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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인가 신문에서 "지리산 둘레길 부분 개통"이란 기사를 읽고 언제 기회가 되면 그 땅을 밟아보려던 생각이 가물거릴 즈음에 MBC에서 방송한 기획프로그램은 나의 기억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가 보자! 가서 정겨운 지리산 마을을 내 다리로 밟고, 내 두눈으로 확인하고, 내 몸으로 지리산의 정기를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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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아내에게 그 나이때 몸에 맞는 운동을 시켜야 하는 내 입장에서 중력에 의해 몸의 뼈마디를 꾹꾹 눌러주는 효과가 있는 등산을 - 저는 중년 여성의 최고의 건강 유지법은 등산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적극 아니 강제로라도 시켜야 하는데 언덕오르기를 쓴 한약먹 듯 싫어하는 아내가 질색을 하기에 회유가 필요했습니다.
"지리산길은 등산이 아니고 트레킹이야! 오르막이라고 해봐야 낮은 언덕에 불과해서 몇 발자국만 떼면 금새 오를 수 있는 정도야!" 살살 달랬습니다.
그러자 착한 아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착한 것 맞죠?
그 후, 모임 자리에서 어디 갈 지를 궁리하는 체격이 다소 건장한 두 분에게 아내가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 툭 던졌습니다. "지리산길 좋다던데..."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건장한 체격의 두 분은 일견해도 워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분입니다. 그런데 아내가 던지는 한마디에 움찔하더니 내 뱉는 말. "그럼 우리도 같이 갈까?" 그나마도 어느 한 분은 대답도 안하더이다. 그렇게 코가 꿴 분과 함께 우리는 지리산길 트레킹을 떠났습니다.
▲ 여행은 기차여행이 최고라는 중론에 따라 기차를 예약했습니다. 기차 타 본지 수십년은 된 듯 합니다.
▲ 남원역에서 내려 산내면에 있는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베란다에서 둘러 본 마을의 풍경입니다. 정겨운 시골마을이 단풍으로 예쁘게 단장한 새색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 지리산길은 지리산 둘레에 있는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옛길이라고 합니다. 800리 길이지요. 오늘은 40리만 가 볼 계획입니다. 1,2구간 21km 중 매동마을에서 추성마을까지 16km만 간다고 하니 산소형 曰, "21km 다 안 가는겨?" "휴~, 여자와 체격 건장한 두 분을 고려해 코스를 정했건만..." 추성마을에 도착해서 다시 무슨 말을 할지 자못 궁금해 집니다.
▲ 1구간의 시작인 매동마을의 지리산길 표식입니다.
▲ 매동마을회관 앞을 지나 힘차게 출발합니다.
▲ 마을 뒤 언덕을 오릅니다. 처음부터 약간 경사진 언덕을 넘어갑니다. 이 때야 시작이고, 좋은 공기마시며 주변 경관에 취해 힘든 줄도 모르고 올라갑니다.
▲ 지리산길에는 이러한 이정표가 초행자의 길을 안내합니다. 붉은색이 매동마을에서 진행하는 방향이고, 검은색은 매동마을로 돌아 오는 방향을 표시합니다. 초행인 길손의 시각에서 필요한 지점에서 적절하게 친구처럼 반갑게 맞아주는 고마운 표지판입니다. 길을 잃을래야 잃을 수 없습니다.
▲ 지리산길은 산을 통해 마을과 마을이 연결된 길입니다. 옛길이니 당연하겠죠?
▲ 이정표를 보고 현재의 위치를 확인해 봅니다.
▲ 깊은 산중의 지리산이라 그런지 가는 길에는 이런 벌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 모처럼만에 신바람 난 아내입니다.
▲ 옆에... 산소형입니다. 저런 덩치에서 어떻게 트레킹가자는 대답이 쉽게 나왔는지 미스테리합니다...^^ 아직은 표정이 밝습니다.
▲ 이렇게 들길도 지나고... 제다이 모자는 폼이 분명합니다. 구름 한점없이 쾌청한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볕이 따가웠을텐데도 흐르는 땀이 귀찮아 길가는 내내 벗고 다녔습니다. 머리 숱이 없어 아마 머리 가죽이 반쯤 익지 않았을까 걱정이 됩니다...^^
▲ 한 고개를 또 넘어갑니다. 몇 고개를 넘어야 할 지...!
