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3. 2. 나무날. 날씨: 찬 기운이 조금은 있는데 따듯한 봄날이다.
아침열기-수학(나누다/분수와 달력 만들기)-점심-청소-구구단 뛰기와 외나무다리 만들기-마침회-6학년 영어-교사회의
[수학 박사 아이들과 외나무다리]
새 학기 첫 날, 새 모둠에서 어울려 살아가는 설렘과 신나는 기운이 학교 곳곳을 살아나게 한다. 푸른샘 1학년 외계인들이 아주 씩씩하게 학교에 오는 걸 보니 저절로 웃음이 난다. 알찬샘 3학년 아이들은 선생을 보자마자 오늘 뭐할 거냐며 묻는다. 아침열기는 날마다 할 거라니 ‘와’ 소리를 크게 지르며 밖으로 달려간다. 준섭이가 조금 늦는다 해서 학교 안팎을 돌아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먼저 숲 속 놀이터에서 아이들 몸놀림을 지켜보는데 나무 위 평상에 올라가는 것도 차례차례 잘 올라가고 내려온다. 사다리가 흔들릴 것 같다며 천천히 조심해서 유민이와 시우, 지후가 올라가자 나무 위 평상이 꽉 찬다. 몸놀림이 빠른 아이들은 사다리를 쓰지 않고 내려가기도 한다. ‘사고는 순간이다.’를 외치지만 조금 위험해 보이는 놀이터가 사실 더 안전함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솦 속 놀이터 작은 텃밭을 둘러보고 저마다 심을 걸 생각하자니 심고 싶은 게 다 다르다. 지난해 하루선생 바꾸기 할 때 우리 3학년 아이들과 만들어놓은 움집에는 2학년 아이들이 온갖 물건들을 가득 채워놓고 소꿉놀이를 한 흔적이 가득하다. 두 번째로 숲 속 작은집 다락에 차례로 올라가보고 안전에 필요한 것을 살펴보고, 오제네 옆 밀밭에서 밀과 마늘이 올라오는 걸 확인했다. 지난해 높은 학년이 심어놓은 밀과 마늘이 쑥 자라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다. 바로 옆 두 번째 숲 속 놀이터로 꾸밀 공간에서 저마다 마음에 드는 나무를 찾아 내 나무로 정하고, 놀이터를 어떻게 가꿀지 상상해본다. 이번엔 마을공원이다. 하리공원 쪽에서 1, 2학년이 아침 산책을 하고 있다. 마을공원 가는 길에 올려다 본 관악산 꼭대기에 하얀 눈이 쌓여 있어 정말 멋있다. 마을공원으로 옮겨가 세 발 뛰기 몸놀이를 하고, 마을공원 축구장을 발자국으로 재보며 길이와 넓이 이야기를 하며 한참을 놀았다. 첫 날이라 밖에서 몸과 마음을 깨우는 아침열기를 길게 하는 셈이다. 학교로 들어와 한참 쉰 다음 교실로 들어와 피리를 불고 노래를 부른 뒤, 선생이 준비한 동화책을 들려주었다.
아침나절 공부는 수학이다. 아이들에게 수학 공책을 나눠주니 정성스럽게 제목을 쓰고 이름을 쓴다. 첫 글씨로 나누다와 분수 이야기를 썼다. 사과를 두 조각, 네 조각, 여덟 조각으로 잘라가며 분수와 나누다를 말하니 자기 몫이 십이분의 일 조각인줄 금세 알아차리는 영특한 아이들이다. 곱셈과 나눗셈 박사가 될 아이들답다. 똑 같이 나누는 평등의 철학 이야기를 어제에 이어 줄곧 하는 셈이다. 마지막으로 자른 사과를 먹은 기억과 나눈 이야기를 갈무리하며 칠판에 사과 그림과 분수 개념을 공책에 쓰며 셈 이야기를 마친다. 한참 쉰 뒤 3월 달력을 만들었다.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 시간 일 년 365일을 열두 달로 나누는데 우리 알찬샘 모둠도 열두 사람이니 우리는 과학 모둠이라니 다들 싱글벙글이다. 다섯 줄과 일곱 칸으로 표를 만들어 날짜, 절기, 학교 공부를 써 넣는 걸 보니 아이들마다 색깔이 나온다. 이제 달력에 있는 규칙을 찾아보는 시간이다. 기준을 세우고 규칙을 찾아내는 게 수학이다. 선생의 잠깐 도움말에 가로와 세로, 대각선으로 옮겨갈 때마다 같은 수가 반복된다는 걸 모두 찾아낸다. 셈의 느림과 빠름, 자신감 차이가 아이마다 있지만 아무리 봐도 모두 수학박사가 될 재목들이다. 문 창문으로 1학년 아이들이 형들 수업하는 걸 자꾸 들여다보는 걸 보던 알찬샘 아이들, 다시 쓸 수 있는 종이 뒤에 쉬는 시간, 수업 중이란 알림을 써서 창문에 붙여놓는다. 수업에 집중하려는 뜻이 큰 줄 알겠는데, 예전 형들이 그러던 것을 새 교실에서 해보고 싶은 눈치도 보여, 보는 선생이 즐겁다.
