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적으로 볼 때 고객 입장에서
돈이 많으면 고가콜을,
돈이 적으면 저가콜을 타는 것 같습니다.
돈을 아끼려고, 또는 돈이 적어서 싼 대리운전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을 두고
서민중의 서민으로 전락해
밤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대리운전기사 입장에서
토를 달기에는 너무 분에 넘치는 불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저도 일당벌이의 속성상 한 푼이라도 쉽게 많이 벌 요량을 하다보면
술값 좀 아껴서 대리비 두둑히 좀 주면 어디가 덧날까? 하는 푸념을 늘상 하게 됩니다.
아님 술을 먹지 말든가? 하는 불평을 속으로 늘어놓기도 하지요.
허나 그 놈의 돈 때문에
내가 만난 고객이 정말 난처한 입장에 처했거나
마음이 불편한 상황에 놓인 장면을 마주할 경우 저도 모르게 '이 놈의 돈 때문에...'라며
한 숨을 지을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례1>
지난 연말 밤 10시경.
신림4동 콜을 성공적으로 완료하고 신림4거리로 걸어나오면서 잡은 콜.
신림4거리부근 - 독산동. 전화하니 바로 길 건너편에 계시는 20대 후반의 고객.
문성터널 - 독산동길 - 협진사거리에 이르러서
고객에게 "댁이 독산동 어디시죠?"하고 물으니까
철산교 어귀에 차를 세워 달란다.
나 : "아니 왜 다리 근처에 차를 세워요?"
고객 : "우리집은 행정구역상으로 독산동인데 다리 건너 왼편에 있는 광명 하안동과 붙어 있어요."
나 : "그럼. 거기까지 가면 되지 않습니까. 다리 하나 사이인데요?"
고객 : "다리 하나 사이인데 신림4거리에서 하안동은 요금이 2만 2천원이에요. 다리를 안건너면 1만 2천원이라서 여기까지 대리운전 하고 와서 그 이후엔 저가 몰고 갈려구요."
나 : "허허. 이야길 듣긴 했는데 실제로 그런 일이 있네요." " 사람사는 세상이고 사람들끼리의 문제인데 그냥 집 앞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고객 : "한 번 대리기사님과 싸운 적이 있어요. 분명히 행정구역상으로는 독산동인데 다리 하나 건넜다고 1만 2천원은 절대 못 받는다고 하셔서 그 다음부턴 다리 건너기 전까지 타고 와서 말없이 저가 끌고 갔죠? 오늘 기사님께 이런 말씀을 드리고 나니 그래도 제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 같습니다."
다리 건너서 6-7백미터 더 들어간 다음 운행완료. 고맙다며 2만원을 건네는 고객. 5천원을 거슬러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데도 그냥 감사인사만 하고 돌아서는 나의 발걸음은 왠지 무거웠다.
(다음 날 지도책을 찾아보니 정말 서부간선도로 서쪽편 일부의 구역이 광명시 하안동이 아닌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으로 나와있다.)
아마 그 고객은 그 놈의 돈 때문에 몇 번쯤은 철산교 지나기 전에 차를 세워서 자신이 직접 몰고가지 않았을까?
(이 고객을 만난이후 기억을 헤아려 보니 홍대입구에서 경인고속도로 입구와 강일동까지 갔던 젊은이들 또한 그 놈의 돈 때문에 대리이용후 자가 음주운전의 길을 택했던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끔 아니 자주 이런 고객들을 양아치로 치부하고, 퇴출고객 우선순위에 올려놓는 게 사실이지만 그 원인이 돈이 없어서 그렇다는 것을 되씹어 보면 왠지 씁슬함이 감돌 뿐이네요.)
<사례2>
지난 연말 종암경찰서 ~ 금호동 콜을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고객은 동구간을 8천원에 운행하는 회사에 대리운전을 시키고 종암경찰서 부근 횟집 골목에서 기다리고 있었답니다. 30분 정도 지나서 기사에게 연락이 왔는데 잘 찾지를 못해 대리기사를 만나려고 차를 대로변으로 몰고 나오다가 경찰의 음주운전 단속에 걸렸답니다.
당시 저가 동구간을 운행한 가격은 1만 5천원이었습니다.
