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닛산은 자사의 볼륨 모델 알티마를 내달께 내놓는다. 알티마는 닛산의 주력 모델이자 가장 치열한 중형차 시장에서 싸워야 한다. 기존 알티마는 지난 2011년 데뷔 후 지금까지 수명을 이어왔다. 하지만 지난 2017년, 새로운 플랫폼을 내세우며 등장한 8세대 캠리, 2018년 나온 10세대 어코드와 싸우기엔 역부족이었다. 2천만원대 가격을 중심에 내세웠지만, 세월의 흔적을 지우긴 어려웠다. 그 때문에 가성비(가격대비 구성)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수명을 이어왔다.
무난함을 내세운 토요타 캠리 2.5
경쟁사 토요타는 캠리 가솔린과 하이브리드를 바탕으로 시장을 넓히는 중이다. 사실상 엔진 라인업으로 보면 혼다가 가장 유리하다. 혼다는 3개 파워트레인을 통해 하이브리드, 대중(1.5T), 고성능 세단(2.0T) 시장까지 잡고 있다. 반면 지금까지의 닛산은 알티마 2.5로 가장 일반적인 소비자층만 공략해 왔다. 하지만 이제 고성능을 즐기는 수요까지 끌어 안을 수 있게 됐다. 새로운 2.0T 엔진을 통해서다.
알티마에는 하이브리드 버전이 없다. 이에 토요타 및 혼다처럼 하이브리드 영역까지 도전하긴 어렵지만 2.5 자연 흡기 엔진과 2.0 터보 엔진의 조합이라면 대중과 함께 달리기 성능을 원하는 마니아층까지 아우르며 균형 잡힌 싸움을 할 수 있게 됐다.
토요타는 늘 그랬듯 하이브리드만 외치는 중이다. 정확히 그들의 일본 본사, 한국 지사의 최고위층(경영진)이 하이브리드를 밀고 있으니, 전력을 하이브리드 홍보, 마케팅에 쏟아붓는 것이다. 그 덕분에 캠리 하이브리드 수요층도 늘었다. 혼다는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통해 캠리 하이브리드와 싸운다. 사실 순수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성능만 놓고 보면 혼다의 것이 낫다. 특히 시내 주행에서 대단한 연비를 낸다. 순수 성능 측면에서도 월등하다. 하지만 이미 구축된 '토요타=하이브리드'라는 이미지 덕분에 캠리 하이브리드의 선전이 지속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닛산은 5세대 알티마와 2.5리터 엔진, CVT(무단변속기)를 중심에 두고 경쟁에 참여했다. 초기엔 3.5리터 모델도 있었지만 수요가 적었다. 반면 6세대 알티마는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맞춘 가변 압축비를 내세운 2.0리터급 VC 터보엔진을 통해 순수한 성능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잡아 나갈 계획이다.
고성능을 내세워 온 혼다 어코드 2.0T
이 엔진은 인피니티 QX50에 먼저 탑재된 것으로 주행 상황에 따라 압축비를 달리하는 것이 특징으로 고효율 모드에서 최대 14:1 수준의 엔진 압축비를 갖는다. 또한 성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할 때 압축비를 8:1 수준으로 낮춰 고출력 터보엔진 특성을 모두 살린다. 하지만 이 엔진이 갖는 또 하나의 장점이 있는데, 엔진 속 커넥팅 로드의 움직임을 줄여 진동을 줄여준다는 점이다. 특히 주행 때 V6엔진 수준의 부드러운 감각을 보인다는 이점이 있다. 엔진 출력은 252마력, 최대토크는 38.7 kgf·m를 낸다. 수치로 보면 어코드 2.0T(256마력) 대비 4마력 부족한 성능이나 토크에서 1.0kgf·m 정도 앞선다.
인피니티 QX50에 장착된 VC-터보엔진
두 모델 간 무게 차이를 보자. 공식 자료를 근거로 무게 차이는 5kg 수준이다. 알티마가 어코드(1550kg) 대비 무겁다. 하지만 이 정도 차이는 오차 범위 안에 포함되는 것으로 최종 성능은 변속기의 효율성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알티마의 변속기는 CVT다. 이미 다른 모델을 통해 검증됐고, 더욱이 4륜구동 시스템까지 맞물린 QX50에서 사용한 경험이 있는 만큼 내구성에 대한 자신감도 일부 엿볼 수 있다. 특히나 전 세대 알티마 초기형에 탑재된 CVT 일부가 잔고장을 보인 이력이 있어, 닛산이 내구성 향상에 더 신경을 썼다는 후문이다.
자사의 약점으로 지적되던 스티어링의 무거움도 이번에 해소된다. 기존까지 닛산은 전기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사용했는데, 유압식 특유의 감각적 이점을 갖춘다는 장점이 있었던 반면, 빠른 조향에서 너무 무겁다는 아쉬움을 줬던 바 있다. 반면 이번 모델은 전자식 스티어링 시스템이 갖춰진다.
다만 알티마가 처음 탑재한 사륜구동 시스템(Intelligent All-Wheel Drive) 버전은 이번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겨울철 눈길을 걱정하는 수요층도 존재하는 만큼, 향후 4륜구동 모델의 투입도 점쳐 볼 수 있겠다.
이제 한달 남짓이면 신형 알티마가 투입된다. 구성에서 최고수준을 보여줄 예정인 만큼 첫 단추만 잘 끼우면 경쟁사 수요층을 최대한 빼앗을 수 있다. 한국닛산은 2천만원대 가격을 시작으로 접근성을 높이고, 성능과 고급화 전략을 통해 한국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