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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그리스 로마 신화(Greek Roman Mythology)
오늘날 그리스 신화는 우리나라 사회에서 그 어떤 지역의 신화보다 잘 알려져 있다. 한때 그리스 신화 광풍이 불기도 했었고, 지금도 그 열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도 그리스 신화 못지않은 많은 훌륭한 신화들이 있는데, 유독 그리스 신화에만 사람들이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른 지역의 신화와 달리 그리스 신화가 걸어온 길을 알아야만 이해할 수 있다. 그리스 신화는 그냥 정체되어 있었던 다른 지역의 신화와는 달리 역사와 함께 발전을 거듭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 과정에 수많은 역사가들과 문학가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그리스 고대 문학의 최고봉인 《일리아스(Ilias)》와 《오디세이아(Odysseia)》를 쓴 그리스 최고의 시인 호메로스(Homeros, 기원전 8세기경)를 비롯하여 《神統記, 신통기(Theogony)》, 《노동과 나날(Theogony)》을 쓴 헤시오도스(Hesiodos, 기원전 7세기경) 등이 맨 선두에 서서 그리스 신화를 이끌었다.
특히 헤시오도스는 《신통기》에서 그리스 신들의 계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는 업적을 남겼다. 이 외에도 수많은 역사가와 문학가들이 신화를 정리한 작품을 남김으로써 그리스 신화는 발전을 거듭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여 그리스 신화는 하나의 문학 작품과 같은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읽고 있는 그리스 신화는 이렇게 역사의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완성된 마지막 단계에 속하는 것들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그리스 신화를 읽다 보면 잘 다듬어진 하나의 문학 작품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것이 그냥 구전되어 온 다른 지역의 신화와 커다란 차별화가 이루어져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사랑을 받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그리스 신화의 주요 이야기는 이미 선사시대에 만들어져 있었던 것들이다. 고대 그리스는 기원전 3000∼2000년경에 이미 만들어진 지중해의 크레타 섬을 중심으로 하는 크레타 문명과 미케네(Mycenae) 문명 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기원전 12세기에 이르러 현재의 그리스 민족이 이 지역을 정복함으로써 문화가 서로 융합되었다.
이런 가운데 여러 복잡한 신화가 생겨났으며, 이렇게 구전되어 오던 신화를 토대로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 등과 같은 문학가와 역사가들이 이를 문학 작품으로까지 발전시켜 오늘날의 그리스 신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아직까지 다른 지역의 신화들 중에는 이 지역의 신화가 마치 역사적 사실로 받들어지거나 심지어 종교로 발전하여 숭배하는 곳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것은 그 지역에 최초의 정권이 탄생할 때 그 정권의 정통성과 권위를 보이기 위해 정권을 신화와 연결시켜 신적인 존재로 만들면서 생긴 일이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서 만큼은 더 이상 신화가 사실이냐 아니냐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그리스 신화는 서양의 역사에서 문학과 예술 부문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고, 수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따라서 이제 그리스 신화는 종교나 역사적 사실을 뛰어 넘어 서양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필수 코드로 우리 앞에 등장하고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책들을 보면 제목이 그리스 신화 가 아니라 그리스 로마 신화 라고 되어 있는 것들이 많다. 왜일까? 역사적으로 볼 때 그리스와 로마는 분명 서로 다른 지역인데, 그렇다면 그리스 로마 신화는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를 따로 다루는 신화란 뜻일까. 사실 그리스 신화와 로마 신화는 별개의 것이 아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역사적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고대 그리스는 유럽 지역에서 최고의 문명을 이룬 곳으로 유명했다. 반면, 신흥 강국으로 등장한 로마는 다신교를 숭배하고 있었으며, 개방적인 사고를 가져 그들이 정복한 나라의 고유한 문화를 존중해 주었다. 또한 정복한 나라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에도 열심이었다.
이런 가운데 로마가 그리스를 정복하였는데, 그리스가 이룬 문명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놀라움은 그리스의 문화에 대한 존경심으로까지 발전했고, 이런 가운데 자신들만의 신화 체계가 약했던 로마는 그리스 신화를 그대로 자신들의 고유 신화로 받아들이기에 이른다.
