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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신화(Latin American mythology)
∎ 마야, 아즈텍, 잉카 사람들
마야인은 기원 전후로 시작해서 9세기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멕시코 일부와 과테말라 지역을 차지하고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거대한 피라미드와 광장을 갖춘 문명도시를 건설하고 살았다. 마야는 강력한 중앙집권체제를 갖추지 못하고 몇 가지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도시국가들로 이루어진 연합체로, 경제 발전도 더딘 편이었다. 16세기 초에 에스파냐(스페인)의 침략을 받기 시작해서 반세기쯤 지나서는 거의 완전히 정복당하고 말았다.
아즈텍인들은 13세기에 멕시코 골짜기에 정착해서 1345년 오늘날의 멕시코시티인 테노치티틀란을 건설한 사람들로, 마야 문명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15세기 중엽 목테수마 1세 치하에서 많은 땅을 점령했으며, 16세기 초 목테수마 2세가 황제가 되었을 때가 아즈텍 제국의 황금기였다. 그 후 에스파냐의 코르테즈의 공격을 받아 멸망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가장 크고 부유한 제국을 건설했던 것은 잉카인들이었다. 13세기 초에 일어나 15세기에 제국으로 팽창해서 수도 쿠스코를 중심으로 넓은 땅을 차지했다. 남아메리카 서해안을 따라 길게 뻗어있던 잉카 제국은 1532년 피사로(Francisco Pizarro, 1476년경∼1541년) 장군이 이끄는 180명밖에 안 되는 에스파냐군의 침공을 받으면서 멸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고대 중남미인들은 세계가 창조와 파괴를 반복하면서 순환한다고 생각했다. 아즈텍인은 이미 네 번의 세계가 창조되었다가 멸망했고 지금 우리는 다섯 번째 세계에 살고 있다고 보았다. 이 세계에 종말이 오지 않게 하려면 인신공양을 통해 신을 달래야 한다고 믿었다.
마야인들을 비롯한 중앙아메리카의 부족들은 사람을 제물로 바치는 인신공양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아즈텍인들은 인신공양을 특히 좋아했다. 심지어 신전에 제물로 바칠 포로를 잡기 위해 다른 부족과의 협정에 따라 꽃의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아즈텍인에게 전쟁은 신에게 바칠 포로를 잡기 위한 종교적 의무였지 적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원성(또는 이중성) 또한 이 지역 신화의 특징이다. 예컨대 아즈텍의 창조신 오메테오틀은 남성성과 여성성의 대비되는 두 요소의 결합에 의해 세상을 창조했다. 쌍둥이 형제가 어두운 지하 세계의 시련과 죽음을 견뎌낸 뒤 하늘로 올라가 해와 달이 된다는 신화는 이런 이원적 사고를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1519년 멕시코의 동쪽 해안을 통해 침략해온 소수의 스페인 군대가 손쉽게 아즈텍을 손에 넣을 수 있었던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케찰코아틀(Quetzalcohuātl)과 관련된 아즈텍 신화의 영향이 있었다고 한다. 아즈텍 신화에 따르면 깃털달린 뱀 모양의 신 케찰코아틀은 아즈텍을 떠나면서 자신은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며, 그때는 새로운 황금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언했다고 한다.
그래서 에르난 코르테즈가 아즈텍인들이 생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동물인 말을 타고 철제 갑옷을 입고 나타났을 때 아즈텍인들은 그를 케찰코아틀이 돌아온 것으로 생각해서 환영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아즈텍인들이 그를 케찰코아틀의 환생으로 생각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에스파냐의 아즈텍 정복에 신화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전염병 천연두였다. 에스파냐인들은 아즈텍인들이 한 번도 노출된 적이 없었던 전염병균을 가지고 온 것이다. 실제로 코르테즈와 그 부하들이 아즈텍에서 쫓겨난 지 넉 달 후 천연두가 퍼지기 시작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코르테즈를 몰아냈던 지휘관까지 전염병으로 죽자 아즈텍인들은 에스파냐인들이 신의 선택과 총애를 받은 사람들이라고 믿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아즈텍의 케찰코아틀에 비교할 만한 마야의 창조신이자 부활의 신은 쿠쿨칸(Kukulkan)이다. 마야의 도시 체첸 이차의 중심부에 있는 가장 웅장한 건축물인 쿠쿨칸의 피라미드 신전은 그 자체로 마야의 달력을 나타내고 있다. 정교한 천문 관찰을 바탕으로 한 마야 문명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세계에서 가장 정확하게 시간을 측정했던 마야인들은 마야 달력을 만들어 그 문명의 우수성을 입증했다.