낮에는 본디 선생이 준비한 구구단 이치와 곱셈 이야기를 더 하고, 하루생활글 쓰기를 다시 공부하려고 했는데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자 한다. 벌써부터 선생보다 만들기 포부가 대단한 아이들이다. 그 바람을 모른 체 할 때가 아닌 3월 2일 아니던가. 바로 숲 속 놀이터로 나가 아이들에게 잘라놓은 통나무를 모두 모아 원을 만들자 했더니 금세 원형 징검다리를 만들어낸다. 안전하게 한 발 한 발 건너기를 마치고 이제 두 칸씩 건너뛰기를 하며 구구단을 생각해본다. 두 칸씩 건너뛰며 이가 둘이면 넷이요, 이가 셋이면 여섯인 줄 확인하며 덧셈이 곱셈으로 바뀌는 순간을 몸으로 익혀보는데 너무 쉽단다. 세 칸 뛰기는 조금 어렵다는데 아이들마다 재미를 느끼는 게 또 다르다.
간단한 몸 풀기를 마치고 본격으로 놀이터 놀이감 만들기를 시작했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통나무 하나를 들고 와 받침으로 쓸 만한 통나무 조각 위에 올려 움직이지 않게 해보라니 아이들마다 눈부신 생각을 꺼낸다. 동그란 긴 통나무가 작은 통나무 조각에서 굴러버리는 걸 막고자 옆에 통나무를 또 세운다. 이제 선생이 마무리로 외나무다리를 같이 만들자고 하니 아이들이 못으로 고정을 하자고 한다. 선생이 망치와 못을 들고 와 못을 하나 박아놓고 아이들이 차례로 돌아가며 망치질을 해서 외나무다리를 완성해간다. 금세 세 개 외나무다리가 완성됐다. 낫으로 위를 평평하게 해 놓으니 제법 쓸 만한 외나무다리 놀이감이다. 균형과 중심을 잡는 재밌는 놀이감으로 아이들이 놀겠다. 튼튼하긴 한데 내일 한 번 더 단단하게 고정시켜 마무리를 지으면 되겠다. 완성된 외나무다리에서 아이들이 한참을 논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옛날 속담을 들려주니 아이들이 되뇌며 중얼거린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노는 방법을 알아낸다. 외나무다리에서 하는 가위바위보 놀이로 숲속놀이터가 떠들썩하다. 만들어서 뿌듯하고 만든 놀이감으로 놀아서 좋고 아이들이 신이 날만 하다. 물론 놀이하다 잠깐 울고 달래는 아이들 세상은 여전하다. 영호가 코피가 난다며 교실로 휴지를 가지러 갔는데 심하지 않아 보여 따라가지 않았더니 나중에 들으니 코피가 제법 많이 났다고 한다. 다음에는 따라가서 챙겨야겠다.
마침회에서 하루를 되돌아보고, 하고 싶은 말을 하는데 1학년 동생들과 형들, 서로에게 바라는 게 있다. 잘 놀고 뚜렷하게 말하고 하루를 닫는다. 내일은 칠판에 쓸 물 백묵을 꼭 사야겠다. 잘 나오지가 않아 쓰는데 애를 먹었다. 채비할 게 많으니 새 학기 새 모둠 맞네. 들숨과 날숨이 자연스러운 수업 구성, 어울림과 협력이 자연스러운 일과 놀이, 저마다 기운이 마음껏 드러나는 느림과 빠름의 조화 속에 맛있고 즐거운 학교를 만들어 가려면 선생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
교사회의 때 고대했던 교육청 공모사업 결과가 나왔는데 아쉽게 2차에서 탈락이다. 학교 재정에 큰 도움이 되는 지원 사업이라 내심 기대를 했더니 더 아쉽다. 더욱이 1차 합격 열여섯 학교 가운데 2차에서 연대 소속 세 학교가 모두 선정되지 못했다. 1차에서 떨어졌으면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을 것을. 다시 마음을 비우고 다음 공모사업을 기다리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