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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포가는 길 (1973) - 황석영 - |
[줄거리] |
영달은 공사판 일이 중단되자 밥값을 떼어먹고 떠나는 중이다. 밭고랑을 지나 걸어오는 정씨와 만난다. 정씨는 영달이 묵었던 천씨네 집 사정을 거친 말투로 전하면서 영달에게 짓궂게 농을 건넨다. 천씨 마누라 청주댁의 바람기로 한동안 화제를 삼다가 서로의 길을 묻는다. 정씨는 고향 삼포로 간다고 말하면서 떠난다. 영달은 뾰족하게 갈 곳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동행이라도 있으면 싶어 정씨를 뒤쫓아간다. 가는 중에 정씨의 형편을 듣는다. 정씨는 교도소에 복역한 적이 있는 사람으로 몇 가지 기술을 지닌 잡부였다. 언 강을 건너 찬샘이라는 마을에서 국밥집에 들른다. 국밥집 아주머니는 술팔던 색시가 돈을 떼먹고 달아났다며 앙탈을 부렸다. 국밥집 주인 여자는 둘에게 색시를 붙잡아 줄 것을 부탁한다. 국밥집을 나와 눈길을 걷는다. 월출 방향이 아무래도 험할 것 같아 감천 쪽으로 방향을 돌려 걷는다. 가던 중 국밥집 색시를 발견한다. 소변을 보고 있는 중이었다. 붙잡아 가겠다고 넌지시 말해 보아도, 색시인 백화는 눈도 까딱 않고 거친 말투로 쏘아붙인다. 관록이 붙은 갈보답게 거침없는 말로 둘을 무색케 한다. 18세에 가출해서 술과 몸을 파는 일로 스물 둘이 된 여자였다. 몸을 녹이기 위해 폐가에 들어간다. 불을 피워 놓자 백화는 옛날 연애 이야기를 들려준다. '갈매기집'에서 순정을 바쳤던 죄수 군인 여덟 명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둑해지자 길을 다시 떠난다. 백화가 고랑에 빠져 발을 삐게 되고 영달은 백화를 업는다. 감천 읍내에 도착하여 역으로 향하면서 백화는 영달에게 갈 곳을 묻는다. 마땅한 곳이 없으면 자기 고향에 가 일자리를 잡아 주겠다고 한다. 정씨도 백화가 좋은 여자라며 권유한다. 그러나 영달은 백화를 떠나 보내려 한다. 가진 돈으로 차표와 빵을 사준다. 개찰구를 나가며 백화의 눈은 충혈된다. 대합실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을 때 옆에 있던 노인이 두 사람의 행색을 보고는 어디로 가느냐고 묻는다. 고향 삼포로 간다는 말에, 삼포가 개발되고 있는 중이라고 말한다. 영달은 일자리가 생겼다 좋아하지만, 정씨는 풀이 죽는다. 영달과 정씨는 입장이 바뀐 것이다. 기차는 눈발이 날리는 어두운 들판을 향해서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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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성격] |
노영달 → 착암기 기술자. 공사판을 찾아 돌아다니는 뜨내기 노동자. 행동과 말은 거칠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지닌 인물 정씨 → 출옥(出獄)한 후 고향인 삼포(森浦)를 찾아가고 있는 인물. 생각이 깊고 인정이 있음 백화 → 술집에서 도망친 작부. 18세에 가출하여 군부대 주변의 술집을 4년여간 전전하며 군인들에게 몸을 팔았던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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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 단계] |
발단 : 영달은 공사판 일이 중단되자 밥값을 떼어 먹고 도망치던 중 삼포로 가는 정씨를 만나 동행함. 전개 : 두 사람은 찬샘이라는 마을에 있는 국밥집에 들른다. 월출 방향이 험할 것 같아 감천 방면으로 가던 중 도망친 국밥집 색시 백화를 만나 동행이 된다. 절정 : 몸을 녹이기 위해 폐가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백화는 과거에 자신이 지내온 이야기를 들려주고 영달에게 자기 고향으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지만 영달은 백화를 떠나 보낸다. 결말 : 정씨와 영달은 대합실에서 만난 어느 노인에게서 삼포에 대한 소식을 듣게 된다. 삼포에도 공사판이 벌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영달은 일자리가 생겼다고 좋아하지만 정씨는 풀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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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와 감상] |
◈ <삼포가는 길>은 이른 바 '여로소설', '길 소설'이다. 여로(旅路)는 인생의 축소판이다. 길을 따라 걷는 가운데 삶의 중심 부분이 부각된다. 이 소설은 공사판에서 삼포라고 하는 또 다른 정착지로 향하는 가운데 겪게 되는 일과, 인물들의 과거사가 펼쳐진다. 길 소설에서는 동반자와의 만남이 하나의 요소가 되기도 하는데, 그들은 제각기 다른 삶을 살아온 자들이지만, 동행하는 동안에는 공통된 삶의 모습을 보이게 되고, 다시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는 형식이 일반적이다. 여기에서도 영달, 정씨, 백화가 도중에 만나게 되고, 또 흩어진다. 삶의 본질은 이렇게 만남과 헤어짐의 연속이다.