쿠쿨칸의 피라미드는 네 면 모두 계단으로 되어있는데 각각 91개씩 모두 364개의 계단이 있다. 이곳에서는 일 년 중 춘분과 추분 날 오후 네 시가 되면 마술 같은 신기한 현상이 생긴다. 피라미드의 경사면에 만들어지는 그림자가 마치 꿈틀거리며 살아있는 뱀의 모습으로 나타나 신비하고 신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태초에 만물은 고요하고 공허했다. 세상에는 하늘과 바다와 몇몇 신들뿐이었다. 신들이 모여 말을 하자 세상이 그대로 창조되었다.
물이여, 물러나라! 땅이여, 솟아나 단단해져라!
신들이 이렇게 말하자 물이 물러나 땅이 생겼다. 땅은 솟아올라 단단해져서 산이 되었다. 산과 계곡과 숲에는 나무들과 새들과 각종 동물들이 자리잡았다. 신들은 동물들이 신의 이름을 부르고 경배하기를 바랐지만 말도 못하는 동물들이 기도할 리 만무했다. 신들은 동물들의 온몸을 갈기갈기 찢어 그들을 벌하고 새로운 존재를 창조하기로 했다.
신들은 진흙으로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진흙으로 만든 몸은 너무나 부드럽고 물컹해서 금세 망가져 버렸다. 쉽게 뭉개지는 입으로는 기도는커녕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신들은 실망해서 진흙 인간을 부수어 버렸다.
이번에는 나무로 사람을 만들었지만 그 결과도 그리 맘에 들진 않았다. 나무인간은 말도 하고 자손을 번식시킬 수는 있었지만 영혼이 없어서 신들에게 기도할 수 없었다. 신들은 홍수를 일으켜 그들을 멸망시켰다. 살아남은 몇몇은 원숭이의 조상이 되었다.
나무인간에게 홍수를 일으킨 신의 이름은 우라칸(Huracan)이었다. 스페인에서는 이 신의 이름을 따서 큰 폭풍을 우라칸이라 불렀다. 영어의 허리케인(hurricane)은 여기서 유래했다.
신들은 자기들에게 기도하고 경배할 영혼이 있는 존재를 만들고 싶었다. 이제 신들은 옥수수로 인간을 만들었다. 노란 옥수수와 흰 옥수수로 팔과 다리를 만들고 옥수수 덩어리로 몸통을 만들어, 네 명의 남자를 탄생시켰다. 이들은 서로 대화를 나눌 줄 알았고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었으며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릴 줄도 알았다. 또 세상의 모든 것을 볼 수 있을 만큼 뛰어난 시력을 가지기도 했다.
신들은 자기들이 만든 피조물이 자기들처럼 완벽한 시력과 능력을 갖는 것을 싫어했다. 인간은 불완전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인간의 눈 속에 안개를 불어넣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어 버렸고, 결국 인간은 가까이에 있는 것들만 뚜렷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제 신들은 네 여자를 만들어 이들 네 남자와 짝지어 주었다.
께찰(Quetzal)새는 과테말라의 국조이며, 과테말라의 화폐명칭으로도 쓰인다. 멕시코 남부와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등지에 분포한다. 마야인들은 이 새를 신성하게 생각하고 왕의 영적 수호자로 여겼다. 마야의 전설에는 16세기 스페인 군대가 마야를 공격했을 때 케찰이 나타나 스페인 지휘관을 쪼아대었다. 마야의 왕이 죽자 그 케찰도 숨이 끊어졌다고 한다.
