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7일(금) 오후 3시
대전 민족사관
연어를 읽고
다시 기성이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주에 새로운 알바를 이야기 하더니 다시 시간이 겹치는 것 같다. 한주 만에 성진이랑 일대일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오늘은 연어다. 계속해서 요약하는 것에 대해서 지적(?)을 했더니 오늘 글은 조금 나아졌다. 특히 책의 앞 부분만 읽고 요약을 해 오던 패턴이 달라진 것이 큰 변화다. 물어보니 책을 다 읽었다고 한다. 구체적인 줄거리로 요약하진 않았지만, 글의 내용을 보면 성진이의 말처럼 책은 어느 정도 읽은듯 하다. 문제는 느낀 점이다. 이 부분은 잘 고쳐지지 않는다. 좀 더 구체적으로 적어라.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담아서 기록하라고 계속해서 강조하고 이야기 하지만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의 생각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번에도 밝혔듯이 성진이의 성격이나 기질 자체가 깊이 고민하고 생각하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문해력이나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이 부분을 부정할 수 없다. 분명히 학습 능력이 떨어진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다. 확신할 순 없지만 성진이에게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방어기제가 강하다. 적당한 거리 두기와 자신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쿨한 척, 괜찮은 척을 하지만 눈빛은 항상 불안해 있다. 오늘도 역시 성진이는 자신을 꼭꼭 숨겨두었다.
어떻게 하면 그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올 수 있을까?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는 많은 용기와 격려가 필요하다. 안정된 공간과 관계라는 것이 확인되어야 한다. 줌 수업이 이런 부분에선 한계가 분명하다. 서로 얼굴과 얼굴을 맞대어 볼 수 있다면 조금 나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줌으로만 수업이 진행되다보니 그런 신뢰의 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에 참 많은 제한이 존재한다. 성진의 여러 생각들, 감정들을 밖으로 끄집어 내기 위해 이런저런 짊문들을 던져보지만, 여전히 성진이는 미꾸라지처럼 빠져 나간다. 이 녀석의 마음 속에는 무엇이 들어가 있을까? 무슨 생각을 할까? 그저 웃음으로 이 상황을 빠져 나가려는 녀석의 모습이 답답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언제 책의 내용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과 맞서며 자신의 삶을 거슬러 올라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