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문을 썼더니 제대로 날렸네요. 망할 다음.
대충 축약해서 쓰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요약이니 음슴 양해바랍니다.
0. 이하의 내용은 장시간 경기나 통계, 인터뷰를 보고 추정한 내용. 즉 정확히 포체티노의 의도라고 보기 어려움.
또 포체티노의 의도가 맞다 하더라도 그게 반드시 정답은 아님.
1. 포체티노는 통계적 안전(혹은 리스크 감소) 지향의 감독임.
공격적인 감독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볼점유와 압박을 포함한 기본 테마는 상대 슈팅 감소 + 아군 슈팅 증가를 통한 확률적 승률 확보를 지향함.
2. 팰리스는 부상이 많은 선수 진용 상 버스 + 역습을 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임.
3. 토트넘은 하위권 팀을 비교적 잘 상대하는 편이지만, 소위 빅6 팀들 중 원정, 0:0, 선제실점 상황에서 가장 많은 승점을 잃었음.
4. 토트넘의 경기접근법은 먼저 역습에 의한 실점을 차단하는 것.
버스를 앞두고 두 골 이상을 넣길 바라기보다는 공격이 힘들더라도 1점은 확실히 벌어둔 상황에서 공격법을 찾아나가는 편이 리스크가 작음.
5. 이 상황에서 벨통 부상. 왼발센터백 전멸.
포체티노는 짝발 센터백이 박스 밖에서 위험한 슛을 허용할 확률이 높아서(감독 자신의 선수시절 경험 반영) 매우 꺼리는데, 결국 다이어를 세워야 했음. 그밖에 수비자원이라고는 오리에, 산체스, 지친 벤뎁, 아직 오락가락 하는 완야마 등 경기력이 비트코인 시세 등락폭을 연상시키는 인물들 뿐. 중원에서 역습을 잘 저지하는 뎀벨레조차 발목이 별로여서 풀타임을 권장하지 않음.
6. 차선책은 전방에서 횡으로 압박에 참여하는 선수의 숫자를 늘려서 일차로 패싱이 바로 전방으로 가지 못하게 달라붙고, 타운샌드 등 역습에 위협적인 선수들에게 과부하를 거는 것. 여기에 뛸 만한 선수로는 라멜라, 시소코 등이 있었으나 공격시에도 최소한 링크 역할은 해줄 수 있는 라멜라 낙점.
7. 라멜라의 경기영향력은 미미했지만 그동안 역습에서 공을 가지고 달리거나 박스 밖에서 슈팅을 넣어야 할 타운샌드 등이 팰리스에서 가장 많이 돌아다닌 결과 후반 직후부터 지친 기색을 드러냄. 같은 왼발인 솔르로스도 헤메기 시작함.
8. 여기에서 바로 모우라 투입. (개인적으로 이 교체가 라멜라가 공격적인 임무에서 거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증거로 보고 있음)
모우라는 즉시 맨틀까지 삽질중인 오리에 쪽에 수비를 가담해주고, 공을 받거나 몰고 갈 때 중앙으로 전진. 이제 뎀벨레가 담당하던 전진루트가 둘로 늘어남.
9. 동시에 에릭센이 중앙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면서 공격시 우측면으로 빠져줌. 팰리스의 2열 앞줄 중 일부가 에릭센을 따라갈 수밖에 없음. 박스를 중심으로 2층버스처럼 섰던 수비진이 이제는 굴절버스처럼 횡으로 퍼짐.
10. 이때 뎀벨레 보호 겸사 공격루트를 늘리기 위한 교체 실시. 좌측면 파괴에 가장 효과적인 손흥민을 에릭센이 끌어가지 않은 나머지 반절의 전방수비를 끌고가도록 투입시킴. 모우라는 좀 더 내려가서 뎀벨레가 수행하던 볼 운반을 담당. 알리는 오른쪽에서 모우라가 수행하던 역할을 왼쪽에서 수행하며 손흥민을 포함한 측면공격자원들을 보조함. 케인도 좀 더 넓게 측면까지 빠지며 수비를 유인함.
11. (아마도 감독의 의도대로) 본격적으로 슈팅숫자와 찬스, 셋피스가 늘어나기 시작. 결국 셋피스 상황에서 결승골 성공.
12. 이런식으로 판 짜려다 말아먹은 경기가 몇 번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제발 안 했으면 싶지만, 위의 추측이 맞다면 포체티노는 어느 정도 경기를 자기 의도대로 풀어갔다고 볼 수 있을 것.
길어질 것 같으니 손흥민 팀내 위치에 대한 주관적 해설은 따로 쓰겠습니다.
첫댓글 결국 어차피 전략적 선택에 의한 기용이네요. 부당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는 아닌데요?
@starbucks 네... 진실은 지들끼리 알겠죠.
그리고 이건 시청자도 보고 판단가능한건데 이게 뇌피셜이고 뭐고 없는데요.
술술 읽히네요
써주셨으면 함 사람들이 넘 감정적으로 생각하고 보고싶은것만 보는것같네여
모우라가 먼저 나온 건 오리에 때문이었던건가 ㅂㄷㅂㄷ
잘읽었습니다!
와 세세하네요ㄷㄷ 잘봤습니다!! 모우라도 중앙지향적인 스타일이군요..
와... 예상이지만 맞다면 흥민이 왜 안썼는지 이해는가네... 크...
글 잘읽었습니다
좋은 글이네요! 이 글이 맞다면, 포치의 기용이 이해가기도 하네요.
감독의 판단에 대해서 우리가 부당하네 맞네라고 할만한건 아닌듯 싶음.
가장 합리적인 판단의 글이네요~~~ 말씀대로 경기가 흘러간걸로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