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풍경/ 유현숙

[허공한다발]

장항선 풍경

유현숙

사람이 그리워지면 기차를 타네

기차는 충청도 내륙을 관통하고 거기에서는 호흡을 골라야 하네

어조는 순하게, 억양은 낮게

시간은 더디게 흐르고 오래 길 든 언어들이 기다리고 있네

예산역에서 기차를 버리고 수덕사 가는 버스에 오르면

그 날은 으례 삽교 장날이네

소금구이 집 앞에 모인 촌로 몇, 골 진 주름이 깊고

턱수염 아래로는 과거 같은 막걸리 방울지네

저 사람들, 내??의 따순 볕과 황톳빛 바람결에 살이 익은

삽교 사람들 아닌가

수덕사에 닿으면 그때 그 집에 들어 여장을 푸네

밤 깊어도 뜨락은 밝고

백양나무 가지에는 시리우스좌, 오리온좌가 걸려 있네

그 밤에

별자리 아래로 거뭇거뭇 내리는 것이 있어 손바닥을 펴들고 서서 쳐다보네

"아, 밤눈이구나."

떨어져 패인 별자리들에 눈발 덮이고

드잡이했던 기억들

뜨거웠던 말들

거웃에 묻은 마른 피 조각들 털리듯 떨어져 내리네

장항선에서 내린 밤에는 언제나 별이 내리네

―《우리시》2007년 5월호

[보옴]

우리집은 예산역 전에 신례원 역인데...날잡아 기차타고 가야겠습니다 ^^^^

[홍해리洪海里]

저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무작정 떠나고 싶은 유월입니다. '보옴' 님, 어서 차표를 예매하시기 바랍니다. 기적소리가 들립니다. 고 시인님도 이 글을 쓰신 유 시인님도 동행토록 합시다.

[허공한다발]

장항선 기차를 타고 종착역까지 내려오세요. (보옴 님은 집에 들렀다가) 그곳에서 바다와 함께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