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사당에서 강남까지 2호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회사원 최모(41)씨는 지하철을 탈 때마다 ‘오늘의 지하철 날씨’(?)가 궁금하다. 때에 따라서 지하철 객차의 실내 온도가 ‘찜통’과 ‘냉탕’을 오가기 때문이다. 최씨는 얼마 전 출근 길에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푹푹찌는 찜통 지하철 객차를 피해 다른 객차로 옮겼더니 딴 세상에 온 듯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터져나오고 있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지하철에는 시원한 객차와 더운 객차가 있다. 지하철 객차가 구형이냐 신형이냐에 따라, 혹은 ‘약냉방’ 차량이냐에 따라 다르다.
서울지하철공사에 따르면 2호선을 운행하는 총 88대 전동차 중 5대에 구형 저항장치가 달려 있는 객차가 있다. 저항장치란 지하철을 움직이고 남은 전기를 열로 방출하는 장치를 말한다. 신형 객차는 남은 전기를 다시 전차선으로 돌릴 수 있지만 구형의 경우 그냥 열로 방출한다. 당연히 아래 쪽에서 열이 후끈후끈 올라 올 수밖에 없다. 5대의 전동차 중 구형 저항장치가 달린 객차는 앞에서 두번째, 뒤에서 두번째, 가운데 등 세 곳에 배치된다. 10량 짜리 전동차라면 2번, 9번, 5번이나 6번 객차에 해당된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내년에 구형 차량을 전부 신형으로 교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러 냉방을 약하게 한 ‘약냉방’ 객차도 있다. 지하철 4호선은 지난해부터 “지하철이 너무 춥다”는 민원이 2~3배 증가하자 일반 냉방 온도인 25℃보다 높은 27℃를 유지하는 약냉방 객차를 배치했다. 5번, 6번 객차가 이에 해당한다. 1호선도 약냉방 차량을 운영한다.(철도청 열차 제외)
지하철 에어컨에서 더운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최악의 상황이 종종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냉매가스가 부족하거나 해당 차량 에어컨을 조절하는 온도 감지 장치가 고장나는 등 기계적인 결함일 가능성이 높다. 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지하철 냉방을 자동으로 해 놓으면 각 칸 마다 설치된 실내 온도계에 의해서 에어컨이 통제된다. 보통 실내 온도를 26~27℃로 유지하도록 하는데 온도계 세팅 자체가 잘못되어 있을 경우 에어컨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밖에 3호선과 최근에 개통된 지하철은 대부분 신형 객차인데다가 약냉방 객차를 운영하지 않는다. 따라서 기계적 결함이 없는 이상 시원한 온도를 유지하게 된다. 지하철공사는 98년부터 매년 지속적으로 냉방에 쓰는 전기 용량을 지속적으로 높여 오고 있다. 지난해 시간당 3만 Kcal이었던 냉방 용량을 올해는 4만 Kcal로 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