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민 집사님이 하는 말, “삼촌들이랑 ‘기적의 피아노’라는 영화 보러 가고 싶어요.”라고 하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다. 나름 포토에 삼촌들을 태우고 영화 보고 외식까지 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막상 시도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침 수원에 사는 친구 목사님이 12일에 네팔과 개척교회 돕기 바자회를 한다기에 전해줄 물품이 있었다. 아침에 영화검색을 하여 수원에 있는 극장에서 ‘기적의 피아노’를 상영하고 있음을 알았다. 상영시간이 오전 10시10분이었다. 준비하라고 했더니 금방 준비하고 모두 차에 오른다.
극장에 도착하니 여유의 시간이 있었다. 팝콘을 사서 먹으며, 화장실도 다녀오고 상영시간을 기다렸다. 입장을 하여 좌석에 앉으려니 재구 삼촌이 무섭다고 소리를 지른다. 그래도 혼자 해 보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두 좌석에 앉았다. 옆 칸에 두 명의 관객이 들어와 앉았다. 우리 일곱 명까지 합하니 아홉 명이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아홉 명이었다.
주인공은 시각장애가 있는 ‘예은’이라는 아이와 가족들의 감동적인 이야기였다. 피아노 앞에 앉으면 천재성을 나타내는 예은이는 스타킹에 출연하여 일약 스타가 되었지만, 여전히 세상이 두려운 아이일 뿐이었다. 가족이 함께 늘 응원해주고 피아니스트의 꿈을 이루어 갈 수 있도록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엄마….
예은이에게 친엄마는 누구인줄도 모른다. 장애를 가진 채 버려졌고, 포천의 작은 장애인시설 원장부부의 딸로 들어오게 된다. 원장인 아빠는 전동휠체어를 탄 채 힘들게 살아가고 있고, 엄마는 장애인시설의 살림을 모두 맡아서 하고 있었지만, 아빠와 엄마는 예은이에게 꿈을 키워주고 있었다.
친엄마를 생각하며 누구인지 물었던 예은이, 그런 예은이에게 사랑을 더 주는 엄마. 피는 물보다 진하고, 낳은 정 기른 정이라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라면을 끓여 예은이에게 먹여주며 엄마가 예은이에게 했던 대답이 가슴을 울렸다. 예은이는 왜 나는 눈이 보이지 않는지 물었다. 그 때 엄마가 대답을 한다. 세상 사람은 다 다르다고 말해 준다. 세상사람 중에는 다리가 있는 사람, 다리가 없는 사람, 앞을 볼 수 있는 사람, 앞을 보지 못하는 사람, 말을 하는 사람, 말을 못하는 사람, 키 큰 사람, 키 작은 사람, 뚱뚱한 사람, 날씬한 사람 등등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픈 내 새끼에게 용기를 주려는 엄마, 편견 없는 세상이 되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예은이는 세상이 두려웠다. 누군가 곁에서 함께 해 주어야만 안심할 수 있는데, 누군가 곁에 없으면 한 걸음을 떼기도 두려운 아이었다. 그런 아이가 하얀 지팡이를 짚으며 한 걸음씩 떼어야 한다. 몇 걸음 떼다가 두려워 울어버리는 예은이. 그 뒤에 묵묵히 지켜보고 있는 아빠와 엄마. 걱정 말고 가보라고 격려하는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은 예은이었고,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격려하고 있는 부모의 모습은 주님으로 클로즈업 되는 것은 내가 믿는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일곱 난장이와 백설 공주의 이야기를 작곡하여 멋지게 피아노로 연주하는 모습,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하는 모습도 좋았지만, 함께하는 가족이 있었고, 좋은 사람들이 함께 있음에 예은이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동적인 영화였지만 아쉬움은 있었다.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진 영화니까 차라리 ‘극장보단 티비에서 방영할 수 있다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엄마라는 존재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예은이와 부모, 나와 주님이 계속 이어져가는 귀한 시간들이었다. 우리 장애인 삼촌들이 어떤 것을 느꼈는지는 모른다. 질문을 해도 대답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자오 쉼터 가족들도 단체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며 감동적인 삶이 아닌 것이 어디 있겠는가. 곰곰이 따져보면 모두가 감사의 조건이요, 감동의 연속이다. 그것이 우리들의 삶이고 축복된 삶이다. 단지 그것을 발견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사와 감동이 없지 않겠는가.
2015. 9. 11.
자오쉼터에서 양미동(나눔)
첫댓글 악어가 수영을하며 눈이 없어진단 동화같은 이야기 하며 찰흙 만지던 예은이. .
점점좋아질수 있을까 물으며한가닥 희망을 가지는 예은이를 응원합니다.
재일 가운데 석천 삼촌인가요? 폼이 멋지십니다
양미동목사님장애인들과영화관람하셨네요
같이동행한다는게쉽지않는일인데목사님최고에요
파이팅!!!
시각장애 예은이이야기군요?감동적이었겠어요..영혼을 울리는 선율...........
맞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