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밤공기를 마시며 마당에 나가 본다. 사방이 너무도 고요하고 적적해서 홀홀 외롭다. 밤 하늘을 올려다 본다. 뚜렷한 오리온 별자리가 문득 머리 위에 확연히 보인다. 어디가 큰곰자리인지 작은 곰 자리인지 모르나 커다란 직사각형에(아니면 사다리꼴인지) 가운데 반짝이는 세개의 별들이 박혀 있다. 오리온 좌에서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W 자 모양의 카시오페아 별자리가 보인다. 여름의 밤하늘에 보이던 북두칠성 국자 모양은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질 않는다.
가만히 넓은 마당 숲쪽으로 걸어 가 본다.
검은 숲 그림자속에서 무언가 번쩍 번쩍 날아 다니는 것이 눈에 들어 온다. 걸음을 멈추어 어둠을 주시한다. 어머나~~~!!!
쟤들이 언제 다시 찾아 왔네!
반가운 마음부터 일어 난다. 잠시 숨이 멎는 듯하다.
검은 숲속을 마음껏 반짝이고 날아 다니는 애들.
얼른 방으로 다시 돌아와 곤히 잠들어 있는 둘째 아이를 깨운다. 이 순둥이는 깨우는 대로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고 엄마를 따라 나선다.
늙은 엄마와 나이 든 딸, 두 모녀의 동심이 깨어 난다.
밤하늘 저 멀리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별들과 검은 숲 요기 저기에서 반짝이는 개똥벌레의 환상적인 불꽃쇼가 조용하나 요란하다. 계곡의 물소리도 숨죽인 듯 고요한 시골의 가을 밤이다.
쌀쌀한 냉기를 뒤로 하고 집으로 내려 오니 키 큰 은행나무 위에서도 번쩍이고 지붕끝에서도 번쩍인다.
계곡에 다슬기가 있다고 하니 반딧불이 애벌레가 먹을 것이 있고 숯가마도 사라졌으니 청정한 계곡 공기 속에서 반딧불이가 몇년 새에 다시 찾아와서 자리를 잡았나 보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들 마음 속에 사랑과 행복을 다시 불지펴 주니 마냥 어린 마음이 새삼스레 폴짝거린다.
서리 내리기 전에 나무와 꽃들을 옷을 입혀 주러 다시 시골에 내려가야 한다. 지난 주에 보았던 반딧불이 쇼를 이번엔 못 볼지도 모른다. 이번에 하루 일정이라서 밤 하늘을 못 볼테니..
지난 번에 따지 못하고 깜빡 두고 온 호박이 얼마나 컸을라나.. 마당엔 은행이 떨어져 있다. 은행은 짧은 햇살에 작은 의자를 깔고 앉아 손이 시려워 호호 불면서 주워야 가을 맛이 더 진하다.
바람에 은행잎 우수수 날려 떨어지고 계곡물에 반짝이는 햇살이 가만히 흔들리면 언덕에 무리지어 피어난 보라빛 들국화가 웬지 어여뻐 보이는 법이다. 쑥인지 꽃인지 모를 잡초들 사이에 추석전에는 자주빛 물봉선이 흐드러 지더니 추석 지나면 연 보라색 들국화가 언덕바위틈 사이에 얼굴을 드러낸다. 소박한 가을의 정취가 사랑스럽다.
꽃들도 돈 냄새가 나도록 무더기로 심어서 난만(難漫)하게 많은 무리 속을 다니도록 꾸며 놓은 곳도 많다. 그것도 유행인지..
그러나 드믄 드문 지대로 피어난 노란 산국이며 하얀 구절초가 간간이 피어 있는 조촐한 산골풍경을 난 더 사랑하고프다.
꽃을 보고 향내를 맡는 조용하고 고요한 아름다움을 만끽하고프다. 멀미 중에도 꽃멀미는 사양하고 싶사와요.
첫댓글 박점분 후배님!
소녀같은 맑은마음,
개똥벌레 칭송,
히얀꽃 구절초!
우리집에도 요즘
나팔꽃이 아침마다
핍니다.
올해는 비가 자주내려 꽃들이 아주 무성하여 좋습니다.
이제 모든 나무들도
단풍이들어 많이 봐 주세요 히는것 같습니다.
맞아요. 올 여름은 너무 더웠고 비도 많이 내렸어요. 그런데 지나가고 나니 다 잊혀집니다. 늦게서야 나팔꽃도 피고 다알리아도 꽃을 피우고 늦게 열린 호박이 탐스럽기도 합니다.
아 거기 가평집 그립습니다, 저도.
재민씨 더 추워지기 전에 나들이 가도 좋아요.
재민씨, 정말 오랜만이에요 ㅎㅎ
한번 보고 싶다^^,
재민씨 가평 갈 때, 나도 같이 갈 수 있게 해주세요 ㅎ
@안영희52 네 오랜만이네요. 잘 지내시죠?
근데 저는 이제 나들이를 잘 안하고 있어요.
특별한 이유는 없고 그냥 더 게을러진 것이지요.ㅋ
저도 시간ㅍ맞으면 함께 해요.
저는 금욜이나 토욜이면 함께 할수
있어요.
는 부지런하신 송경희 선배님,
저는 게을러서 사실 가평 나들이는 생각하기 쉽지 않아요...
그냥 마음만 그렇다는 것이지요.
선배님, 늘 여기서 뵈니 좋아요.
호박은 말려서 떡에 같이 버무려 먹어도
맛이 구수하고 좋습니다.
저는 호박꽂이 떡 좋아해서 떡집에서
사 먹곤합니다.
이 호박은 새우젓 넣고 지져 먹기 좋지요.
또 채쳐서 풋고추와 함께 부칭개 해먹어도 맛있어요. 떡에 넣는 호박은 누렇게 늙은 호박
을 말려 두었다가 긴긴 겨울밤 간식으로 해 먹는 떡에 넣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