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사단장 죽이기2>의 부제는 '전이하는 메타포'다. '전이하는 메타포' ?
"단지 조신한 은유라고요. 사물과 사물을 이어주는 존재일 뿐입죠."
"저는 보잘것 없는 하급 메타포입니다. 상급의 은유 같은 건 불가능해요"(371)
주인공 '나'는 <기사단장 죽이기>를 그린 아마다 도모히코를 찾아간다. 병상에 누워 사람 조차 알아볼 수 없는 노인을. 그러나 아마다 도모히코는 <기사단장 죽이기>를 이야기하자 눈빛이 달라진다. 그리고 '나'는 미니커처 '기사단장'을 찔러 죽인다. 이데아의 세계로 사흘간 여행을 떠난다. 조신한 은유라고 일컫는 메타포를 통해 사유의 세계를 다녀온다. 다양한 메타포들이 등장한다. 왠지 '천로역정'의 은유로 표현된 인물을 보는 듯.
"왜 나는 그 땅속 세계를 통과해야만 했을까? 그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내 손으로 기사단장을 찔러 죽여야 했다. 그는 희생양이 되어 목숨을 버렸고, 나는 어둠의 세계에서 몇 가지 시련을 겪었다."(457)
땅속 세계를 지나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했다. 그 희생양이 '기사단장'이었다. 하지만 '기사단장'은 칼에 찔려 죽지만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존재다. 단지 다음 세계를 가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희생양'이라는 기독교 모티브를 차용한 느낌이 든다.
주인공 '나'는 어느 날 갑자기 '기사단장'이라는 '이데아'를 만나 의식의 세계로 들어가는 황홀한 체험을 한다. 천장에 숨겨진 오래된 그림 <기사단장 죽이기>이 시발점이 된 것이다. 이데아는 타인의 의식 없이는 존재하지 못하는 동시에 타인의 인식을 에너지 삼아 존재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갖추기 원했던 주인공 '나'는 <기사단장 죽이기>, <흰색 스바루 포레스터의 남자>, <아키가와 마리에의 초상>, <잡목림 속의 구덩이>의 그림을 통해 그 꿈을 실현해 나간다.
멘시키를 만나고, 사당 뒤편 구덩이를 파헤치고, 기사단장이 나타나고, 아키가와 마리에와 고모 쇼코가 등장하며 유부녀 여자친구와 관계를 맺으며 집 주인이었던 아마다 도모히코의 생령까지 만나는 숨막히는 전개 속에 작가는 현실 세계 너머의 또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자 했던 것 같다.
부유하고 모든 여자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멘시키는 이런 고백을 남긴다.
"이 세상에서 뭔가를 달성한다 한들, 아무리 사업에 성공하고 자산을 일군다 한들, 저는 결국 한 세트의 유전자를 누군가에게서 물려받아 그것을 누군가에게 전달하기 위한 편의적이고 과도적인 존재에 불과하다고. 그런 실용적인 기능을 제외하고 남는 것은 그저 흙덩어리 같은 것뿐이라고"(144)
성경 <잠언>의 한 토막을 보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