로마인들의 최초 그리스 신화 도입은 자신들의 건국 신화에 그리스의 여신을 끌어들이면서 시작되었다. 그리고 차츰 그리스 신들의 이름은 당시 로마에서 사용되고 있던 라틴어로 바뀌어 로마 전역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하여 그리스 신화는 그대로 로마 신화로 이어졌던 것이다.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군데군데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신탁(神託, oracle)이다. 올림포스의 주신들 이야기에는 물론 영웅들의 모험 이야기에도 신탁이란 단어는 예외 없이 등장한다. 도대체 신탁이란 무엇일까? 신탁이란 주술적 예언과 비슷한 뜻을 가진 용어라 할 수 있다. 즉, 신탁은 인간이나 낮은 신이 판단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물음에 신이나 더 높은 신이 답을 내놓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그리스인들의 신탁은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졌을까? 그리스의 델포이 지방의 신탁(델포이 신탁, Oracle of Delphi)은 당시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신탁소로 유명했다. 그래서 이곳에는 신탁을 받기 위해 그리스 각 지방은 물론 멀리 외국에서까지 신탁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로 붐볐다.
일단 신탁소에 오면 피티아라고 불리는 무녀가 있다. 사람들이 신탁을 청하면 신에 의해 결정된 신탁이 이 무녀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그러나 이때 무녀가 내뱉는 말은 신의 대리인으로서 하는 말이기에 듣기에 애매한 주술적인 것들이 많았다.
이런 경우에는 또 다시 이를 해석해 주는 중간 전달자에 의해 시문으로 옮겨져 전달되기도 한다. 때로는 중간 전달자에 의해 전달된 시문의 신탁에도 뜻이 분명하지 않은 것들이 있어 결국 신탁을 받으러 온 사람이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행동하는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 카오스에서 최초이 신이 태어나다
이 세상 최초의 상태는 카오스(Chaos)였다. 카오스란 혼돈, 거대한 무한 공간, 공허를 뜻하는 말로 아무런 질서가 잡히지 않은 상태를 뜻하며, 그 속에는 이 세상을 창조하는 신적인 존재라는 뜻도 담겨 있다. 어쨌든 이때는 아직 하늘과 땅이 나누어지지 않았으며, 음양(陰陽)의 구별도 없었다.
이러한 카오스 상태에서 스스로 최초의 신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가장 먼저 대지의 여신 가이아(Gaia)가 태어났다. 다음으로 땅속 가장 깊은 곳에서 타르타로스가, 그 다음으로 정신적인 힘의 신 에로스가 태어났다. 그리고 계속해서 암흑의 신 에레보스와 밤의 신 닉스가 태어났다.
최초의 신 가이아는 스스로 몇 명의 신들을 낳았는데, 바로 하늘 신 우라노스, 산맥 신 오레, 바다 신 폰토스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신들은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신격화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그 중 하늘의 남신인 우라노스와 서로 교합하였는데, 이는 하늘과 땅이 붙은 것이 되므로 그 사이에 빛이 들어올 수 없어 세상은 캄캄하였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대지의 여신으로 모든 신과 인간의 원초가 되는 고대 그리스인들이 제우스를 제일가는 신으로 받들기 이전에 숭배하던 모신(母神)이었다. 카오스에게서 태어나 자신의 아들 우라노스의 아내가 되어 티탄을 낳았다. 우라노스가 크로노스에게 거세를 당한 후에는 폰토스를 남편으로 맞이했다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상당수는 가이아의 혈통을 이어받아 고대 그리스에서는 가이아를 만물의 근원으로 숭배하였다.
가이아(Gaia)와 우라노스(Ouranos) 사이에 티탄(Titan)이라는 남신 5명[오케아노스(Okeanos), 코이오스(Koios), 히페리온( Hyperion), 크리오스(Kreios), 이아페토스(Iapetos)], 티타니스(Titanis)라고 하는 여신 6명[테티스(Thetys), 포이베(Phoibe), 테이아(Theia), 테미스(Themis), 레아(Rhea), 므네모시네(Mnemosyne)]이 태어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크로노스(Kronos)가 태어났으며, 이들 12명을 합하여 티탄족 12남매라고 부른다. 뒤이어 가이아는 또 3명의 외눈박이 거인인 키클롭스(Cyclops) 형제와 3명의 머리 50개 달린 거인인 헤카톤케이르(Hecatoncheir) 형제를 낳았다.
