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서부 지방을 중심으로 많은 눈이 내렸다. 이번 겨울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더 추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특히 추운 시기와 그렇지 않은 시기가 자주 번갈아 오며 기온이 널뛰기 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지표면에 쌓일 정도로 눈이 내리게 되면 도로교통에 많은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극도로 낮아진 접지력으로 인해 사고 위험성이 크게 증가하며, 눈이 내리고 난 다음 날에는 이 눈들이 얼어서 빙판길로 변해 더욱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 때문에 눈이 내리기 시작하면, 도로에 눈이 쌓이기 전에 출동해서 노면에 눈이 쌓이거나 얼어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일을 하는 것이 바로 제설차다. 우리나라의 제설차는 각 지자체나 도로공사 등이 운영하고 관리하며, 신속한 제설작업 및 염화칼슘 살포 작업을 통해 노면에 쌓인 눈을 제거하면서 염화칼슘을 살포하여 도로가 어는 것을 방지한다.
통상적으로 제설에 사용되는 차량은 일반적인 상용 화물차량을 개조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조종석에 해당하는 캡의 앞부분에 도저 블레이드를 장비하고 차체 뒤쪽에 염화칼슘 탱크와 살포기 등을 장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다만 이러한 차량들은 골목길 같이 비좁은 길에서는 운영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 대체로 도시화가 잘 되어 있는 도로, 즉 대로변이나 고속화도로 등에 중점적으로 투입된다.
하지만 도시 외에 강원도 같은 산간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많은 지역에서는 이러한 상용트럭 기반의 제설차로는 작업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강원도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우니모크 등과 같은 특수목적 자동차를 구입해 이를 제설 장비로 활용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우니모크는 극강의 험로 주파성능과 견인력을 가져, 이러한 임무에 제격이다. 하지만 상기한 일반 차량에 비해 가격이 매우 높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뿐만 아니라 북미 지역같이 눈이 매우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눈을 모아서 다른 곳으로 날려 보내는 형태의 장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제설장비는 민간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운용한다. 대부분 육군에서 군복무를 하게 되는 대한민국 남성들은 거의 인력으로 제설작업을 했던 기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공군의 경우에는 제설작업의 스케일이 달라진다. 바로 활주로의 존재 때문이다. 항공기 운용에 필수인 활주로는 워낙에 면적이 넓어서 인력이나 위와 같은 제설차량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사시 신속한 출격을 위해 준비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특수 장비를 사용하는데, 이것이 SE-88이다.
SE-88은 1988년도에 한 공군 군무원의 아이디어로 개발된 활주로 제설 전용 장비다. 겉모습만으로도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이 제설 장비는 제설 작업의 개념부터 다르다. 일반적인 제설차량이 도저블레이드로 '눈을 치우는' 작업을 수행한다면, 이 장비는 제트기의 엔진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풍을 이용해 활주로에 쌓은 눈을 그 자리에서 '증발시켜버리는' 개념의 장비다. 대한민국 공군에서는 이 장비를 개발한 이후 현재도 아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이렇게 제트엔진을 이용하는 비슷한 개념의 제설장비는 러시아에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