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온라인 동영상에 나왔던 부산의 맛집을 찾아 나섰다. 버스에서 내려 '부평깡통야시장'과 '국제시장'을 구경했다.
한마디로 억수로 많고, 천지빼까리다. 세상의 먹거리, 입을 것, 그외 필요한 생활물품들은 모두가 모여있는 것 같았다.
예상과는 달리 시장을 나온 사람들도 제법 눈에 띄었다. 일단 이 낮시간대에 이곳을 올 수 있다면 당장의 생활고에 퍼덕거리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골목 어디에선가 배우 황정민이 달려 나올 것 같은 전설의 생명터인 국제시장, 깡통시장...6.25라는 전란의 혹독한 삶을 겪으며 많은 사람들의 머리속에 오랫동안 기억 남은 곳이다.
영화 '국제시장'의 명대사가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지옥 같은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격은게 참 다행이다"라고 하니 그 얼마나 힘든 삶이 뼈에 사무쳤을까?
사람들은 변했어도 그때의 환경에서 살아남고자 풍기던 그 몽환적 따스함만은 전해지는 듯해서 마음이 포근해졌다.
그런데 전통시장은 존재하는데, 사람들의 전통적인 백의민족의 소박한 정신은 왜 사라져 버렸을까?
남포동으로 가는 길목,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올라갔다. 계몽을 넘어서 삶의 기술인 배움의 역사에 한몫했던 많은 책방들이 문을 닫고 업종을 달리했다. 몇몇 남은 곳에도 손님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책을 정리하는 여주인과 대화를 나누었다. 내가 "오랫만에 와보았습니다. 예전엔 지하철을 타면 거의가 책이나 신문을 들었었는데, 요즘은 거의 100% 휴대폰을 들고 있어요" 하고 말했더니 "그렇지요?"하며 맞장구를 쳤다.
사다리를 타고 높은 천정까지 쌓여진 책들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애써 찾아내던 그 배움의 열정들은 다 어디로 간 것일까? 휴대폰속에 다 있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
이행하지 못해도 마음속에 남았던 글귀다.
그때의 이곳 서점들은 필요한 책을 사고 또한 학기, 학년을 끝마친 책들을 가져다 팔기도 하던 가난한 학생들의 주거래처였다.
맛집을 찾아 나섰다. 벤치에 앉아 어제 받은 동영상을 살펴보았다. 설명이 명확하지 않았다. 결론은 내가 반대편에서 찾았으니 그럴수 밖에는...
다시 도로와 건물을 확인하고 골목을 들어가니 금새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걸 설명하려면 동서남북의 방향개념을 확실하게 해주어야 한다.
방치된 느낌, 아는 사람만이 찾는 골목끝 낡은 가게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2인용 테이블 세개에 각각의 손님 3명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뒤따라 들어온 손님에게 순서를 양보하고 구석 자리에 앉았다.
매뉴는 동태정식 5,000원, 라면 2,500원으로 붙었는데, 동영상에서 라면은 주문을 받지 않는다고 들었다.
주문하지 않아도 준비된 음식이 금새 나왔다. 밥과 동태탕에 김2장, 콩나물과 풋고추 그리고 간장, 깍두기다. 나는 김2장이 눈에 먼저 들어왔다.
동영상 진행자가 '부산맛집유튜브'라고 하였으니 과연 맛은 어떨까? 신문과 방송에서도 소개가 되었다. 질보다 양을 추구하는 나에게도 괜찮은 맛이 느껴졌다. 음식맛 배울 며느리는 없는 것일까?
먼저 온 아가씨인지 아줌만지(그게 중요한게 아니라서...)가 지갑을 펼쳐보이며 카드만 있고, 돈이 없다며 난감해 했다. 곁의 손님 "그러면 설거지를 해주고 가야지요."하고 농담을 던졌다.
만원짜리를 꺼낸 내가 "같이 계산해 주세요"하고 하였더니 할머니와 여자 모두 그건 안된단다.
그래서 셋이 그러면 다음에 가져다 주는 것으로 결론을 맺었다. 모처럼 좋은일 한번 하려던 나의 기회가 수포로 돌아갔다.
할머니의 마음씨가 가슴에 남았다. 30여년 장사하며 밥값 안올렸다고 신문에도 났다. 5,000원 동태정식도 근래에 어쩔수 없이 올린 밥값이란다.
80나이에 말씀마다 친절함이 넘친다. 뉴스를 보셨는지, '월세 몇백 식당이 하루에 10만원을 벌었다는데, 큰일'이라며 자신은 그나마 장사가 잘되는 편이라고 하신다. 적은 식당에 손님이 들면 얼마나 들까?마는...거칠고 질긴 삶을 경험했음일 것이라.
용두산 공원을 넘어 남포동 거리를 잠시 걸었다.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이 제법 오간다. 그중 외국인들이 한몫을 했다.
'충무동 골목시장'과 '해안시장(새벽시장?)'을 거쳐 '자갈치 시장'으로 향했다.
떠거운 김오르는 불판위의 꼼장어를 보니 입맛이 당겼다.
양파 썰어넣고 아삭거리는 그맛은 일품이다. 그렇다고 혼자 앉기엔 좀스럽다. 물가가 비싸다지만 이곳의 생선가격은 싼것 같았다.
커다란 고등어 다섯마리가 만원이란다. 살까말까 오가며 망설이다 포기를 했다. 대중교통 차안에 비린내가 진동할 것만 같아서였다.
자갈치 아줌마들은 100% 출근이다. 눈여겨온 토속적인 형태의 먹거리를 찾는데 오늘따라 눈에 띄이지 않는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요즘들어 뭐가 생각나면 바로바로 배낭을 메는 습관이 생겼다. 연륜을 마다않고 그리움과 정겨움을 찾아 나선다.
첫댓글 (댓글옮김)
펌글이나 몇 번씩 읽어보다가 모처럼 수려한 글에 한참을
머물고 있습니다.
자주 글을 읽게해 주세요!
라고 부탁드리면 욕심일가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