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반에 출근하는 마누라는 항상 바쁘다. 5시반에 시계 알람을 설정해 두고
일어나지만 매일 미사 그날 분을 읽고 아침밥상 준비하고 머리 감고 출근 준비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에는 현관에서 신발을 신다가 상의 티를 뒤집어 입었다면서
다시 들어와 바로 입고 나섰다.
우리가 대학다닐 때 전원 기숙사생활을 했으므로 엄격한 내규에 의해 상급생 간부로부터 가합을
많이 받았다. 주말에 외출했다가 귀교하면 의례 일장 훈시를 들은 후 단체기합을 받기 일쑤였다.
주말 상륙(외출) 후 귀교시간은 일요일 오후 시간대별로 정해져 있었다. 일학년은 저녁 8시까지,
이학년은 9시, 4학년은 10시까진데 15분전 상태라 하여 미리 준비완료가 돼 있어야 하고, 5분전 상태는
완전상태라 하여 전원이 차렷자세로 집합해 있어야 했다.(3학년은 실습으로 제외)
단체기합시엔 연병장에 집합하여 숙사둘레 선착순, 작업복 선착순, 근무복 선착순, 군복 선착순 등이 었고
선착순에서 꼴지로 들어오면 빳다를 맞아야 했다. 우리때는 한 학년이 200명이었으므로 200명이 숙사 둘레를
우루루 몰려 뛰면 지축이 흔드리는 것 같았다. 숙사 침실 옷장에 걸려 있는 군복이나, 작업복,근무복을 갈아입고
뛰어나가면 다른 사람은 벌써 앞서 나가고 있었다. 어떤 친구는 어둠 속에서 급히 옷을 입다보니 거꾸로 뒤집어
입고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런 친구들은 간부들이 점검시에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빳다감이었다.
엊그제 따로 나가 살고 있는 아들 내외와 손자 두 놈이 집에 왔다 갔다. 큰 손자는 두 돌이 지났고
작은 놈은 이제 갓 백날을 지났다. 며느리는 둘째가 최근 뒤집기를 성공했다고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서 바로 걸을 수는 없다. 그냥 있어서는 발전이 없다. 사지를 팔딱거렸다가
뒤집기도 하고 기다가 일어서고 넘어지고 하다가 걸음마를 배우는 것이다.
뒤집기 하면 빼 놓을 수 없는 스포츠가 우리나라 전통씨음이다.지금은 인기가 시들해졌지만
198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는 인기가 절정이었다. 당시 뒤집기 달인은 털보 장사 이승삼이었다.
그는 씨름선수로서는 몸집이 작아 자신만의 특화된 기술을 연마했는데 그것이 뒤집기였다.
몸집이 큰 상대선수의 아래로 파고 들어 번개같이 뒤집기로 거구를 고꾸라뜨리는 기술로
보는 이들로 하여금 짜릿한 쾌감을 느끼게 해 주곤 하였다. 팍팍한 인생살이에서도 막판 뒤집기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어릴 때 유럽의 관점에서 본 지도 즉 극동의 변방에 있는 지도를 많이 보아왔다.
변방이라면 주류에서 한참 벗어난 별 볼일 없는 말하자면 있으나 마나 한 존재를 의미한다.
과연 그럴까? 지구는 둥글고 중심은 없다. 위도 경도는 편의상 정해 놓았을 뿐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온 지도인 지구의 북반구가 위에 , 남반구가 하에 위치하도록 그린 지도를
뒤집기를 시도한 사람이 동원그룹의 이재철회장이다. 우리나라는 4해가 바다와 마찬가진데
남반구를 위로 가게 그려진 지도는 우리나라가 해양으로 얼마든지 뻗어 나갈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