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滸傳•제 108편
오용이 대종에게 말했다.
“산채로 가서 철면공목 배선, 성수서생 소양, 통비원 후건, 옥비장 김대견을 빨리 데리고 오게. 내가 쓸 데가 있네.”
대종은 떠나갔다.
군사가 와서 보고했다.
“서촌 호가장의 호성이 소와 술을 가지고 와서 뵙기를 청하고 있습니다.”
송강이 들어오게 하였다. 호성은 중군 장막 앞에 와서 재배하고 간절히 아뢰었다.
“저의 누이가 일시적으로 성급하였고 나이도 어린데다 세상 물정을 몰라 잘못 존안을 범했습니다. 그래서 사로잡혔는데, 장군님의 너그러운 용서를 바랍니다. 누이가 본래 축가장과 약혼한 상태이고 일시적으로 만용을 부리다가 사로잡히게 되었습니다. 장군님께서 풀어주시면, 필요한 물품은 뭐든지 명대로 받들어 올리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일단 앉아서 얘기를 나눕시다. 축가장 저놈들이 무례하게도 평소에 우리 산채를 모욕했기 때문에 우리가 원한을 갚고자 병력을 일으킨 것이지, 당신네 호가장과는 아무런 원한이 없습니다. 다만 당신 누이가 우리 왕영을 사로잡아 갔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가로 누이를 사로잡았던 겁니다. 왕영을 돌려보내면 우리도 누이를 돌려주겠소.”
호성이 말했다.
“예기치 않게 축가장에서 와서 그를 뺏어 갔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그럼 왕영은 지금 어디 있소?”
호성이 말했다.
“지금 축가장에 억류되어 있으니, 소인이 어찌 감히 데려올 수 있겠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당신이 왕영을 돌려주지 못한다면, 우리도 어찌 당신 누이를 돌려줄 수 있겠소?”
오용이 말했다.
“형님!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고, 제 말을 들어보십시오, 이후로 축가장에서 어떤 말을 하더라도 당신네 장원에서는 결코 사람을 보내 구원하지 마시오. 그리고 만약 축가장에서 당신네 장원으로 달아나는 자가 있으면 붙잡아 우리에게 넘겨주시오. 그러면 당신 누이도 돌려주겠소. 하지만 누이는 지금 본채에 없고 지난날에 양산박 산채로 보내 송태공의 보살핌을 받고 있소. 당신은 안심하고 돌아가시오. 우리에게 방도가 있습니다.”
호성이 말했다.
“이번에는 결코 축가장을 돕지 않겠습니다. 만약 그쪽에서 우리 장원으로 오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붙잡아 장군 휘하에 바치겠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그렇게 해주시면 황금이나 비단을 보내는 것보다 나을 것입니다.”
한편, 손립은 ‘등주 병마제할 손립’이라는 깃발을 들고 일행을 이끌고 축가장의 뒷문으로 갔다. 장원 담장 안에서는 등주 깃발을 보고 안으로 들어가 보고했다. 난정옥이 등주의 손제할이 만나러 왔다는 것을 듣고, 축씨 삼걸에게 말했다.
“저 손제할은 나의 형제로 어릴 때부터 같은 스승에게서 무예를 배웠소.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왔는지 모르겠소.”
난정옥은 20여 명의 인마를 데리고 나가 장원 문을 열고 조교를 내려 맞이했다. 손립 일행이 말에서 내려 인사를 마친 다음, 난정옥이 물었다.
“아우는 등주를 지키고 있는데, 여기는 어떻게 왔는가?”
손립이 대답했다.
“총병부(總兵府)에서 문서를 보내 이곳 운주를 지키고 양산박 도적을 방비하라고 나를 보냈습니다. 길을 지나다가 형님이 여기 축가장에 있다는 말을 듣고 만나러 왔습니다. 원래는 앞문으로 오려고 했는데, 마을 입구에 많은 군마가 있는 것을 보고 부딪치고 싶지 않아 길을 물어 소로로 와서 장원 뒷문으로 온 겁니다.”
“며칠 동안 양산박 도적들과 싸워 이미 두령 몇 놈을 사로잡아 장원 안에 가두어 두었네. 수괴 송강만 잡으면 한꺼번에 관아로 압송할 거야. 천행으로 아우가 이곳에 와서 지키게 되었으니, 참으로 금상첨화(錦上添花)이고 가뭄에 단비를 만난 것과 같네.”
손립이 웃으며 말했다.
“아우가 비록 재주 없지만, 저놈들을 붙잡는데 협력하여 형님이 공을 이루도록 하겠습니다.”
난정옥은 크게 기뻐하며, 일행을 장원 안으로 인도하고 다시 조교를 올리고 장원 문을 닫았다. 손립 일행은 수레와 말을 정돈하고 옷을 갈아입은 다음 대청으로 가서 축조봉과 축씨 삼걸을 만나 인사했다. 난정옥이 축조봉에게 말했다.
