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위에는 뻥튀기 장사꾼천지 (3편)
/ 모네타
회사 사장의 작은 아버지인 부사장은
그야말로 여시 뺨치는 목적주위적 인간이다
사내 평판은 사장보다 더 나쁘고
자기에게 이로운 것
해로운 것은 반드시 골라내는 입지전적인 인물
항상 얼굴에는 이기적인 미소가 흐르고
심장은 차가운 인물이다
어떤 일이던가 반드시 따져
자신에게 이익이 될 만한 것이라면 수용하고
아니면 주저없이 버려버린다
장점이라면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라
모든 일을 냉정하게 객관적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번 잘 본 사람은 다소 잘못이 있더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회사가 어려울 지경인데
이렇게 어려운 일을 자연스럽게 수고없이
성사시켜준 해순이가 너무 고맙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매장을 내어달라고
매달리지 않아서 좋았고
그 회사의 최고 대표가 직접 찾아와 약속한 일
어깨춤이 저절로 나고 ‘우쑥’ 하늘로 올라간다
해순이에게 출생지 학력 가족관계 등등
모두를 물어보고 판촉부로 되돌려 보냈다
해순이는 가슴을 쓸어내리며 부사장실을 나섰고
판촉부에 거의 다다르자 기분이 만땅
너무 좋아서 하늘을 날고 싶었다
부사장님이 부르신다고 해서 처음에는 감원대상인 줄
알았는데 완전 전화위복 ‘날라라’ 이다
판촉부 문을 열면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자기 자리에 가서 앉자
20명 남짓 일하던 직원들은 무슨 영문인지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보며 묻는다
감원발표라고 믿었는데 콧노래라니
이상하고도 정말 이상한 해순이다
판촉부 안쪽에 마련된 판촉부장실에도 유리창
너머로 부장이 해순이를 힐끔거린다
해순이와 부사장만 알 뿐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보름 후
그날도 거의 출근 시간을 맞춰 해순이가 판촉부의
문을 열고 들어서자
‘수군수군’ 대던 직원들이 ‘비실비실’ 물러서며
자기 자리로 가서 앉으며 해순이를 힐끔거린다
해순이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자기와는 상관없는 일이겠지 하면서
자리에 앉아 그날 할 일을 생각해 보며
메모리를 뒤져본다
그 때 판촉부장이 다가오며 해순이이게 회사
공문지를 건네주며 축하한다고 칭찬을 한다
공문지에는 말단 해순이가 ‘서림 백화점’ 신설 매장
개설팀 및 마트 매장 개설 팀장으로 승진되었고
해순이 밑에는 백화점팀 4명(대리 2명, 사원 2명),
마트팀 6명(대리 4명, 사원 2명)으로 조직된 명령이
사장명으로 나 있었다
그리고 해순이는 팀장이며 과장으로 승진되었다
그야말로 말단에서 과장으로 초고속 승진이었다
회사 창립이래 처음인 파격인사였으니
그만큼 회사 사정이 어려웠고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해순이가 다니는 회사는 중견기업으로
여자들의 속옷을 제조 판매하는 회사이다
란제리 올인원 브라자 팬티 거들 등등이며
최근에는 남성 속옷도 만들고 있었다
브랜드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물건들이
실용적이고 값도 적당하여 애용하는 고객들이
많이 있었지만
최근에 외국 브랜드가 국내시장에 검증없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오면서부터
회사제품의 판매량이 서서히 줄어들고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실적이 괜찮을 때에는 가끔 선전도 했었다
시청자가 별로 없어 광고값이 싼 자정에서
새벽 시간을 이용하여
백금요가 즐겨 입는 야시시 팬티
오천평이 즐겨 찾는 올인원
하마의 이웃 방수되는 금색 브라자
눈물의 여왕 해수가 즐겨 입는 거들 등등
제법 감성있는 언어와 인기있는 배우들을
이용하여 선전하였다
해순이가 회사에 입사한 것은 완전 판촉부장
덕택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인터넷 카페 덕이었다
이혼녀가 할 일 없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인가 우연히 들어간 인터넷에서
추천하는 카페 ‘내 그리움이 너를 부를 때’ 에서이다
처음에는 하도 신기해서
하루종일 화장실 가고 밥먹는 시간 빼고는
의자에 앉아 컴터를 목숨처럼 애지중지
거의 절친처럼 살았다
처음에는 모르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자 여기저기
게시판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게시판에 들어가면 글이랑 음악이랑 시랑
좋았고 영화도 꽁짜