우라노스는 이들이 모두 이상한 괴물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지하 깊은 곳에 있는 타르타로스(Tartaros, 지옥)라는 곳에 가두어 버렸다. 이때부터 가이아와 우라노스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거인족들이 갇힌 타르타로스가 대지의 신 가이아의 몸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난폭한 괴물 거인족들이 조금이라도 요동을 칠라치면 가이아는 그 고통으로 괴로워해야 했다. 결국 가이아는 티탄족 12남매에게 도움을 청했고, 그 중 막내 크로노스가 나섰다.
가이아는 크로노스에게 낫을 주면서 우라노스의 생식기를 잘라버리면 죽을 것이라고 귀뜸해 준다. 이에 크로노스는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누르며 자고 있는 우라노스에게 다가가 낫으로 그의 생식기를 잘라버렸다. 이때 흘린 우라노스의 피에서 복수의 여신인 에리니에스(Erinyes) 자매, 거인족 기간테스(Gigantes), 그리고 물푸레나무의 님프 요정인 멜리아스(Mellyas)가 태어났으며, 그의 생식기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Aphrodite)가 태어났다. 이 일로 세상의 지배권은 크로노스(Kronos)가 쥐게 되었으며 우라노스는 크로노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기며 물러갔다.
너 역시 나처럼 너의 자식에게 쫓겨나고 말 거야!
대지의 여신 가이아로부터 하늘 신 우라노스가 떨어져 나가면서 비로소 하늘과 땅은 분리되었으며,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오게 되었다.
우라노스는 그리스 신화의 하늘의 신으로 대지의 여신인 가이아의 아들이자 남편이다. 아들 크로노스에 의해 성기가 잘렸는데 그의 피가 땅에 떨어져 복수의 여신인 에리니에스가, 바다로 떨어진 성기의 흰 거품 속에서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태어났다고 한다. 천문학에서 우라노스는 천왕성을 가리킨다.
크로노스는 시간의 신, 농경과 계절의 신으로 올림포스의 주신(主神) 제우스의 아버지이다. 하늘의 신 우라노스와 대지의 여신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족 중의 최연소의 신이자 지도자였다. 크로노스의 시대는 인류의 황금시대였으나 부친을 살해했다는 죄의식과 자기 아들에게 지위를 뺏긴다는 예언으로 인해, 자식들이 태어나는 대로 차례로 잡아먹다가 아들 제우스에게 제압당한다.
∎ 올림포스의 주신 제우스의 탄생
한편 우라노스의 뒤를 이어 세상을 지배하게 된 크로노스는 티탄족 12남매 중 한 명인 레아와 결혼하였다. 이 둘 사이에 5명의 자식[헤스티아(Hestia), 데메테르(Demeter), 헤라(Hera), 하데스(Hades), 포세이돈(Poseidon)]이 차례로 태어났으나 크로노스는 아이가 태어날 때마다 그대로 삼켜버렸다. 그 이유는 아버지 우라노스가 한 유언 때문이었다. 이를 보다 못한 레아는 여섯 번째 태어나는 아이만은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드디어 여섯 번째 아이가 태어났다. 이 아이가 바로 그리스 신들 중 최고신이라 불리는 제우스(Zeus)이다. 크로노스는 여섯 번째 아이마저 삼켜버리기 위해 빨리 데려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이에 레아는 돌덩이를 아이라고 속여 보자기에 싸 크로노스 앞에 바쳤고, 멍청한 크로노스는 그 돌덩이를 삼키며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레아는 어머니 가이아의 도움으로 제우스를 크레타섬에 있는 이데 산으로 보냈다. 제우스는 그곳에서 님프 요정들의 보호를 받고 산양의 젖을 먹으며 무럭무럭 자라났다. 제우스가 성인이 되자 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크로노스의 악행을 제우스에게 모두 알려주며 크로노스를 물리치라고 명령한다.