“저의 아우 손립은 별명이 병울지인데, 등주의 병마제할로 있습니다. 지금 총병부의 명을 받고 이곳 운주를 지키러 왔습니다.”
축조봉이 말했다.
“그럼 이 늙은이도 그 치하에 있습니다.”
손립이 말했다.
“비천한 직책이라 말하기도 부끄럽습니다. 조만간 조봉 어른의 도움과 가르침을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축씨 삼걸이 일행에게 자리를 권하자, 손립이 말했다.
“연일 싸우느라 피곤하시겠습니다.”
축룡이 말했다.
“아직 승부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말 타고 오시느라 피로하시겠습니다.”
손립은 고대수에게 악대낭자를 데리고 후당으로 가서 가족들에게 인사하라고 하였다. 그리고 손신·해진·해보를 불러 인사시키며 말했다.
“이 세 사람은 저의 아우들입니다.”
악화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사람은 운주에서 파견한 관원입니다.”
추연과 추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두 사람은 등주에서 데리고 온 군관입니다.”
축조봉과 세 아들은 총명한 사람들이었지만, 손립의 가족도 있고 많은 짐 보따리와 수레가 있는데다 난정옥 사범의 형제라 하니 의심할 수가 없었다. 소와 말을 잡아 연회를 열어 환대하였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 되는 날, 장원 병사가 보고했다.
“송강이 또 군마를 이끌고 장원으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축표가 말했다.
“내가 나가서 그 도적놈을 잡아오겠습니다.”
장원 문을 나가 조교를 내리고 백여 명의 기마군을 이끌고 출전하였다. 한 떼의 군마가 달려 나와 대적하는데, 약 5백 명 정도 되고 앞장선 두령은 활을 메고 쟁을 휘두르며 말을 박차고 오는데 바로 소이광 화영이었다. 축표는 쟁을 들고 말을 몰아 앞으로 나아갔다. 화영이 축표와 독룡강 앞에서 싸움을 벌였는데, 10여 합을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화영이 파탄 난 척하며 말을 돌려 달아났다. 축표가 막 추격하려는데 뒤에서 누군가가 소리쳤다.
“추격하지 마십시오! 암기(暗器)를 방비하십시오! 그는 활을 잘 쏘는 사람입니다!”
축표는 그 말을 듣고 추격을 멈추고 인마를 이끌고 장원으로 돌아왔다. 화영도 군마를 이끌고 돌아갔다. 축표는 대청 앞에서 말을 내려 후당으로 가서 술을 마셨다. 손립이 물었다.
“소장군은 오늘 도적을 잡았습니까?”
축표가 말했다.
“저 도적놈들 중에 소이광 화영이란 놈이 있는데, 쟁법이 대단했습니다. 50여 합을 싸우다가 그놈이 달아났습니다. 내가 막 추격하려다가, 군사들이 그놈이 활을 잘 쏜다고 하길래 병력을 거두어 돌아왔습니다.”
손립이 말했다.
“제가 재주는 없지만 내일 몇 놈 잡아 보겠습니다.”
그날 연석에서 악화에게 노래를 부르게 했더니,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밤에 연석을 파하고 또 하룻밤을 쉬었다.
나흘째 되는 날 정오에 장원의 병사가 또 보고했다.
“송강의 군마가 또 장원으로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축룡·축호·축표가 갑옷을 입고 장원 앞문으로 나와 보니, 멀리서 징소리와 북소리가 울리면서, 함성을 지르고 깃발을 흔들며 앞에 진세를 펼치고 있었다. 축조봉은 장원 문 위에 앉아 보고 있었는데, 왼쪽에는 난정옥이 오른쪽에는 손립이 앉아 있었다. 축가삼걸은 손립이 데리고 온 사람들과 함께 문 양쪽에 진을 벌렸다.
송강의 진에서 표자두 임충이 큰소리로 욕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축룡은 분노하여 조교를 내리게 하고 쟁을 들고 말에 올라 1~2백 인마를 거느리고 함성을 지르며 곧장 임충의 진으로 돌격하였다. 장원 문 아래에서도 북을 울리고 양쪽에서 궁노를 발사하여 전열을 멈추게 하였다.
임충이 장팔사모를 들고 축룡과 교전하였다. 30여 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양편에서 징을 울려 각기 말을 돌렸다. 축호가 크게 노하여 칼을 들고 말에 올라 진 앞으로 달려 나와 송강과 결전하자고 소리쳤다. 송강의 진에서는 몰차란 목홍이 출전하여 축호와 교전하였다. 둘은 30여 합을 싸웠는데 승부가 나지 않았다. 축표가 그걸 보고 대노하여 쟁을 들고 말에 올라 2백 명의 기마를 이끌고 진 앞으로 달려 나왔다. 송강의 진에서는 병관색 양웅이 말을 타고 쟁을 들고 나와 축표와 교전하였다.
손립은 두 부대가 싸우는 것을 보고 있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