쌍둥이 형제, 우나푸와 스발란케
먼 옛날 오늘날과 같은 인간이 창조되기 전 운우나푸와 부쿱 우나푸라는 쌍둥이 형제가 있었다. 둘은 틀라츠틀리라는 공놀이를 아주 좋아해서 날마다 공을 가지고 뛰어 놀았다. 지하 세계의 신 운 카메와 부쿱 카메는 밤낮으로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에 화가 잔뜩 나서 둘을 없애 버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하 세계의 신들은 쌍둥이 형제에게 올빼미 전령을 보내 함께 공놀이를 하자며 지하 세계로 초대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전령을 따라 나선 형제는 신들이 꾸며놓은 속임수에 넘어가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지하 세계의 신들은 경고의 의미로 운 우나푸의 머리를 나무 위에 걸어놓았다. 그러자 얼마 후 아무것도 열리지 않던 나무에 조롱박이 열렸다. 오래도록 아무것도 나지 않던 나무에 갑자기 열매가 나자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왔다. 스퀵이라는 여자아이도 그 중 하나였다.
스퀵이 나무를 둘러보다가 조롱박을 따고 있을 때 운 우나푸의 머리가 여자에게 침을 뱉어 임신을 시켰다. 딸이 부정한 짓을 저질러 임신했다고 생각한 스퀵의 아버지는 사람을 시켜 딸을 죽이려 했다. 하지만 스퀵은 자기를 죽이려던 자에게 살려달라고 사정해서 간신히 죽음을 피할 수 있었다.
땅 위로 올라온 스퀵은 죽은 쌍둥이의 어머니 집을 찾아가 자신이 운 우나푸의 아이를 가졌다는 것을 입증해 보였다. 쌍둥이의 어머니는 스퀵을 받아들여 거기서 아이를 낳게 해주었다. 스퀵은 쌍둥이를 낳아 우나푸와 스발란케라고 이름붙였다.
우나푸와 스발란케는 외할머니의 집에서 성장했다. 둘은 숲속을 누비며 사냥을 즐기는 등 씩씩하고 지혜롭게 자랐다. 할머니 집에는 이복형들인 운 바츠와운 초우엔도 있었는데, 이들은 우나푸와스발란케 형제를 별로 달갑게 여기지 않았다. 쌍둥이가 사냥을 나갔다가 사냥감들을 잡아오면 이복형들이 모조리 빼앗아 먹어버리고는 다 먹은 뼈다귀만 돌려주곤 했다.
어느 날 사냥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쌍둥이는 형들에게 잡아온 새가 나무 꼭대기에 걸렸다고 거짓말을 했다. 이복형들은 새를 가로챌 욕심에 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위로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나무는 더 굵어지고 커지기만 했다. 이복형들은 잔뜩 겁에 질려 우나푸와 스발란케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러자 형제는 형들에게 말했다.
형님들, 허리띠를 풀어 엉덩이 둘레에 묶은 다음 한 쪽 끝을 꼬리처럼 늘어뜨려 보아요. 그러면 나무를 쉽게 탈 수 있을 거예요.
이복형들이 시키는 대로 하자 둘은 원숭이로 변하고 말았다.
일곱 마코 앵무새 부쿱 카킥스
대홍수로 나무인간이 사라지자 일곱 마코 앵무새 부쿱 카킥스가 천하를 호령했다. 부쿱 카킥스는 자기가 태양이자 달이라면서 모든 것 위에 군림하며 오만방자하게 굴었다. 하늘에는 아직 태양이 없어서 세상은 온통 어둠에 싸여 있을 때였다.
신들은 부쿱 카킥스를 벌주기 위해 쌍둥이 형제 우나푸와 스발란케를 보냈다. 쌍둥이 형제는 이 교만한 새를 죽이려고 마음먹고는, 입으로 바람을 불어서 쏘는 화살을 들고 부쿱 카킥스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나무 아래에서 기다렸다.
부쿱 카킥스가 와서 과일을 맛있게 먹고 있을 때, 우나푸가 화살을 쏘아 그의 얼굴을 맞추었다. 부쿱 카킥스는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우나푸가 그를 사로잡으려 하자 그는 우나푸의 한쪽 팔을 뽑아 달아나 버렸다.
우나푸와 스발란케는 한 노인 부부에게 부쿱 카킥스를 죽일 수 있게 도와달라고 청했다. 노부부는 그러마 하고, 부쿱 카킥스에게 가서 부상당한 이와 눈을 치료해 주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친 이와 눈을 모조리 뽑아버린 다음 깨끗하고 튼튼한 뼈로 새 이와 눈을 만들어 넣어야 나을 수 있다고 했다.
