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3
“누구든지 청하는 이는 받고, 찾는 이는 얻고, 문을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다.”라는 경전의 말씀이 있다. 이 말씀은 무엇이든 열정을 가지고 노력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누구나 세상 삶을 사는데 한가지 은사는 받고 태어났으며, 노력 여하에 따라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神으로부터 받은 은사를 갈고 닦으면 그 방면의 재능이 남보다 뛰어나게 된다. 어떤 이는 재력에, 의술에, 사업에, 정치에, 교육에, 예술에, 문학에 남다른 재주를 발휘한다. 그들은 남모르게 부단한 노력이 있었으리라. 자기에게 숨겨져 있는 소질을 찾아 계발하는 노력이 있었기에 남보다 앞설 수 있었다. 재능은 저마다 타고났지만, 노력은 희생의 결과이다. 평소에 관심과 생각의 방향에 따라 그것을 찾고 구하고자 노력한다.
어느 해 10월 하순에 접어들자 집 앞 가로수 은행나무 잎이 노랗게 변하고 있었다. 그 잎이 땅에 떨어져 바람에 나부끼며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다. 며칠을 보다가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내와 의논하여 충남 보령의 ‘청라 은행나무 마을’로 갔다. 마침 축제가 열려 인파가 운집하였다. 아름드리 은행나무 3,000여 그루가 마을을 황금빛으로 물들게 했으며 가을의 정취를 돋우었다.
이듬해 가을에 또 집 앞 은행잎이 변하고 있으며 어디론가 떠나기를 부추기고 있었다. 아내와 함께 홍천으로 갔다. 깊은 계곡 기슭 만여 평에 은행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아내의 위장병이 치유되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그루 한그루를 심었다고 한다. 그 나무가 자라 관객을 불러 모이게 하고 있었다. 산의 울긋불긋한 단풍과 노란 은행잎이 조화를 이루며 뭇사람에게 기쁨을 주었다.
어느 날 아내가 친구의 미술작품 전시회에 갔다 와서 화보를 꺼내 나에게 내밀었다. 한 그림 속에 시선이 멈췄다.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와 그 밑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노부부가 앉아 있는 그림이었다. 그 순간 보령과 홍천의 은행나무가 뇌리를 스쳤다. 두 곳에 다녀와서 쓰다가 완성하지 못한 글을 완성했다. 칠순 기념으로 수필집 <노란 은행나무>를 내놓게 되었다. 다음은 수필 ‘노란 은행나무’의 일부를 발취하여 옮긴다.
“고택에 내려앉은 노란 은행잎을 보고 있으니 목가적이며 고즈넉한 시골 풍경에 고향이 떠오르며 동심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고향은 어머니의 품속처럼 그립고 따뜻한 곳이 아닌가. 그것을 그리며 아내와 나는 나란히 앉아 옛 생각에 젖어 한동안 그렇게 있었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을 생각하니 그곳 사람들이 몸에 밴 사랑에서 샘솟는 친절함과 따뜻한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은행나무는 노랗게 변하여 뭇사람의 마음을 정화시키고 순화시키듯 잠깐 머물렀는데도 내 마음이 깨끗해지니 말이다. 여행을 통해 자연의 신비와 노란 은행나무의 안정되고 순백한 사랑을 담았다. (보령의 은행나무)
그러면서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왜 하필 많은 나무 중에서 은행나무를 심었을까. 여러 곳을 둘러봐도 그런 내용을 알리는 표식은 없었으며 그곳 사람에게 물어봐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아마도 그의 아내가 봄의 싱싱한 푸른 채소를 먹고 가을에는 노란 은행나무처럼 몸과 마음이 쾌유하고 정화되기를 바라는 사람의 마음이 아닐까 싶었다.
그곳 수많은 은행나무의 노란빛은 그분 아내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다. 한 사람의 영혼에 대한 열정이 어린나무가 자라 곧게 뻗어 하늘을 치솟고 있다. 노란 은행나무는 그곳을 찾는 많은 사람에게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랑의 색이 있다면 무슨 색일까. 노란 은행나무는 사랑이다. 은행나무 한 그루를 마음에 심었다.”(홍천의 은행나무)
어떤 사물이나 대상에 대한 열정과 관심으로 바라보면 새롭게 다가온다. 그 느낌과 글 쓰는 이의 마음을 담으면 한 편의 수필이 완성된다. ‘노란 은행나무’는 2여 년에 걸쳐 수천 리 길의 은행나무를 찾은 노력의 결과로 얻은 것으로 노란 은행잎은 사랑을 상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