▲ 여기가 아마 매동마을에서 3km쯤 되지 않을까 추측되는데... 방아간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참새들처럼 길가에 자리한 주막(?)에 앉아 서둘러 동동주를 주문합니다.
▲ 지리산에서 난 토토리로 만든 묵과 밥알이 무겁게 느껴지는 동동주입니다. 아침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배는 고프지 않지만 음식을 보는 순간 식욕이 땡깁니다. 당초 지리산길 정보 수집시 이런 먹거리가 없는줄 알았습니다. 해서 점심과 일부 먹거리도 준비했건만... 결국 짐으로 남았습니다. 지리산 토종꿀도 한병사고...
▲ 다랭이 논두렁을 지나갑니다. 추수가 끝난 논과 웅장한 산의 조화에서 아름다운 자연의 한 조각을 보았습니다.
▲ 우리가 지나 온 다랭이논입니다. 지리산은 거의 대부분이 경사지여서 이러한 곳에서 농사를 짓기 위해서는 낮은 땅에 돌을 쌓아 올려 수평을 맞추는 계단식 농경지를 조성해야 합니다. 우리의 선조들이 흘린 땀과 고통이 청량한 공기를 통해 전해지는 듯 합니다.
▲ 결실의 계절인 가을하면 떠오르는 첫번째 과일이 바로 감이 아닐까 합니다. 어느 마을에서든 감나무가 지천으로 널려 있습니다.
▲ 파란 하늘에 걸린 감이 더욱 먹음직스럽게 보입니다.
▲ 중년이 되니 묵묵히 앞만 보고 살아온 세월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가족, 회사, 친구, 동료... 각양 각색의 사람 사이에 얽힌 인간 관계들... 사건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 이렇게 걷다 등구재에 오르기 전, 시골 청국장과 꿀을 파는 아주머니를 만났습니다. 그냥 권하는 땅콩 한줌을 맛보던 산소형, 선뜻 땅콩 세 뭉치를 구입했습니다. 이렇게 전라도에서 만난 할머니, 아주머니는 옛날 내 어린 시절 기억과 똑 같은 인물이었습니다. 그런 작은 정에 감동하는 산소형도 닮은 꼴의 인간형이었습니다.
▲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인 등구재에 서 있는 안내글입니다. 거북등을 닮아 등구재이고, 경상도의 창원마을에서 전라도의 인월장을 보러 가던 길이랍니다. 사실 이 때에는 이웃이 있었을 뿐, 경상도, 전라도의 구분은 없었겠지요? 이 길의 복원을 통해 머리에 지식으로 새겨진 현재의 구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 등구재 너머 간이 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오늘의 여정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해 봅니다. 오늘 가야할 길은 아직 10km가 남았습니다.
▲ 친 형제같지요? 비록 피를 나누진 않았으나 그들의 정은 그만큼 되는 것 같습니다.
▲ 길 중간에 있는 옛 저수지.
▲ 지금은 동물들의 오아시스가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지리산이 동물들의 안락한 서식처임을 새삼 실감합니다.
▲ 상황마을에 닿기 전, 쌍둥이 손녀들과 함께 싱그러운 웃음으로 지나가는 길손을 반갑게 맞아 주시는 할머니입니다. 커다란 홍시를 내밀며 그냥 먹으라고 주시는 할머니를 또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할머니가 손수 담근 오미자차로 피로를 달랩니다. 이런 곳에서 먹는 음식에 중국산이 있을 수 가 없겠죠? 감로수가 바로 이런 맛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 오미자차였습니다.
▲ 할머니가 손수 적어 놓으신 메뉴판입니다.
