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전 당시 초등학교 4학년....
당시 뉴키즈 온더 블락에 한참 빠져서 "Step By Step" 의 가사를 외워가며
녹음가능한 소형 라디오에 공테이프 넣고 스피커와 뽀뽀라도 할듯이 노래를 녹음하면서
친한 친구들 다섯이서 "난, 조던 나이트, 넌 데니 우드, 넌 죠셉 메킨 타이어 등등 해"
하면서 놀던 시기에....평소에 미식축구에 관심이 많으시던 아버지께서 어느날,
"아들아, AFKN에서 미식축구 결승 슈퍼볼이라는게 하는데, 녹화 좀 해놓으렴."
하고 부탁하신뒤 출근하셨습니다.
당시엔 예약 녹화 같은 VCR은 보급이 잘 안되던 때여서 전 어린나이에 룰도 잘 모르는 미식축구 슈퍼볼
(몇회인지 기억도 안나네요;;) '버팔로 빌스 vs 달라스 카우보이즈' 경기를 멀뚱멀뚱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프타임때....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한 남자를 알게 되었답니다.....
네....바로 King of POP "Michael Jackson" 입니다.
어린나이에 그 슈퍼볼 하프타임때의 퍼포먼스는 정말 가히 언어로는 형용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는 그에 대해 차근차근 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께 서예학원 다니겠다는 조건으로
마이클 잭슨의 정규 4집인 Dangerous 테이프 두개로 나온걸 구입하고
정말 질리도록 들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누나, 친척들, 친구들, 오는 사람 만난 사람들에게
그의 음악을 많이 들려주고 그들도 좋아해주기를 바랬었던거 같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와 함께 많은 추억을 만들어 갔습니다.
특히 중학교 2학년때의 일이죠.
1996년 10월 13일, 마이클 잭슨의 "HIStory Tour In Seoul"
그때 공연 다음날인 10월 14일은 제가 다니는 중학교의 중간고사 첫날이었습니다.
중간고사냐~ 마이클 잭슨 공연이냐!
전 그래도 중학생 신분으로의 아들로서 시험의 중요성도 알고 또 제가 대전에 살기 때문에
공연을 간다는건 그렇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티켓 가격도 4만원 부터 12만원까지
당시 결코 만만한 가격이 아니었구요.
그래서 조심스레 아버지, 어머니께 여쭤 봤습니다. 제가 존경하는 마이클 잭슨 공연이
10월 11일, 13일 양일간 서울에서 있는데 꼭 가고 싶다고.....
그리고 아버지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전 지금 그 아버지의 말씀이 더욱 와 닿습니다.
"시험은 또 기회가 있지만, 마이클 잭슨 공연은 니 평생 한번밖에 올 수 없는 기회일지도 모르니
아빠가 같이 동행해주마" .................................
그리고 2009년 6월 26일 아침까지 그의 다가올 환상적인 컴백 모습을
잔잔히 상상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한국시간 2009년 6월 26일 아침 9시 반쯤....늦잠을 자는데 친구한테서 전화가 옵니다.
친구 : "야야야, 소식 들었냐?? 이 레이지 배스터드~~~!!"
나 : "이 좌식이 새벽부터 전화질이야!!??"
친구 : "얼른 CNN 틀어봐라....MJ 돌아가셨단다...."
나 : "...............................홀리쉿, 끊어"
그렇게 부모님께서 영어공부 할겸 CNN 좀 즐겨봐라~ 하셔도 괜한 똥고집에 틀지도 않던
CNN을 키고는.....정말 멍하니....TV 앞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브레이킹 뉴스로 나오는 잭슨의 사망 소식은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 실감이 나질 않았습니다.
실시간으로 보내지던 CNN 에 그의 사진 한장이 나옵니다.
인공호흡기 같은 것을 끼고 병원에 도착한 긴박함이 전해지는 사진.....실감이 좀 나더군요....
TV 앞에 힘없이 앉아있는 저에게 걸려오는 전화, 문자.....모두 친구들의 위로 전화, 문자였습니다.