이에 제우스는 당시 그의 아내였던 메티스[Metis, 티탄신족 오케아노스(Okeanos)의 딸]가 마련해준 토하는 약을 가져다가 몰래 크로노스에게 먹였다. 구토제를 먹은 크로노스는 마지막으로 먹은 돌부터 시작하여 그가 삼켰던 순서와 반대로 아이들을 토해내었다. 따라서 포세이돈 - 하데스 - 헤라 - 데메테르 - 헤스티아의 순으로 나왔다.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물리치기 위해 이 아이들을 자기편으로 만든 후 테살리아 북부에 있는 올림포스 산에 거처를 정하였다. 이후 제우스는 10년 동안이나 크로노스에게 대항했으나 도저히 티탄족을 거느린 크로노스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이를 보다 못한 가이아가 제우스에게 지하 세계에 갇혀 있는 거인족에게 도움을 요청하라고 가르쳐준다. 이에 제우스는 곧바로 지하 세계로 달려가 거인족들을 구하고 자기편으로 만들었다. 그러자 거인족들은 그 보답으로 제우스에게는 번개와 우레, 하데스에게는 머리에 쓰면 몸이 보이지 않는 투구, 포세이돈에게는 삼지창을 주었다. 이렇게 거인족 뿐만 아니라 새로운 무기까지 얻은 제우스는 자기편을 이끌고 크로노스 무리에게 쳐들어갔다.
이 전쟁에서 거인족 형제들은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특히 손이 100개씩이나 달린 거인족 헤카론케이르 3형제는 300개나 되는 손으로 커다란 바위를 계속해서 던져 티탄족을 꼼짝 못하게 만들었다. 결국 이 전쟁은 제우스의 승리로 끝났다. 제우스는 크로노스를 포함한 티탄족을 지하 세계(타르타로스)에 가두고는 헤카론케이르(Hecatoncheir) 3형제에게 지옥의 문을 지키도록 명령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 제우스와 하데스, 포세이돈은 제비뽑기를 한 후 하늘은 제우스가, 바다는 포세이돈이, 지하세계는 하데스가 다스리기로 결정했다.
레아(Rhea)는 그리스 종교에 나오는 고대 여신으로 대지의 여신이라 불린다. 우라노스와 가이아 사이에서 태어난 티탄 12신 중 하나이며 크로노스의 동생이자 아내이다. 올림포스 신들의 어머니로 데메테르, 하데스, 헤라, 헤스티아, 포세이돈, 제우스 등을 낳았으며, 크로노스로부터 제우스를 보호하여 왕좌에 올렸다.
∎ 올림포스 12신(Twelve Olympians)
크로노스와 티탄족을 물리치자 비로소 제우스는 신들의 세계에서 왕좌에 앉게 되었다. 제우스는 자기를 따르는 부하 신들을 거느리고 올림포스 산(Olympos Mt)에서 신들의 나라를 다스리며 살았다.
이때 신들의 모습은 인간과 비슷했으며, 사랑⋅미움⋅노여움⋅시기와 질투 등의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인간의 모습과 감정은 이런 신들이 자기들의 형상을 따라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또한 올림포스의 신들은 영생의 음식인 암브로시아(Ambrosia)와 신들의 술인 넥타르(Nectar)를 마시면서 매일매일 향연을 베풀며 살았기 때문에 영원히 죽지 않았다.
이러한 올림포스에 사는 신들의 세계에서 최고의 계층은 당연히 모든 신들의 왕인 제우스의 형제들과 자식들로 구성되었다. 우선, 제우스의 형제들로는 바다를 다스리며 명실상부 올림포스의 제 2인자인 제우스의 형 포세이돈, 제우스의 누이이자 아내인 최고의 여신 헤라, 제우스의 누이이자 곡물을 주관하는 여신 데메테르, 제우스의 누이이자 화로의 불을 주관하는 헤스티아가 있다.