◈ 영달과 정씨는 긴 여로에 동행을 하게 된다. 처음에 그들은 적적해서 동행만 할 뿐 정신적으로는 상당한 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여로가 이어지면서 이 심정적 거리는 점점 가까워진다. 둘은 모두 산업사회에서 소외된 주변적 존재이며, 고향을 상실한 떠돌이란 점에서 동병상련의 아픔을 안고 있었다. 이런 점에서 정신적 일체감을 가지게 되며, 동행의 길이 이어지는 가운데 차츰 하나로 합일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중간에 만나게 되는 백화 또한 이 사회의 중심부로부터 이탈된 자로서 삶의 밑바닥을 전전하면서 파탄된 삶을 살고 있고 고향을 잃은 여자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은 일반적 평가에서 천한 행동을 하는 인물이지만, 교양있고 세련된 계층의 행동보다 오히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자들이다.
◈ 이 소설은 산업화 시대의 슬픔인 '고향상실'이라는 아픔을 간직한 자들의 방황의 도정을 그리고 있다. 고향의 상실은 그들의 정체성을 앗아 가고 거대한 산업사회의 생리에서 이탈된 자로서의 소외감과 고통을 그대로 안겨 준 것이다. 그들은 모두 고향을 향해 간다. 고향이야말로 그들의 순정한 삶을 보장해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사회의 흐름은 거대한 물줄기아 같이 기존의 삶의 양태를 바꾸어 가며, 그 이전의 삶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만들고 있다. 이제 모두에게 고향은 사라진 것이다. 영달은 애초에 돌아갈 고향이 없었고, 정씨는 고향이 개발되고 있다는 노인의 말을 듣고 실망을 하는 데서 예전의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고, 이런 면에서 기차를 타 버린 백화도 고향에서 이전의 삶을 회복하지는 못할 것이란 짐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도시화, 산업화는 고향을 상실케 했고, 정신적 공허를 불러 온 것이다.
◈ 상실의 고향 '삼포' : 정씨의 고향인 삼포는 실제로 지도상에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정씨에게 있어 '삼포'는 오랜 방랑 생활의 종착역으로 마음의 안식처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그곳은 '개발'의 물결이 휩쓸고 간 곳으로 더 이상 정씨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그리운 고향의 모습은 아니다. 도시화, 산업화는 많은 이들에게 고향을 상실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공허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이렇게 상실의 공간들을 양산해 낸 것이 70년대 개발 정책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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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사항 정리] |
▶ 갈래 : 단편소설, 여로형 소설 ▶ 배경 : 1970년대, 공사장에서 고향인 강원도 삼포로 가는 여로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고향 상실과 소외의 쓸쓸한 삶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고향을 상실하고 떠돌아다니는 뜨내기 인생의 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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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볼 문제] |
1. 이 소설은 일종의 여로소설이다. 길의 흐름과 함께 진행되는 주인공들의 의식의 변화과정을 살펴보자. ⇒ 등장하는 인물들은 소외계층으로 그들의 행동은 겉으로 교양없어 보이고 거칠기 까지 한다. 그러다가 길을 걸으면서 점점 융화되어 가는 가운데, 사회적으로 형성된 부정성은 걷히고 그들 개인의 고유한 순수성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함께 걷는 길이 이어지면서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고 어루만져 주는 교감의 단계로 진행되어 간다.