제가 얼마나 마이클 잭슨에게 관심을 보였었는지....전 잘 몰랐지만, 친구들은 알고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13년전 아버지께서 마이클 잭슨 공연 같이 가주신다고 티켓 예매 하시면서
해주셨던 그 말씀이.....너무나도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이제 아버지 말씀처럼
그의 공연은 그때가 저에겐 마지막 이었던 겁니다.
마이클 잭슨의 영결식이 있던 날....저는 여지 없이 밤새 CNN 을 틀어놓고
TV 앞에 경건하게 앉았습니다. 그리고 성가대의 노래가 시작하고
빨간 장미꽃이 뒤덮힌 그의 관이 등장할때,
저 고등학교 2학년때 친할아버지 돌아가시고는 처음으로
엉엉 울었습니다. 안쓰러운 아들 혼자 둘 순 없으시다고 영결식 같이 봐주신다는 어머니 손 꼭 붙잡고
정말 슬프게 울었습니다.
마이클 잭슨이 이제 하늘로 간지 벌써 2주가 넘었지만....
아직도 그의 음악을 듣고 그의 영상을 보면 하염없이 눈물이 나옵니다.
한동안 제 두번째 우상인 다른 MJ, 마이클 조던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제 첫번째 우상이었던 마이클 잭슨보다 더 컸던 것도 가슴 아프고
마이클 잭슨 포스터를 액자에 코팅해서 안넣고 판넬로 만들어
군데군데 상처난 그의 포스터를 보면 더욱 미안해지고 가슴 아프고
그의 CD들과 DVD, 달력, 잡지들에 얕게 쌓인 먼지를 털면서도 미안하고 가슴 아프고
그리고 가장 미안하고 가슴 아픈건 마이클 잭슨을 팝의 황제라는
항상 최고여야하고 완벽해야 할 것만 같은 칭호를 붙여주고 환호했던
팬으로서 가장 미안한 생각이 듭니다.
마이클 잭슨 얼마나 많이 부담스러웠을까? 매 앨범을 낼때나, 어떤 공연이든
퍼포먼스를 할때나, 항상 무대위에선 언터쳐블이었던, 항상 열정적이고
웃음을 잃지 않았던 그였지만, 그 부담을 안고 피나는 노력에서 얻어진
결과라는 것을 그가 떠나고 난 지금에서야 더욱 세삼 느끼는 것마저 미안합니다.
이렇게 수많은 팬들과 사람들이 마이클,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는거 보이나요??
볼때마다 저의 눈시울을 붉히고 끝내는 눈물이 흐르게 만드는 이 영상들.....
Michael Jackson, 이제 당신을 팝의 황제라는 너무나도 큰짐에서 놓아주게 되었습니다.
이제 정말 편안하게 당신이 좋아하는 아이들과 동물들과 그곳에서 그럴 수 있다면
어린아이처럼 신나게 뛰어노세요.
당신이 우리에게 반세기 동안 주었던 수많은 선물들,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고마웠어요, 감사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Michael.
첫댓글 저랑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계신거 같아요. 마이클 저 세상에서는 정말 편안하시길... 아 그리고 부모님 참 멋있으시네요 ^^
부모님 참 멋진 분들 이시네요~`
와.. 아버님 간지남.. 글도 멋져요..^^
저 세상 간 이 후..매일 Heal the world 를 한 번씩은 꼭 듣고 있습니다..그리고 이 부분을 되네이죠..Make a better place for U and for Me....그리고 아버님 참 멋있는 분이시네요..
저도 어렸을 적 집에 있던 테이프에서 우연치 않게 힐더월드를 듣고 완전 푹 빠졌었죠.. 전주부분의 어린 아이의 나래이션..참 감동적이었는데.. 요즘도 가끔 들으면 소름이 돋습니다.. 정말 좋아했는데.. 테이프에 녹음해서 좋아하는 아이에게 주고 싶어 몇번을 녹음하고 지우고.. 결국 주지 못했지만..^^ 부모님 참 멋지십니다^^
전 그때 못가고 십년넘게 후회하고 있습니다....앞으로 죽을때까지 후회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