또한 자식으로는 전쟁과 지혜와 공예의 여신 아테나(Athena),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Aphrodite), 사냥과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Artemis), 태양신이자 음악⋅의술⋅궁술⋅예언의 신인 아폴론(Apolln), 나그네의 수호신이자 상업과 도둑의 신인 헤르메스(Hermes),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Hephaistus), 군대의 신 아레스(Ares) 등이 있다. 이 밖에도 포도주의 신으로 통하는 디오니소스(Dionysos)가 있는데, 이들을 올림포스 신들의 중심을 이룬다고 해서 올림포스 12신(神) 이라고 한다.
제우스(Zeus)-아버지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신들의 왕이 되며, 헤라와 결혼하나 헤라 몰래 바람을 많이 핀다. 로마명, 유피테르(Jupiter) 영어명, 주피터(Jupiter)
포세이돈(Poseidon)-제우스의 형이자 신들 중 2인자로 바다를 다스리는 신이다. 넵투누스(Neptunus) 넵튠(Neptune)
데메테르(Demeter)-제우스의 누이로 땅을 돌보는 신이다. 제우스와의 사이에 페르세포네를 낳으나 동생인 하데스에게 빼앗겨 최초로 겨울이 생긴다. 케레스(Ceres) 세레스(Ceres)
헤라(Hera)-제우스의 누이이자 아내. 남편인 제우스가 바람을 피면 언제나 질투를 하며 그 여자에게 벌을 내린다. 유노(Juno) 주노(Juno)
헤스티아(Hestia)-제우스의 누이로 신들 중 가장 온화하고 부드러운 마음과 성격을 가졌다. 베스타(Vesta)
아프로디테(Aphrodite)-제우스와 디오네 사이에서 낳은 딸로 신들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다. 제우스의 명령으로 이복형제인 헤파이스토스와 결혼하나 남편과 억지로 결혼한 것이 싫어 다른 이복동생들과 사랑을 나눈다. 베누스(Venus) 비너스(Venus)
아르테미스(Artemis)-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아폴론과 함께 쌍둥이 동생으로 태어났다. 오리온을 좋아했으나 오리온이 오빠에게 죽임을 당하자 잔인하고 매정한 복수의 여신이 된다. 디아나
(Diana) 다이아나(Diana)
아폴론(Apollon)-제우스와 레토 사이에서 아르테미스와 함께 쌍둥이 오빠로 태어났다. 인간인 코로니스와 결혼하였다. 포에부스
(Phoebus) 아폴로(Apollo)
헤르메스(Hermes)-제우스와 님프의 요정 마이아 사이의 아들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어 사랑의 여신 에로스와 잘생긴 남자 헤르마프로토스를 낳는다. 메르쿠리우스(Mercurrus) 머큐리(Mercury)
아레스(Ares)-제우스와 님프의 요정 마이아 사이의 아들로,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사랑을 나누어 사랑의 여신 에로스와 잘생긴 남자 헤르마프로토스를 낳는다. 마르스(Mars) 마스(Mars)
아테나(Athena)-제우스와 메티스 사이의 딸로 신들 중 가장 똑똑하여 제우스가 가장 사랑했던 딸이다. 같은 전쟁의 남신 아레스와 자주 싸운다. 미네르바(Minerva) 미네르바(Minerva)
헤파이스토스(Hepaestos)-제우스와 헤라의 첫째 아들로 못생긴 얼굴 때문에 제우스의 미움을 받는다. 못 만드는 것이 없을 정도로 손재주가 뛰어나 대장장이의 신으로 통한다. 불카누스(Vulcanus) 벌컨(Vulcan)
디오니소스(Dionysos)-제우스와 인간 세멜레 사이에 태어났으며, 술을 만들어 인간들에게 기쁨을 줌으로 술의 신으로 통한다. 바쿠스(Bacchus) 바커스(Bacchus)
∎ 최초로 인간을 만드는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제우스가 티탄 신족과 한창 전쟁을 치루고 있을 때 티탄 신족 중 한 명이었던 이아페토스의 아들 프로메테우스(Prometheus)는 이 전쟁의 결과를 미리 알고 있었다. 이는 미리 알다 라는 뜻을 가진 프로메테우스가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는 전쟁이 한창일 때 동생 에피메테우스(Epimetheus)를 데리고 몰래 제우스의 편으로 돌아선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전쟁에서 진 티탄 신족이 지하 세계에 갇힐 때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만은 그 형벌을 피할 수 있었다. 또한 제우스는 이러한 프로메테우스의 능력을 인정하여 그에게 인간을 만들라는 명령을 내린다.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프로메테우스는 고심 끝에 신의 형상을 그대로 본떠서 인간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드디어 대지에서 흙을 조금 떼어 물에 반죽한 후 신의 모습과 감정을 그대로 닮은 인간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간은 땅을 보고 다니는 다른 동물들과는 달리 직립 자세로 하늘을 보며 걸어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제우스가 보기에 프로메테우스가 만든 인간은 신들과 비교할 때 결점이 너무 많고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가 만든 인간을 없애 버리고 자신이 더 완벽한 인간을 만들려고 했다.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프로메테우스는 이 사실을 미리 알아내고는 자신이 만든 인간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하였다. 첫 번째로 여러 신들 몰래 신들의 세계에 있는 불을 훔쳐다 인간들에게 주었다.
