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꿩 우는 소리에
최 병 창
혼자서 울고 있었다
겨우 허기를 면한 하루가
엉뚱한 말을 들을까 싶어
점점 새롭게
늙어 가는 고마움에 올망졸망 보따리를 챙겨들었는데
매정하고 모질은 게 또한 각자의 마음이라 했는지
어제의 불씨 같은 유고(有故)가 천군처럼 달라붙고
어느 한 구석도 짠 하지 않은 게 없었으니
아무래도 길을 나선 오늘은 곤혹스럽기가 짝이 없는데
의도적으로 피하고 싶은 전율을 밟으며 지나갈 무렵
제 얼굴도 모르고 자란 풀 섶 언저리를 맴도는 자리에
무엇하나 증명을 내세울 근거는 어디에도 없었으니
그래도 허기를 챙긴 응답으로
황혼이 오는 기미를 알려야할 낡은 저의는
눈길을 멀리 두고 가까이 바라다본 반딧불 같은 인연으로
환상이 현상이 되어버린 산골 어느 어귀에서
신기루처럼 흔들리는 눈빛보다는
아무래도 뜨끔거린 가슴이 먼저 아니었을까
먼데 메아리처럼 영롱하게 들리는 소리 그것은
산 꿩의 울음소리가 아니라 한세상에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전대미문처럼 꼭 남겨 두어야 할
슬픈 이야기 같은 것은 아닐까
그 때문인지
그 소리는 계속 혼자서 울고 있는지도 모른다.
<2004, 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