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또 그러겠어요."
한화 오세훈 운영부장은 최근 신인 황우구(23)가 오른쪽 어깨가 아프자 불안한 마음에 "설마"라고 말한다.
"누가 그러더라구요. 근데 별 상관 있겠어요."
황우구는 나중에 알았지만 신경을 쓰지 않는단다.
뭘. 왜?
황우구가 달고있는 '31번'에 감춰진 비밀. 31번은 팀내에서 징크스의 번호다.
이 번호를 단 선수치고 잘 한 선수도 없었고, 선수생명도 무지하게 짧았다.
87년 투수 이척기가 달았다가 89년에는 김홍명이 바통터치했다.
이척기는 통산 2승, 김홍명은 그 해 6승(8패)을 올리고 무엇이 이상했는지 다음해에 외야수 김성렬에게 번호를 넘겨줬다.
김성렬은 통산 34경기에서 타율 1할5푼4리를 기록.
여기까지는 서막, 진짜 징크스는 96년부터 시작된다.
96년 태평양에서 한화로 이적한 투수 박은진은 31번을 받아들고 그 해 승패없이 한경기만 뛴 뒤 선수생활을 마친다.
97년에는 LG에서 트레이드됐던 강봉수가 2군에만 있다가 유니폼을 벗었다.
작년에는 외국인 선수증 최대어라던 마이크 부시가 '최대 실패작'이란 소리를 듣고 시즌도 끝나기전에 미국행.
이런 31번을 황우구가 골랐을때 구단관계자들은 별 생각이 없었단다.
그러다 미국 전지훈련에서 일찌감치 주전 유격수로 자리잡은 기대주가 시즌을 앞두고 아프다고 하니 문뜩 떠오르는 게 이 악몽.
물론 이번 만큼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한구석의 불안감을 버릴수는 없는 게 구단의 속마음이다. <신보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