인간들은 이 불을 사용하여 여러 가지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었기에 여러 동물들을 지배할 수 있었으며, 도구를 만들 수 있었기에 농사도 지을 수 있었다. 그 결과 인간의 수는 급속히 늘어나기 시작했고 땅 위에서 신들 못지않은 막강한 세력으로 커지게 되었다.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불을 훔쳐다 인간들에게 주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의 미래를 내다보는 능력을 써먹을 데가 많았기 때문에 꾹 참고 있었다. 그러나 또다시 제우스의 심기를 건드리는 일이 터지고 말았다. 사건의 발단은 프로메테우스가 만든 인간들 때문에 일어났다.
인간의 세력이 커지면서 제물로 바쳐진 짐승의 부위를 신과 인간이 어떻게 나누느냐의 문제가 제기되었다. 제우스는 당연히 신들이 짐승의 가장 맛있는 부위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제물로 쓰인 소를 고기 부분과 뼈 부분으로 나눈 후 맛있는 고기 부분을 위장으로 감싸 맛없게 보이게 하고, 맛없는 뼈 부분을 지방으로 감싸 맛있게 보이게 한 후 제우스 앞에 내놓았다.
제우스는 당연히 겉보기에 맛있어 보이는 부위를 골랐다. 그러나 곧 자기가 속은 것을 안 제우스는 또 한 번 분통을 터트렸다. 그래서 인간 세상의 불을 빼앗아 버렸다. 그러자 프로메테우스는 불과 대장간의 신 헤파이스토스로부터 불을 훔쳐 다시 인간에게 주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제우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Caucasus)의 바위에 쇠사슬로 묶어놓았다 . 매일 독수리가 와서 그의 간을 쪼아 먹었지만, 그는 신이었기에 하루가 지나면 다시 새로운 살이 돋아났다. 차라리 그냥 죽는 게 낫지 이런 고통이 매일 되풀이되니 프로메테우스의 고통은 가히 하늘에 닿을 정도였다.
이때 제우스는 슬슬 프로메테우스를 회유(懷柔)하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이 왕위 자리를 안전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전령의 신인 헤르메스(올림포스 12신 중의 한 명)를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냈다.
왕위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면 풀어주겠노라.
그러나 프로메테우스는 절대 말해줄 수 없다 며 제우스의 제안을 거절했다. 결국 프로메테우스는 계속 결박당한 채 지낼 수밖에 없었다.
최초의 여자, 판도라를 만들다
감히 왕인 나의 말을 거역하다니!
프로메테우스에 대한 제우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그래서 프로메테우스가 만든 인간들에게도 직접 벌을 내리기로 했다. 그는 당장 대장장이의 신 헤파이스토스를 불러 아름다운 여자를 만들도록 명령했다. 이렇게 해서, 최초의 여자 인간 판도라(Pandora)가 태어났다.