2. 산업화 시대의 삶의 모순을 이 작품에서는 어떤 측면에서 부각하고 있는가 ? ⇒ 산업화 사회의 모순은 고향 상실로 인한 떠돌이의 삶으로 그려지고 있다. 고향을 떠나 산업화에 적응하려 하지만 그 적응이 여의치 않으며, 그런 가운데 소외 계층으로 전락되어 가고, 마침내 고향으로의 회귀를 결정하고 돌아오지만, 그들이 돌아갈 고향은 이미 사라져 버린 것으로 작품화되어 있다. 따라서 산업화의 아픔은 고향상실과 유랑, 소외와 같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3. 영달이 백화를 업는 행위의 상징성을 말해 보자. ⇒ 두 사람이 업고 업히는 행동을 통해 마음의 합일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떨어져 있던 두 사람이 업는 행위로 하나가 되면서부터 그들은 내면의 아픔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하게 되고 연민과 사랑의 감정을 품게 된다.
4. 이 작품에서 세 사람은 길을 가다가 '폐가'에서 잠시 쉬어간다. '폐가'의 상징적 의미를 생각해 보자. ⇒ 페가는 의사가족적(疑似家族的), 의사고향을 상징한다. 이들 세 사람은 길가의 퇴락한 초가 한간, 그것도 안방과 건넌방이 무너져 봉당만 남은 집에 들어가 잠시 불을 피우고 쉬게 된다. 이곳에서 백화의 과거 사랑 이야기가 고백되면서 백화와 영달의 사랑이 가능한 것처럼 다가온다. 세 사람은 진실을 주고받으며 화합한다. 그러나 이곳은 온전한 집이 아닌 폐가, 그것도 봉당만 남은 집이라는 점에서 역시 일시적인 정착일 뿐 완전한 정착의 공간이 아니라는 암시를 주고 있다.
5. 삼포를 가까이 두고 주인공들이 다시 떠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 삼포는 정씨의 고향이다. 그러나 삼포는 이미 개발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산업화되지 않은 고향으로 귀의하려고 하던 그들에게 삼포는 더 이상 귀의처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절망에 빠져 다시 쓸쓸한 유랑의 길에 접어드는 것이다.
6. 이 소설의 사회적 배경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 백화, 영달, 정씨는 모두 현실에 만족할 수 없고 공허하고 쓸쓸한 삶을 살아가는 인물이다. 이들은 고도 성장의 그늘에 가려진 채 사회 중심부로부터 소외된 채 살아간다. 결국 이들은 1970년대 개발 정책에 의한 희생양이라 볼 수 있다. 새로운 일거리와 삶의 터전을 찾기 위해 고향을 떠났지만, 그곳에서도 성공하지는 못한다. 이것은 그들이 권력도 돈도 가지지 못한 가진 것 없는 서민들이었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결과였던 것이다.
7. 지명 '삼포'의 상징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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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알아 봅시다] |
■ 황석영(1943 ∼) 만주 신경 출생, 동국대 철학과 졸업. 1970년대 '객지'와 '삼포 가는 길' 80년대의 '무기의 그늘', '장길산'을 남긴 문제의 작가다. 초기의 작품 경향은 대체로 탐미주의적이었으나, '객지' 이후 건실한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민중적인 상황에서 현실을 파악하는 입장으로 변화되었다. '객지'가 보여주는 문학의 중요성은 그것이 부랑 노동자가 지니는 사회적 관계의 핵심을 포착했다는 점에 있다. '삼포 가는 길' 역시 '객지'가 제기한 문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여기에서 '삼포'라는 고유명사는 이내 산업화에 의해 해체되고 있던 고향이라는 보통명사로 확장되며, 다시 1970년대 한국 사회 일반으로 읽혀질 수 있다. 특히 그가 즐겨 다루는 노동과 생산의 문제, 부와 빈곤의 문제 등은 당시 한국 문학에 있어서는 거의 낯선 것으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도 매우 높이 평가된다.
■ 황석영 작품의 등장 인물 황석영 소설에서 우리는, 부랑자 또는 공장 노동자를 비롯하여 소시민, 군인, 작가, 여대생, 소년, 윤락여성, 도시룸펜, 농민 등등 각계 각층의 다양한 삶의 양식과 마주치게 된다. 그 중에서도 작가가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물들은 계급 구성에서 최하층을 형성하는 이른바 기층민중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객지」의 공사판 부랑 노동자, 「돼지꿈」의 넝마주이, 행상, 노점상, 여공, 공장노동자 등등의 도시 빈민, 「종노(種奴)」의 영세 소농, 「장사의 꿈」과 「이웃 사람」의 이농민, 실업자 등이 그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