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냉장고에 물이 샌다.”,
“안에 다 썩었다. 냄새가 팍팍 나는데 이걸 우짜지.”,
“수리하는 곳에 물어봤는데 대우 거라서 못 고친다는데.”,
“물이 또 샜다. 바닥이 흥건하네. 이놈의 냉장고를 콱 고마!”
최근 이민철 씨의 전화가 부쩍 늘었다. 이유는 이민철 씨 말 따라 이놈의 냉장고가 말썽이다.
예전이면 간식 몇 개가 전부였겠지만, 자취 2년 차에 접어든 이민철 씨의 냉장고에는
차곡차곡 쌓아온 단골 가게의 반찬부터 즐겨 먹던 냉동 만두, 언젠가 먹다 남은 순대용 소금과 선물 받은 김치에
취향껏 모은 소스들까지, 이민철 씨 자취 세월이 고스란히 채워져 있다.
그러다 보니 이번 냉장고 고장은 여파가 꽤 크다.
살뜰히 채운 만큼 썩어 버려질 것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난다. 악취와 더불어.
문제가 문제이다 보니 요즘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로 혹은 찾아가서 여러 사람과 고민을 나눈다.
“선생님, 냉장고 탈취제가 있어야 한답니다.”
“그래요?”
“그래. 냄새를 다 잡아먹는다더라.”
“누가 그럽니까?”
“거기 반찬집 사장님이랑 레코드 사장님한테 물었지.”
몇 차례 회의를 거쳤는지, 그간 진행된 회의 상황과 나눈 이야기를 직원에게 전한다.
이번 회의 결과는 냉장고 탈취제를 구입하는 것이다.
물이 새고 음식이 상하는 것보다 우선 냉장고에서 나기 시작한 악취를 잡는 게 우선이라 생각하신 것 같다.
탈취제가 얼마나 냄새를 잡아줄지는 모르겠지만, 골치 아픈 문제들을 해결할 갈피를 잡은 게 기쁜지
이민철 씨는 거듭 회의 결과를 직원에게 설명한다.
“다이소랑 DC마트 가서 하나씩 삽시다.”
두 곳에서 고민을 나눴더니 탈취제 살 곳도 두 곳이다. 이민철 씨가 조만간 각각 방문해 구입하겠다고 하신다.
이민철 씨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는 게 특기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잠깐은 도망가고 회피할 때도 있지만,
결국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고 답을 찾으려 노력한다.
중간중간 내놓는 답이 문제 해결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때도 있지만,
이민철 씨를 잘 알고 비슷한 생활 반경에 사는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다 보니
결국은 매번 참 평범하고 적절한 답을 찾는 것 같다. 비록 속도가 느릴지 몰라도 말이다.
어떤 고민을 하든 자신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는 답이어야
무엇을 하든 내 일이고 내 선택이라 할 수 있는 것 같다.
이민철 씨도 그런 자신의 답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이번 냉장고 고장에 있어서도 말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나 불편함은 당연하게 이민철 씨가 감수하니
이런 방법이 무리하지 않고 참 슬기롭다고까지 느껴진다.
이런 선택이 차곡차곡 쌓여 이민철 씨의 삶이 되는 거구나 깨달으며
이민철 씨의 다음 답을 기다린다.
며칠 뒤.
“선생님, 내가 물어봤는데 탈취제는 냉장고를 해결하고 그거 다음이네.
냉장고를 살까요? 말까요? 고칠까요? 말까요? 하하하.”
2024년 9월 3일 화요일, 박효진
①6. 당사자가 각본을 쓰고 주연 감독 제작하게! An empowerment-based approach to social work practice moves clients to center stage-positioning them as the authors of their stories as well as the directors and producers of the action. Clients are the most qualified ewperts about their own situations. Quite simply, they know their circumstances and capabilities best. 「복지영어=사회사업 영문선」 발췌. ②공부할 때는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민할 것도 헷갈릴 것도 없지요. 당연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사회사업 실재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그렇게 도울 수 있을까요? ‘이민철 씨 냉장고’ 일을 보며 배웁니다. 정진호
냉장고를 살까? 말까? 고칠까? 말까? 민철 씨 고민이 또 크겠네요. 신아름
하하하. 민철 씨 스스로, 또 사람들과 살림살이 어려운 점 해결하도록 기대하며 기다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월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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