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바쁘기도 했지만 안 바쁜 시간에도 현대인의 휴식패턴을 반복하다보니 글을 쓸 시간이 없었네요.
스마트폰 놀음이죠. 숏츠, 유투브, 넷플릭스 등등. 스크롤은 아래로 아래로 내려도 끝이 없습니다.
습관이 반복되다보니, 시간만 비면 아무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켜서, 앱을 클릭하고, 무한 스크롤을 휙휙거리는 스마트폰 좀비가 된 듯 합니다.
제가 근래 글쓰기를 멀리 하는 이유는 소재의 고갈보다는 의지의 고갈이 맞는데, 영 의욕이 생기질 않네요.
의욕이 생기지 않는 이유는 자유롭지 않아서입니다.
무슨 생뚱맞은 소리인가 싶으시겠지만, 자유는 제가 존경하는 모선생님의 글을 빌리면 '자기만의 이유'입니다. 진정한 내 안의 이유가 있어야 그 일을 할 의욕이 생기는 거죠.
자유롭지 않은 건 노예의 삶입니다. 그 일을 꼭 해야만 하는 자발적인 이유가 결여된 삶입니다. 사실 모두가 자신만의 이유를 만들어내고 가지고 있다지만, 그게 억지인지 그럴 듯한 구실인지는 본인 스스로가 제일 잘 알 겁니다.
물론 삶이 항상 이렇지만은 않죠. 노예와 같은 하루하루도 있고, 기나긴 슬럼프에 빠질 때도 있고, 그러다가 뭔가에 꽂혀서 열정을 불태울 수도 있겠죠.
얼마전에 '무쇠소녀단'이라는 TV예능프로그램을 봤는데, 여자연예인 4명이 철인3종경기에 도전하는 내용이더군요. 첫 시청이었는데, 마지막 회였어요. 진짜 철인3종경기 대회에 출전해서 역주하는 출연자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힘겹게 완주에 도전하는 그녀들의 의지와 진지함이 TV밖으로도 뿜어져 나오더군요. 방송말미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고 펑펑 우는 그녀들의 모습에 제 가슴에서도 뭔가가 왈칵 솟아올랐습니다.
아, 저게 살아있다는 느낌인가, 아, 나는 언제 달려봤던가. 아, 저거 나도 해보고 싶다!
남의 열정에 찰나의 순간 잠겨있다가 깨니 바로 현타가 오더군요
무릎이 안 좋아서 10km는 커녕 집앞 어린이 공원 트랙 한번 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물에 뜨지도 못하는데 1.5km 강을 헤엄쳐서 건넌다?
현실과 이상의 간극은 어마어마하고, 찰나 끓어 올라왔던 삶의 의지는 풋내 나는 치기로 급속하게 가라앉는 것이 일상입니다.
하지만 진짜 하고 싶다면 방법이 있겠죠. 일단 나가서 걷기부터라도 시작해야 합니다. 시작이 반입니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굳건하다면, 자신만의 이유가 있다면 어떻게든 방도는 찾아지기 마련입니다. 먼저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진정 원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그 질문들에 명확히 대답할 수 없다면 1만 시간은 커녕 10시간도 지속하기 어렵습니다. 목적에 대한 내 안의 이유가 명확하다면 지속할 수 있습니다. 실패에 대한 변명과 이유는 가지각색이며 그 유형은 차고도 넘칩니다. 하지만 성공의 이유는 오직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안에 있습니다. 가고자 하는 그 길이 내면의 진정한 부름으로부터 온 것이라면 과정과 결과 모두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다가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고흐가 그림 그리다가 빡쳐서 한 말이라고 전해집니다. 인생이 그런 것 같습니다. 매일 좋을 수만은 없습니다. 그럴 땐 초심을 되새겨봐야죠. 발심입니다.
연말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지난주 계엄이다 탄핵이다 난리가 아니였죠. 국회 탄핵소추 표결에 앞서 야당 원내대표가 했던 연설의 한 대목이 불현듯 떠오릅니다.
과거가 현재를 살렸다.
5.18 광주가 12.03 계엄사태를 조기에 수습할 수 있는 힘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현재가 다가오는 미래를 구할 것입니다.
그때 그 마음 아마 지금도 변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조심스럽게 안을 들여다 보면, 먼지에 쌓인채로 조용히 숨 쉬고 있을 겁니다.
초심을 되살리는 것, 발심이 그 무엇보다 어렵지만 우리 모두에게 필요합니다.
연말 잘 마무리하시고 살아있음으로 충만한 하루하루를 만들어나가시길 바랍니다.
한 해 고생 많으셨습니다.
첫댓글 부디 현재가 미래를 도울 수 있기를...
그것도 5.18과 같은 아픔으로가 아니라, 성공의 경험치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