여담이지만, 지리산길을 개통하면서 길을 둘러 싼 마을 주민들 간에 약간의 불화가 있었나 봅니다. TV 방송으로 지리산길이 유명세를 타면서 일부 방문객들이 쓰레기를 버리고, 농작물을 망가뜨리고... 하는 문제가 있었나 봅니다. 그러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인과 산행인의 구분이 없었습니다. 사람의 손이 많이 타면서 나오는 역기능이지만, 방문객으로 인해 농촌 소득 증대에 긍정적 기여를 하는 점 또한 사실입니다. 이 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주변에 문명의 해를 남기진 않았는지 둘러보고 행동을 삼가한다면 이 곳 분들이나 방문하는 분들이나 모두 다 행복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엄마가 일터에 나가고 어린이집에 맡기지 못해 할머니가 데리고 나왔다는 쌍둥이 손녀들입니다. 얻어먹은 홍시에 고마운 마음으로 빵을 건네 손에 들려 줘도 엄마가 없어 풀 죽은 표정이 살아나지 않습니다. 이 아이들을 보며 우리도 외국처럼 다민족 사회에 대한 시스템이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 창원마을에 들어서면 반갑게 맞아주는 당산 쉼터입니다.
▲ 붉게 물든 느티나무 아래에 앉으니 넓은 지리산 자락이 한 눈에 들어 옵니다. 저기 손 드신 분, 너무 멀어 자신이 안보일까 싶어 손을 들었나 봅니다. "산소형, 담부터 제다이 옆에 앉지 마시고 제 옆에 앉으세요. 넘 왜소해 보입니다!"
▲ 곶감과 시래기를 말리는 시골 어느 집. 겨울 준비를 하는가 봅니다.
▲ 빨간 고추도 말리고. 아마 자식들 주려고 말리는 고추겠지요? 고추 말리며 뿌듯해 하실 어머니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 상황마을 끝 언덕머리에 서서... 지리산 마을은 어느 곳이든 다 그림이 되는군요!
▲ 금계마을을 지나 칠선계곡 추성마을로 가기 위해 의탄교를 건넙니다.
▲ 이정표를 보니 칠선계곡이 2km 남았습니다만, 지리산길로는 아직 5km 정도 남은 듯 합니다. 저 뒤에 보이는 느티나무 아래가 점심먹을 자리입니다.
▲ 식사 겸 안주인 컵라면 먹을 물을 끓이고 있습니다. 아내는 돗자리 위에 책상다리하고 앉아 다리의 피로를 풀고 있습니다. 피곤할 겁니다. 아마 산소형, 제다이도 꽤 피곤할 듯. 그런데 여인네가 힘들다 말을 않으니 벙어리로 일관할 수 밖에...^^
▲ 벽송사를 향해 가는 길은 처음부터 급경사를 오릅니다. 대나무밭 언덕 위 벤치에 앉아 한 컷 남깁니다.
▲ 드디어 여정의 끝인 서암정사에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내려가면 추성마을입니다.
의탄마을에서 추성마을까지는 오름이 많은 숲길입니다. 나중에 제다이가 말하길, 죽을뻔했다 하더군요. 산소형은 추성마을로 내려오는 중 다리가 아파 '원망'이란 단어만 쓰지 않았을 뿐, 표정에는 그러한 감정이 살짝 묻어났습니다...^^
16km에서 그쳤길 망정이지, 21km 다 갔으면 어쩔뻔 했는지... 휴~ 아마 두고두고 나를 원망치 않았을까... 그 정도로도 제다이는 나를 반사기꾼으로 알던데...ㅎㅎ
▲ 서암정사는 여느 절과는 다른 느낌이 납니다. 마치 중국풍이라고 할까나... 마침 그 날 그 곳에서 중국인 스님을 봐서 그런지 몰라도 그런 느낌이 드는 절입니다. 커다란 바위에 약간의 인공을 가해 만든 문입니다.
▲ 지리산길 내내 여행객 한 명 볼 수 없었는데 이 곳에 오니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추성리에서 올라 온 사람들입니다. 절 곳곳에 작은 조형물들이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습니다.
▲ "약차다! 한 잔하고 가자!" 이제 여정의 끝에 이르니 기운이 빠졌나 봅니다.
▲ 차 이름이 '오묘차'입니다. 제목 그대로 오묘한 맛이 납니다. 한 잔 2,000원. 마실만 합니다.
▲ 당초 가능하면 두지터에서 한 밤 지내려 했습니다만 가파른 경사를 올라서 약 20여분을 더 가야한다는 내 말에 다들 귓등으로도 안 듣습니다. 그래서 그나마 음식 맛이 좋다는 칠선휴게소에 여장을 풀었습니다.
