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새가 날아들면 "재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민간에선 황새를 다산과 다복의 상징으로 여기고 반겼다. '아기를 물어다준다'는 속설도 있었다. '관학(冠學)'이라 하여 그림과 자수에도 흔히 등장했다. 황새의 춤은 실로 천하 명무였다. 두루미와 백로, 왜가리가 비슷하게 춤을 추지만 황새에 비할 바는 못 된다. 그 황새가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 한 쌍이 발견된 후 이 땅에서 사라졌다. 텃새 황새(천연기념물 199호)의 한반도 멸종이었다.
황새 복원에 신명을 바치고 있는 한국교원대 박시룡 교수는 흥미로운 가설을 내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가 줄어든 까닭은 바로 황새의 멸종과 관련 있다는 거다. 우리나라 인구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층은 1971년생이다. 역설적이게도, 그해 황새가 사라지면서 출생 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이를 물어다주는' 전령사가 사라졌기 때문일까. 이후 40여 년간 우리는 황새를 사진으로나 볼 수 있었다. 박시룡 교수팀은 지난 18년간 각고의 노력 끝에 러시아에서 들여온 황새를 복원하는 데 성공, 지난 6월 전체 150마리 중 60마리를 야생으로 날려보냈다. 충남 예산에는 황새마을이 생겨났다. 주민들은 황새 복원사업에 동참해 무농약·친환경 농법으로 '황새 춤' 쌀을 생산해 소득을 올리기도 했다.
경남 김해 화포천 변에는 요즘 일본에서 날아든 황새 한 마리가 화제를 낳고 있다. 황새가 발견된 것은 지난 3월 18일. 다리에 고유번호 'J0051'이라는 유색 가락지가 끼워져 있었다. 추적 결과 일본 효고(兵庫) 현 도요오카(豊岡)시에서 복원 중인 황새로 드러났다. 소식을 듣고 강원도 철원에서 달려온 도연 스님이 '황새네트워크'라는 페이스북 클럽에 이 황새를 '봉순이'라 이름하고 사진을 올리기 시작했다. ' 정겹다'는 반응 속에 '봉순이'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봉순이'가 화포천에 찾아든 건 풍부한 먹이 때문이다. 화포천 상류 봉하 들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귀향 후 시작했던 생태 살리기와 친환경 농업의 영향으로 황새 먹이인 드렁허리, 풍년새우, 미꾸라지 등이 풍부하다고 한다. 난데없이 출현한 황새가 노 대통령의 전령인가 싶기도 해 가슴 한 구석이 짠해진다.
황새는 생태계 건강의 지표다. 황새 복원은 인간 삶 터를 회복하는 일이다. 모처럼 찾아든 황새의 날갯짓을 단순히 봐선 안 되겠다. 황새가 휠휠 날아, 이 땅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커졌으면.
첫댓글 화포천 생태하천 복원 설계를 약 5년쯤 우리 회사ㅡ하우엔지니어링
ㅡ가 했답니당~ ㅎㅎ
2008년 일본으로 생태답사 일주일 다녀왔습니다.
그 때 물론 일본 효교현의 황새마을도 다녀왔었지요.
'황순이' 반갑습니다.
황새가 훨훨 날아 이땅에 아이들 울음소리가 커지길 저도 바라마지않습니다.
저도 크게 박수보냅니다. '봉순아, 황순아!' 모두 잘 날아다녀 이 땅에 '출산 복'을 가져다 다오. 내년에 우리 집에도 친손자(손녀?) 출생이 예약되어 있단다...
황새가 아기를 물어다 주지 않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