고통으로 괴로워하던 부쿱 카킥스는 노부부의 말대로 하기로 했다. 노부부는 멋진 이를 뽑고 대신 흰 옥수수 알갱이를 집어넣었다. 아름다운 두 눈알 역시 뽑아버렸다. 부쿱 카킥스는 그러고도 통증이 멎지 않아 고생하다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교만하게 굴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이다. 노부부는 우나푸의 잘린 팔을 찾아다 다시 붙여주고 상처도 치료해 주었다.
아들 쌍둥이 형제도 아버지와 그 쌍둥이 형제처럼 공놀이를 배워 즐기게 되었다. 한동안 조용하던 머리 위가 다시 시끄러워지자 지하 세계의 신들은 의아해했다.
운 우나푸와 부쿱 우나푸는 이미 죽었는데 누가 또 시끄럽게 구는 거지? 당장 가서 소란 피우는 놈들을 잡아 와라.
지하 세계의 신들은 다시 올빼미 전령을 보내 쌍둥이 형제를 불러 오도록 했다. 두 형제의 할머니는 두 아들에 이어 두 손자까지 지하 세계로 불려가게 되자 크게 상심했다. 이미 두 아들을 잃었는데 이제 또 다시 두 손자까지 잃게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나푸와 스발란케는 할머니를 위로하며 사탕수수를 앞마당에 심었다.
할머니, 저 사탕수수가 잘 자라면 우리가 살았다고 생각하고 말라버리면 우리가 죽은 줄 아세요.
우나푸와 스발란케는 지하 세계로 내려갔다. 아버지 쌍둥이와는 달리 쌍둥이들은 자기들을 죽이려는 지하 세계 신들의 계략을 지혜롭게 이겨나갔다. 신들의 궁전에 도착해서는 다리의 털을 뽑아 모기로 만들어 신들의 이름을 알아낸 다음 신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면서 인사했다.
나무인형들이 신들인 줄 알고 인사하는 실수도 하지 않았고 불로 달군 의자에 앉으라는 속임수에도 넘어가지 않았다. 지하 세계의 신들이 밤새 담배와 횃불을 태우되 새 것처럼 보이게 하라는 무리한 요구를 하자, 반딧불로 담뱃불을 만들고 붉은 마코 앵무새의 깃털로 횃불이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시험을 통과했다.
아침이 되자 쌍둥이 형제는 신들과 공놀이 시합을 해서 이겼다. 하지만 지하의 신들은 자기 집 정원에만 있는 꽃을 따오라거나 추위의 집, 불의 집, 표범의 집을 통과하라며 형제를 시험했다. 그럼에도 형제는 지혜롭게 이 모든 시험들을 통과했다.
마지막으로 지하의 신들은 형제를 박쥐의 집으로 보냈다. 밤새 잘 숨어 있었지만 새벽이 되어 위험이 사라졌는지 보려고 우나푸가 밖으로 고개를 내밀자 그 순간 살인박쥐가 그의 머리를 잘라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스발란케는 머리 대신 호박을 우나푸의 몸 위에 올려놓아 지하 세계의 신들을 속이고 다시 공놀이 시합에 참가했다.
신들은 우나푸의 머리를 공삼아 차면서 즐거워했다. 하지만 스발란케는 소란한 틈을 타서 우나푸의 머리를 가져와 다시 몸 위에 붙였다. 대신 신들이 호박을 공인 줄 알고 그것으로 경기를 하게 만들었다. 결국 쌍둥이 형제는 공놀이에서 승리했다.
지하 세계의 신들은 자기들이 속은 걸 뒤늦게 알고는 우나푸와 스발란케를 불에 태워죽이려고 했다. 형제는 자기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지하 세계의 신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스스로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어 죽고 말았다. 신들은 쌍둥이의 뼈를 바다에 뿌렸다. 뼈는 바닥에 가라앉아 있다가 닷새 후에 물고기인간으로 변해서 신들의 눈을 피해 사라져 버렸다.
