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동설한도 아닌 오뉴월에 무슨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도 아닌 가죽잠바 타령인가?
잠바란 본래 영어의 jumper로서 품이 넉넉하고 활동성이 좋은 서양식 웃옷이다.
잠바의 종류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6.25 전쟁직후 유엔(UN)군 부대에서 민간에 흘러나온
군용점퍼인 유엔점바, 야전에서 병사들이 입는 방풍.방수용 잠퍼인 야전잠바, 허리 둘레에
꿰어 있는 끈을 졸라매어 입게 만든 옹치잠바.파이러트들이 즐겨입는 파이러트 잠바 등이 있다.
내가 해군에 있을 때는 겨울에 출동나가면 춥다고 장교들에게는 방한용 잠바를 지급받았는데
에리부분에는 탈부착이 가능한 두툼한 털 가리개가 붙어 있었다. 당시 육군에서는 털가리개는
스타이상에게만 지급돼 있었다. 나는 기차로 서울 나들이를 할 때 부산역TMO를 자주 이용했는데
그 속의 해군담당자가 한때 나의 부하였기 때문이었다.TMO 안에는 VIP실이 따로 설치돼 있었는데
실내에는 고급인테리어외에 푹신한 소파와 카펫트 TV 그리고 차와 커피도 제공되었다.
VIP실은 말할 것도 없이 스타를 예우하기 위한 공간이다. 스타가 없을 때는 항상 비어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간혹 대령들이 VIP가 없는 틈새를 보고 살짝 들어와 쉬어가기도 한다. 나는 당시 중위에 불과했지만
담당자의 직전 상관의 자격으로 예우를 받아 당당히 입실할 수 있었다. 그리곤 출입문에서 보면 방한잠바의
깃을 바짝 올려 뒷목덜미만 보이도록 해서 앉아 있으면 잠시 쉬었다 가려던 육군대령은 진짜 VIP가 쉬고
있는 줄로 알고 문을 소리나지 않게 살며시 닫고 나가는 것이었다.
지난달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휴스턴
에스트로스 경기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가죽잠바를 벗고 애슬레틱스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하였다.그는 미국에서 1993년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로 공동창업하여 현재 엔비디아를
세계시가총액 3위 기업으로 올려놓았다.스티브 잡스의 패션이라면 검정색 터틀넥 티와 리바이스 청바지를
떠올릴 정도로 유명한데 젠슨 황은 가죽잠바로 보인다. 그는 창업 초기 한국에 올 때면 용산전자상가에 자주
들렀다고 한다.. 당시만해도 용산이 아시아 최대의 전자제품 메카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IT마니아의
성지로 군림하던 시절이었다. 나도 그보다 몇년 앞서 1988년 용산전자상가에서 286PC를 처음 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