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아저씨의 MBTI는 P일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갔지만, 계획대로 여행하지는 않았다.
점심은 계획대로 김밥을 먹었다. 아저씨가 만족스러웠는지 식당 사장님께 엄지를 여러 번 들어 보이셨다. 역시 현지인 맛집!
그 이후부터의 계획은 조금씩 바뀌었다. 입구에서 회전목마를 보고 끌리셨나 보다. 관람차도 타고, 회전목마도 타시겠다고 해서 그 곳의 모든 놀이기구를 섭렵했다. 생각보다 오랫동안 수달을 보셨고, 물 속에만 있던 하마가 물 밖으로 나오니 아저씨의 발걸음이 고정됐다. 이미 수달을 볼 때부터 신수도를 가기는 늦었다. 배를 탈 수 없을 것 같다고 아저씨께 말씀드리고, 신수도 대신 갈 수 있는 바다를 찾았다. 마음 편하게 하식이의 당근 먹방을 구경하시더니, 또 엄지를 척 들어 보이신다. 물고기에는 크게 관심이 없으셨는데 동물은 좋아하시나 보다.
신수도 대신 남일대 해수욕장을 찾았다. 신수도보다 나은 선택이었다 싶다. 모래라서 아저씨가 걷기 편하고, 근처에 편의점이 있어서 음료수를 마시기도 좋았다. 발도 담그고, 앉아서 바다 냄새도 맡고 돌아왔다. 계획보다 훨씬 늦은 시간에….
“아저씨, 피곤하세요?”
돌아오는 길, 저녁을 드신 후부터 아저씨의 기분이 좋지 않아 보인다. 아저씨께 피곤하신지 여쭈었다.
“으으응.”
고개를 저으며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그럼 어디 아파요?”
“으으응.”
또 아니라고 말씀하신다. 그러면 예상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다.
“집에 가기 싫어요?”
“응.”
아쉬우신 것 같다. 하지만 여행이 끝났으니 돌아가야 한다.
“다음에 또 놀러 가면 되죠. 다음에는 더 재밌는 곳에 가서 놀아요. 김현수 선생님이랑 장로님들 기념품도 꼭 사고요!”
“응. 허허.”
또 엄지를 들어 보이며 대답하셨다. 즐거우셨나 보다.
늦은 여름 휴가로 알게 된 것이 많다.
1.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즐거우면 됐다.
2. 아저씨의 MBTI는 P일 가능성이 높다.
3. 아저씨는 맛집을 추천하는 능력이 아주 탁월하다.
4. 아저씨는 물고기보다 동물을 좋아하신다.
5. 아저씨는 놀이기구를 탈 때는 무서워하시지만, 일단 타면 그 누구보다 즐거워하신다.
6. 에스컬레이터는 혼자 타기 어렵다.
7. 바다를 좋아하신다. 물에 들어가는 것도 좋아하신다.
2024년 9월 2일 월요일, 구주영
구주영 선생님과 함께한 여행이라 본인의 뜻을 더 표현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서사호 아저씨의 생각, 뜻에 수긍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신아름
선생님의 기록과 아저씨의 선택들을 보니 'P'라는 의견에 공감합니다. 아저씨께서 뜻을 따라 그때 기분 따라 즐기시고 누리시니 감사합니다. 아저씨의 말과 걸음과 표정을 살피며 헤아리며 거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저씨 여행에서 '알게 된 것', 아주 중요한 기록이라고 생각합니다. 월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