 / 彼蒼者天
대대로 그 덕을 품어 / 世懷其德
만년토록 장수하기를 바랐는데 / 冀壽萬年
누가 알았으랴, 한 번의 질병으로 / 誰謂一疾
갑자기 돌아가실 줄을 / 遽易曾簀
사람 없고 학문 끊어졌으니 / 人亡學絶
우리의 도 의탁할 곳이 없네 / 吾道無托
좋은 땅을 찾아서 / 吉卜之從
이곳 새 언덕에 터를 잡았네 / 兆此新崗
오직 아름다운 그 명성만은 / 惟其令聞
멀어질수록 더욱 창성하리라 / 愈遠益昌
[주-D001] 박문(博文)으로 약례(約禮)에 이르렀네 :
글을 통하여 지식을 넓히고 예를 통해서 행동을 검속하는 것이다. 안연(顔淵)이 공자를 두고 말하기를 “부자께서는 나를 문으로 넓혀 주고 예로써 요약하여 주셨다.[博我以文, 約我以禮.]” 한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子罕》
[주-D002] 행장(行藏) :
용행사장(用行舍藏)의 준말로, 자신의 도를 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거취를 결정하여 조정에 나아가기도 하고 은퇴하기도 하는 것을 말한다. 《논어》 〈술이(述而)〉에 “써 주면 나의 도를 행하고 써 주지 않으면 숨는다.[用之則行, 舍之則藏.]”라고 한 말에서 유래하였다.
ⓒ 한국국학진흥원 | 김우동 (역) |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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