얼마 후 형제는 허름한 옷차림의 광대로 변해 지하 세계를 방문했다. 이들은 신들이 보는 앞에서 동물의 몸과 머리를 잘랐다가 붙이고 서로를 죽였다 살리는 등 온갖 놀라운 재주를 부렸다. 이것을 보고 깜짝 놀란 지하 세계의 신들은 자기들도 죽였다 살려보라고 했다. 형제는 기꺼이 승낙하고 먼저 지하 세계 최고신의 머리를 잘라죽였다. 하지만 다시 살려주지는 않았다. 이것을 보고 놀란 나머지 신들은 모두 도망쳐 버렸다.
이렇게 해서 아버지와 삼촌 쌍둥이의 복수를 하고 지하 세계를 장악하게 된 우나푸와 스발란케는 마침내 하늘로 올라가 태양과 달이 되었다. 한편 우나푸와 스발란케의 할머니는 앞 마당에 심어둔 사탕수수가 말라 죽어가다가 다시 살아난 것을 보고 손자들이 건강하게 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즈텍 신화에 의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이 세계의 태양은 다섯 번째 태양이다. 이 태양이 생겨나기 전, 오래 전 아즈텍에는 네 개의 세계, 즉 네 개의 태양이 차례대로 존재했다. 각 세계는 번영하다가 대재앙으로 종말을 맞았다. 첫 번째 태양은 대지의 태양이었다. 테스카틀리포카가 지배하던 이 세계에는 엄청나게 크고 힘이 센 거인들이 살고 있었는데, 재규어의 공격으로 파괴되고 말았다.
두 번째 세계인 바람의 태양을 다스린 것은 케찰코아틀 이었다. 엄청난 돌풍이 불어와 이 세계를 멸망시켰고 사람들은 원숭이가 되었다. 비와 풍요의 신 틀랄록이 다스리던 세 번째 세계인 불의 태양은 비처럼 내리는 불꽃 때문에 파괴되었다.
네 번째 물의 태양을 다스린 것은 틀랄록의 아내이자 강과 호수의 여신 찰치우틀리쿠에였다. 이 세계는 대홍수로 인해 파괴되었고 사람들은 물고기로 변해 버렸다. 테스카틀리포카는 타타와 네네라는 부부를 특별히 총애해서 그들을 구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 부부에게 커다란 통나무를 파내고 그 속으로 들어가라고 명령했다.
그리고는 부부에게 옥수수 이삭을 하나씩 나눠준 다음 통나무를 봉했다. 대홍수는 여러 날 동안 계속되었다. 부부가 마지막 남은 옥수수 알까지 먹어치우며 배고픔을 참고 있을 때 드디어 수면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통나무를 뚫고 나온 부부는 너무나 배가 고파 물고기를 한 마리 잡아 구워 먹고 말았다. 이것을 본 테스카틀리포카는 인간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에 격분했다. 그래서 땅으로 내려와 그들을 개로 만들어 버렸다.
다섯 번째 세계인 현재 세계는 깃털달린 뱀 케찰코아틀 신과 연기나는 거울 테스카틀리포카 신에 의해 창조되었다. 먼 옛날 이 세상에 아직 땅이 존재하기 전, 케찰코아틀과 테스카틀리포카가 하늘에서 아래를 내려 보다가 거대한 괴물을 보게 되었다. 여러 개의 입과 눈을 가진 그 괴물은 눈에 보이는 것은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고 있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케찰코아틀과 테스카틀리포카는 괴물이 온 세상을 다 먹어치워 버릴까봐 걱정이 되었다. 그래서 둘은 큰 뱀으로 변신해서 괴물의 사지를 찢어버렸다. 괴물의 머리와 어깨는 땅이 되었고 허리 아래 부분은 위로 던져져 하늘이 되었다.
이 일을 알게 된 다른 신들은 크게 분노했다. 케찰코아틀과 테스카틀리포카는 신들의 분노를 무마하고자 괴물의 몸으로 최대한 아름다운 대지를 만들었다. 괴물의 눈은 동굴과 샘이 되었고, 입은 강과 큰 동굴이 되었으며, 괴물의 피부와 털은 꽃과 나무가 되었다. 그러나 아직도 괴로움에 울부짖는 괴물을 위로하기 위해 인간의 육신과 피를 바쳐야만 인간들이 생활에 필요한 각종 식물과 과실을 수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섯 번째 태양이 생겨난 이야기는 누가 새로운 태양이 될지를 결정하기 위한 신들의 모임에서 시작된다.