신들은 이 아름다운 여인을 보자 감탄하며 갖가지 선물을 주기 시작했다. 헤파이스토스는 아름다운 목소리와 참을성을 주었으며, 아테나 여신은 옷 짜는 기술을 가르쳐 주었고,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남자를 홀리는 성적 매력과 교태, 그리고 격렬한 욕망을 판도라에게 선물로 주었다. 하지만 교활했던 헤르메스는 판도라에게 거짓으로 남을 속이는 법과 욕심을 불어넣어 주었다.
이렇게 탄생한 판도라는 제우스의 명에 따라 나중에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가진 에피메테우스(Epimetheus)에게 보내졌다.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저와 결혼해 주세요라고 말했다. 순간 에피메테우스는 제우스의 선물을 조심하라는 형 프로메테우스의 말이 머리를 스쳐갔지만,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판도라의 모습에 반해 거절하지 못하였다. 이렇게 하여 판도라와 에피메테우스의 결혼 생활이 시작되었다. 한편 판도라가 하늘에서 내려올 때, 제우스는 상자 하나를 주며 이렇게 말했다.
절대 이 상자를 열어보아서는 안 된다.
판도라는 에피메테우스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했지만, 늘 한가지 궁금한 것이 있었다. 도대체 저 상자 안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판도라는 신들로부터 호기심도 선물로 받은지라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판도라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상자를 열어보고야 만다. 그 순간이었다. 상자 속에서는 슬픔과 고통, 시기와 증오, 가난과 질병 등 온갖 불행과 재앙이 퍼져 나와 인간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깜짝 놀란 판도라가 뚜껑을 얼른 닫았지만 이미 때는 늦고 말았다.
현재 인간 세상에는 행복보다는 고통스러운 일이 더 많은데, 그이유는 이때 판도라가 상자를 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 가지 위로가 되는 것은 판도라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뚜껑을 닿았을 때, 그 안에 다른 것들은 모두 다 빠져나갔지만 희망만은 남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인간은 온갖 불행과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간직하고 살게 되었다고 한다.
(판도라의 상자는 본래 프로메테우스의 것이었다. 프로메테우스는 자신이 만든 인간들에게 줄 선물을 이 상자 속에 가득 담아놓았다. 그리고 판도라가 세상으로 갈 때 선물로 주었다. 그런데 판도라가 무심코 그 상자를 열었을 때, 그 선물들은 모두 다 달아나고, 오직 희망만이 그대로 남았다는 것이다.)
제우스가 올림포스에 신들의 왕국을 만들어 세상을 다스리는 동안 그의 할머니 가이아는 제우스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 사실 그녀는 처음엔 제우스 편이었으나 제우스가 자신의 자식들인 티탄신족을 모두 지하 세계에 가둬버리자 이에 격분하여 제우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가이아는 가장 먼저 기간테스를 이용하기로 작정했다. 기간테스는 우라노스의 생식기가 잘려나갈 때 흘린 피에서 만들어진 신으로, 힘이 장사이며, 그 키가 바다 한가운데 서도 허리밖에 차지 않을 정도로 컸다. 가이아는 기간테스라면 충분히 제우스를 제압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드디어 거대한 기간테스가 올림포스에 쳐들어오자 천지가 흔들리며 요동쳤다. 제우스는 올림포스의 막강한 신들을 데리고 기간테스를 막았으며 치열한 전쟁은 오랫동안 계속 되었다. 올림포스 신들은 용감히 싸웠지만 기간테스들도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좀처럼 전쟁(The War Of Guigantes)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제우스는 예언의 신으로부터 이 전쟁은 인간의 도움이 있어야만 이길 수 있다는 예언을 듣게 된다. 그렇게 해서, 제우스는 자신의 아들이자 인간의 피를 물려받은 헤라클레스를 급히 불러들였다. 영웅 헤라클레스가 기간테스에게 독을 바른 화살을 쏘아 큰 부상을 입히자 전세는 완전히 역전되었다. 이에 올림포스 12신들이 연합작전으로 기간테스를 몰아붙여 드디어 전쟁은 올림포스 신들의 승리로 끝이났다.