▲ 추성마을에는 국화밭이 많이 있습니다. 국화차가 유명한가 봅니다. 목표거리를 완주했다는 행복감에 피곤함도 잊고 웃음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 축난 몸을 토종닭으로 보충하고, 막걸리에 파전을 곁들여 오늘의 완주를 자축했습니다.
▲ 산촌의 밤은 시간이 깁니다. 남는 시간을 오랜만에 그림공부를 하며 건전하게 보냈습니다.
▲ 숙소로는 별로지만 음식 맛으로는 이 곳 칠선휴게소와 아래쪽 칠선산장이 유명합니다. 경상도 음식이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이 집 음식이 참 맛있습니다.
▲ 일요일 아침입니다. 아침 먹기 전 국화밭에서 꽃같은 사내들만의 기념 컷 한 장 남기고...
▲ 국화밭에서 내려 오며 바위가 집 안에 들어 앉아 있는 민박집을 구경합니다. 그래서 이 집 이름이 'Stone House'입니다.
▲ 집 주인아저씨가 손수 민박집을 증축하고 있습니다. 여기가 고향이라는 아저씨의 진지한 설명을 들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 갈 때는 기차로, 돌아 올 때는 버스로... 함양으로 나가기 위해 버스 앞에 섰습니다. 얼굴들을 보니 피곤이 풀린 것 같습니다...^^
▲ 아쉬운 지리산 마을을 뒤에 두고서 이렇게 버스에 몸을 싣고 떠났습니다.
▲ 함양에 왔으니 유명한 '상림'은 보고 가야겠죠. 옛날에 신라의 최치원 선생이 인공적으로 조림한 숲으로, 상림과 하림이 있었는데, 지금 하림은 없어지고, 상림만 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 인공이라는 단어가 무색하게 숲이 너무 아름답고 좋습니다.
▲ 함양 사람들은 이 숲 하나가 시내 중심에 위치함으로 인해 삶의 질과 행복지수가 매우 높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도시 사람 입장에서 참 부러운 곳입니다.
▲ 마침 함양 5일장이어서 시장에 나갔습니다.
▲ 여느 장터의 모습과 다르지 않게 정겨운 모습니다.
▲ 함양에서 맛있는 먹거리 중 하나가 돼지국밥인데, 이 집이 맛있답니다. 먹어보니 돼지 냄새 전혀 안나고, 진한 사골 국물이 참 맛있습니다.
어찌 하다보니 캠핑보다는 여행을 가게 됩니다. 캠핑이건 여행이건 주제는 사람이지요.
이번 지리산길에서 만난 사람들, 풍경들, 자연의 모습은 오랜 시간 내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번 경험 또한 내가 살아갈 날에 작은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 혹시 이 글 읽고 지리산길 가실 마음이 드시는 분은 '지리산길 안내센터' (www.trail.or.kr) 방문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08. 11. 3
사진: O2MAN. 글: 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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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로운 발걸음으로 6시간이면 됩니다.
직접 여행을 다녀온 느낌입니다. 좋은 후기 잘보고 갑니다.
시간내서 직접 다녀오시면 더욱 좋습니다...^^
오늘 우연히 제다이를 봤는데....이렇게 좋은 데 다녀오시다니....형수님과 함께한 트레킹 좋습니다...담에 함께 해요...잘 봤습니다...형수님께 안부 전해주세요...
아니, 지금 어딘가? 오랜만에 글이라도 보니 많이 반갑네. 몸 건강히 근무 잘 하고 귀국하면 연락 함 하세.
지리산길 갈 마음은 굴뚝인데 혼자 나서기는 겁나고....몸 만들고 있으면 데리고 가신다길래 열심히 운동하고 있건만,,,연락은 안주시고...ㅎㅎㅎ 언니 웃는 얼굴도 보이고...좋습니다....^^
아차차차차차! 쏘리! 담에 스케쥴 만들면 꼭 한번 연락할께요. 몸이야 항상 만들어져 있는 상태일테니...^^
님의 글을보고 지난 일요일(9일) 다녀왔습니다. 12시 심야버스를 타고 인월. 03시 30분 출발하여 2구간 종주 약 34Km를 11시간동안 걸었습니다.(마지막 4Km는 세동마을에서 버스정류장까지) 너무나 정감어리고 예쁜길이었습니다. 비록 몸은 찌뿌덩하지만요.. 감사합니다.
좋은 여행이었으리라 믿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