알콜 농도가 높게 나와 면허취소를 당했다는 이 고객은
벌금이 얼마나 부과될 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며 연신 사죄의 멘트를 날려댔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이 고객은 차를 갖고 다니며 영업을 해야 하는 직업을 갖고 있었습니다.
고작 대리운전비 몇천원에서 많아야 1-2만원 때문에 귀백만원 이상의 큰 피해를 입고 망연자실해서 돌아가는 이 고객을 보면서 역시 '그 놈의 돈 때문에'라는 탄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례3>
역시 지난 연말 수원에 내려갔는데 제가 있는 위치에서 바로 수원 시내콜이 뜨길래 교통비나 건질셈치고 수행한 적이 있습니다.
수원 남부경찰서 ~ 세교사거리 콜이었는데 고객은 30대 초반의 회사원이었습니다. 이 고객은 대리운전서비스를 이용할까 하다가 마침 지갑에 현금이 한 푼도 없어서(수원 시내콜은 9천원) 그냥 몰고 가기로 했답니다.
근데 수원 뉴코아 사거리를 지나다가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저서 급정거를 했는데 앞에 서있는 개인택시를 범퍼를 살짝 들이 받았다고 합니다. 차를 옆에 세워놓고 택시기사와 연락처를 주고 받고 다음날 해결하기로 하고 집으로 가고 있는데 백차가 사이렌을 켜고 따라오더니 자신의 차를 세우라고 했답니다.
사연인즉슨 그 택시기사는 경찰에 이 고객을 음주운전 의심 뺑소니로 신고해 놓고 자신은 병원으로 직행해 버린 것입니다.
혈중알콜농도가 너무 높게 나와 면허취소, 벌금을 무는 것은 당연하고 뺑소니 부문은 택시기사가 합의해주지 않으면 구속되는 상황에 놓여있었습니다. 다행이 경찰이 합의를 전제로 귀가 조치를 시켜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차 속에서 정말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아파트에 도착하니 부인이 1만원짜리 하나를 들고 나왔는데 1천원을 거슬러 주고 도망치듯 그 곳을 빠져 나왔습니다.
그 고객의 지갑에 1만원짜리 지폐 한 장만 남아 있었더라도,
아님 대리운전도 카드결제가 가능했다면
그 고객의 일실천금의 재난은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텐데 말입니다.
물론 제 코가 분명 석자이지만
가끔씩 돈 몇푼 때문에
코가 열자가 되어버린 고객들을 대할 때면
같은 서민의 입장에서
파란 세종대왕님이 한없이 야속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가콜을 떠나서
'무전유죄' 아닐까 합니다.
첫댓글 사례3의경우 정말그랬으면 안타깝네여...없는거 하고 아끼는거 하고는 다른거죠...팁은 팍팍날리면서 대리운전비 는 아낄려고 하는 경우가 많자나여/?
택시기사 아주 나쁜놈이구먼요
들은 애긴데...좁은길에서 검사가 택시조수석 빽밀러 살짝 건드렸답니다. 근데 택시기사 차에 내려 눕드랍니다. 당연히 상대가 검사인줄 몰랐겠죠. 그놈 구속되었답니다. ㅋㅋ
그회사원 정말 딱하네여..... 만원의 위력이 너무 커보이네요.... 이경우는..... (에효~ 불쌍하다고 말하기에는 내처지가...... )
이해가 되질 안네요,집사람이 요금 갖고 내려왔다면, 대리먼저 부르고 집에 도착해서 주면 될 것을 왜 운전 했는지모르겠네요?
그래서 영업용택시들도 개인택시를 개택시라고 부르던데요..
저는 예전에 작업차 탄적도 있습니다 영업용 택시인데 신호위반 택시 보더니 그냥 받더군요..피하거나 그런생각없이 살짝 멈짖하는척하닥가 그냥꽝~~~ 에구 내려서 서있다가 피해자???가해자??? 에구 암튼 당하신 택시기사분한테 연락처 주고 왔습니다 ..연락은 없었지만...
서민 콜 인간미 그 속에 속물들이 아름다워야 할 세상을 혼탁하게 하네요..택시운전기사님이 아닌 그 사람이 택시기사분 좋은 분 많아요..........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