한편, 기간테스가 제우스에게 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가이아는 격분하며 지하 세계로 향했다. 그리고 타르타로스(Tartaros)와 결합하여 반은 사람의 모양, 반은 괴물의 모양을 한 티폰(Typhon)이라는 괴물 신을 낳았다. 티폰은 그 키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엄청났으며, 몸에는 용의 머리 100개가 달려 있었다. 그리고 손가락 대신 뱀이 백 마리나 달려 있었고, 허리 아래로는 독사들이 검은 혀를 날름거리며 불꽃을 번쩍거리고 있었다.
가이아는 즉시 티폰에게 제우스를 치라고 명령했다. 이에 티폰은 어슬렁거리며 올림포스로 진격해 갔다. 티폰이 공격해 온다는 소식을 들은 제우스는 티폰이 오는 길에 포진해 있다가 자신의 무기인 번개로 내리쳤다. 부상을 입은 티폰은 도망가는 체하다가 자신의 기다란 팔로 제우스를 낚아챘다. 티폰의 팔은 쭉 뻗으면 땅끝에 닿을 정도로 길었는데, 이 사실을 미리 간파하지 못한 제우스는 그만 티폰의 기다란 팔에 붙들리고 말았다.
제우스를 손아귀에 쥔 티폰은 엄청난 괴력으로 제우스의 팔과 다리를 부러뜨리고는 동굴 속에 가둬버렸다. 이것으로 제우스의 운명은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올림포스의 부하 신들이 제우스를 찾아내 구출해 주었다. 간신히 기력을 회복한 제우스는 다시 티폰에게 공격을 가하였다. 이번에는 번개와 우레를 동시에 티폰의 머리 위에 작렬시켰고 티폰은 괴로워하며 쓰러졌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제우스는 재빨리 티폰을 지하 세계에 가둬버렸다.
제우스가 기간테스와 티폰을 모두 물리쳐 버리자 가이아도 더 이상 제우스를 괴롭히지 못했다. 이로써 제우스의 권좌는 더욱 확고해졌고, 세상에는 평화가 찾아왔다.
신들의 세계에서 왕이 된 제우스는 포악했던 그의 아버지 크로노스와 달리 모든 신들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며 평화롭게 나라를 다스렸다. 이러한 제우스는 여러 아내를 두었는데, 최초의 아내는 티탄신족 중 한 명인 오케아노스와 테티스 사이에 난 딸 지혜의 여신 메티스였다. 메티스는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가 삼킨 형제들을 구해낼 때 토해내는 약을 만들어 준 바로 그 장본인이다.
그러나 제우스는 이 메티스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자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할머니 가이아로부터 너도 크로노스처럼 메티스가 낳은 아이한테 당하고 말거야! 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크로노스도 우라노스(크로노스의 아버지)에게 제우스와 똑같은 말을 듣고 태어나는 자식들을 삼켜 버렸는데, 제우스는 아예 자신의 아내 메티스를 삼켜 버림으로써 위기를 피하고자 했던 것이다.
지혜의 여신을 삼킨 덕분에 제우스는 세상을 다스리는 지혜를 갖게 되었고, 후에 그의 머리를 통해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튀어나온다. 다음으로 제우스는 티탄 신족 중 한 명인 율법의 여신 테미스(Themis)와 결혼하여 계절의 여신인 호라이(Horae) 세 자매와 운명의 여신인 모이라(Moirai)이 세 자매를 차례로 낳는다.
그 후 제우스는 올림포스 12신 중의 한 명이자 자신의 누이인 헤라에게 반하여 결혼하자고 조른다. 그러나 헤라는 제우스가 바람둥이인 걸 알고 있었기에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이에 제우스는 가련한 모습의 뻐꾸기로 변신하여 어느 처량한 비오는 날 헤라 앞에 힘없이 앉는다.
그러자 헤라는 뻐꾸기가 불쌍하다며 꼭 껴안아준다. 그때 제우스는 다시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깜짝 놀란 헤라는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허락하고 만다. 이렇게 하여 제우스는 헤라를 자신의 아내로 맞이하였고, 헤라는 명실상부한 올림포스 왕의 정식 아내가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