인터넷 노래방에서 나오는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불러올리니 남정네들의 구애쪽지가 하루도 수십통
인기절정이었다
쪽지 내용은 모두 다 구구절절 심심산천
중년의 외로움을 함께 하자는 사람
해외여행 티켓이 2장 있는데 같이 가자는 사람
눈 오는 날 명동 ‘쉘브르’에서 만나자는 사람
퇴계로 성인극장에서 ‘사랑해서 남주나’를
같이 오봇하게 보자는 사람
쉐라톤 워커힐에서 만나 저녁 만찬을 즐기고
캉캉춤을 보자고 은근히 부추키는 사람
자기를 만나주면 백화점에서 멋진 밍크코트를
사 주겠다고 애원하는 사람
자기 애를 낳아주면 외제차를 사주겠다는 사람
하룻밤만 자주면 돈을 주겠다는 사람
이런 사연들이 꼬리를 무니 자연 해순이의
꼬라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갔다
자기 노래를 올리는 것도 부족해서
사진관에 가서 아주 고상하게 찍은 사진을
색깔로 위장해 회원 사진방에 올렸고
그때마다 그 사진을 본 대한민국 아저씨들은
아랫도리 잡고 하루종일 안절부절
제자리를 ‘맴맴맴’ 돌기만 하였다
수도 없이 화장실을 들락거려 상수도값이 각
집마다 평소보다 3배씩 나왔고
아내들은 남편들을 미워했으며 자신의 못남을
통곡하였다
짧은 초미니 반바지와 가슴이 보일 듯 말듯
흰 티를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을 때는
홀아비든 가정있는 남자든
무조건 부랄찬 남자들이 보았으면
성적 기대감을 갖고 하루종일 사추리를
꽉 잡고 살게 하였다
초고단수 백년 여시 해순이였다
살다 살다보니 나이가 들다 들다보니
어떤 방법으로 남정네를 삶을 수 있는지 안다
판촉부장 K도 그 중에 한 명
해순이 노래나 사진만 보면 사족을 못 쓰는
기러기 아빠였다
해순이의 대담성이 날로 발전해 가서
어느 날 해순이는
일주일간 생각해서 쓴 구애성 편지를
자유게시판에 올렸다
그 날은 댓글과 조회 횟수가 최고였다
댓글중에는 상업적인 것과 타카페 홍보글도 있어
운영자인 모네타도 글을 삭제하느라
하루종일 힘들었던 날이다
글 내용은 다른 글을 부분적으로 편집했지만
그런대로 보아줄만 했다
그대 함께라면
감미로운 바람처럼
그대 온기를 느낀 적은 옛날
하루를 묻고
또 하루가 시작되는 이 시간
그대 사랑
기억할 수 없기에
가슴은 타다 메말라진다
누가 있어
내 외로움 그리움
보듬어 주고 달래줄까
불어오는 바람일까
아니면
몰랐던 그대일까
돌아선 등에
소리없이 눈물이 흐르면
그대는 이방인
판촉부장의 K의 끈질긴 구애는
단단한 돌에 구멍을 내듯이
해순이의 마음을 움직였고 드디어
계약 연인이 되었다
해순이의 마음을 반만 열어 반쪽 애인
반쪽은 늘상 하는 것처럼
여기저기 좋은 사람만 보이면 들락거렸다
해순이와 K가 사귀기 시작한 지
5개월이 지날 즈음
해순이는 카페의 모든 글이나 음악
영화에 싫증을 느꼈고
새로운 돌파구인 등산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일요일이면
하늘 산악회를 따라 여기저기 예전에는
가보지 못했던 곳을
자기집 안방처럼 드나들었다
그러다보니 K와 만나는 대화의 쪽지나
전화는 불통이었고
자연스레 소원하게 되었다
K의 전화가 만 번쯤 왔을 때 해순이는
자신의 근황을 알렸고 K도 등산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매번 등산할 때마다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가져온 음식과 술 등등
분위기가 너무 좋아 둘이는 입이 ‘헤헤’
하산하면 또 술자리
이어 멋진 노래방 나들이
염불보다는 잿밥을 좋아했다
술만 먹으면 취해서 비틀거리는 해순이는
든든한 후원자 K가 있어 좋았고
K는 사랑스런 해순이를 곁에서 보호하여
내사람으로 만들 수가 있어 좋았다
처음 등산에 왔을 때는
모두가 늑대처럼 보여서 해순이를 금명간
빼앗낄 것 같아 불안하기만 하였다
둘 다 최선의 선택 윈윈 전략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외로운 둘이는 정신적인
동반자가 되었고
회사 판촉부에서 사람이 필요하여 채용광고가
지방 신문에 났을 때
판촉부장인 K의 권유가 있었고
해순이는 망설임없이 지원하였다
해순이는 결혼 전
전문대학교 3년제 디자인 학과를 졸업하여
의류회사에 5년 동안 다닌 경력이 있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1차 합격이 되었고
2차는 면접이었는데
면접관이 판촉부장인 K여서 통과는 기정사실
단지 입사 후 보여줄 능력이 문제였다
그러나 그것도 별문제는 아닌 것
곁에서 안 보이는 손으로 도와주는 상사가
불철주야로 손을 내밀고 있어
그럭저럭 어려운 시기를 현명하게
잘 넘기고 있었다
애인을 만들면 좋은 점들이 무척이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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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모네타님은 작가시죠?
이야기 전개라든지 글솜씨가 예사롭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