누가 세상을 밝힐 태양이 되겠습니까?
모여 있던 신들 중 하나가 다른 신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세상을 밝히겠다며 앞으로 나선 신은 둘이었다. 하나는 부유한 신 테쿠시스테카틀이었고, 다른 하나는 병약한데다 가난한 신 나나우아친이었다.
태양이 되기 위해서는 단식과 속죄의 과정을 거쳐 화장용 장작 위에 스스로를 바쳐 태우는 예식을 행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공물을 바쳐야 했다. 두 신은 모두 정성껏 공물을 마련했다. 테쿠시스테카틀이 금은보화와 화려한 색깔의 케찰 새깃털을 공물로 바친 반면, 나나우아친은 자기 피를 묻혀 붉게 장식한 가시, 건초, 자기 몸의 상처에서 떼어낸 부스럼딱지를 공물로 가져왔다.
그리고 스스로를 깨끗하게 하는 의식을 위해 두 개의 커다란 피라미드를 만들었다. 두 신은 각기 피라미드에 올라가 나흘 동안 단식하면서 속죄하는 시간을 가졌다. 참회의 시간이 끝나자 두 신에게 이제 깨끗해졌음을 뜻하는 풀을 뿌리고 새 옷을 입혔다. 테쿠시스테카틀에게는 화려하고 비싼 옷감으로 만든 옷을, 나나우아친에게는 종이로 만든 옷을 주었다.
이제 두 신은 뜨겁게 타오르는 모닥불에 뛰어들어 자기 몸을 태워 제물로 바쳐야 했다. 신들은 먼저 테쿠시스테카틀에게 기회를 주었지만, 그는 뜨겁고 무서운 불 속으로 뛰어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네 번이나 계속 머뭇거리자 신들은 이제 나나우아친에게 말했다.
나나우아친, 불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습니까?
그는 두려워하지 않고 단번에 불 속으로 스스로를 던졌다. 그는 곧 불길에 휩싸였고 종이로 만든 그의 옷은 순식간에 타버렸다. 이 모습을 본 테쿠시스테카틀도 곧 뒤를 따라 불 속에 뛰어들었다. 두 신이 불길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자 다른 신들은 그들이 태양으로 환생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동쪽에서 나나우아친이 환생한 붉은 태양 토나티우가 떠올랐다. 어찌나 밝은지 아무도 태양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을 정도였다. 곧이어 테쿠시스테카틀이 변한 달도 올라왔다.
태양과 달이 한꺼번에 동쪽 하늘에 나타나자 세상은 너무 밝아 눈을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신들 중 하나가 달을 향해 토끼를 집어던졌다. 달에 토끼의 모습이 생겨난 것은 이때부터였다. 덕분에 달빛도 좀 어두워져 세상은 그런대로 견딜만해졌다.
신들의 희생으로 해와 달이 운행하기 시작하다
태양과 달은 동쪽 하늘에 그대로 머물러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태양신 토나티우는 자기가 하늘을 운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신들의 희생이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신들은 반발했지만 결국 어쩔 수 없이 자기들의 심장을 도려내어 태양신에게 바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해서 태양은 운행을 시작했고 달과 다른 별들도 태양과 일정한 거리와 각도를 유지하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후로 태양신이 운행을 멈추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간들은 끊임없이 자기들의 심장을 태양의 신에게 바쳐야만 했다.
대홍수가 끝나고 이 세상에 남은 것은 사랑과 풍요의 여신 소치케찰과 남자 한 명뿐이었다. 여신은 세상의 나무에 달린 금단의 열매를 먹고 이 세상에 성적 쾌락을 가져왔다. 여신은 남자와의 사이에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녀의 아이들은 모두 겉보기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말을 할 줄 몰랐다.
나무꼭대기에 앉아있던 비둘기 한 마리가 언어를 선물로 줄 때까지 아이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비둘기는 아이들에게 각기 다른 언어를 선물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의사소통을 잘 못하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소치케찰은 육체적 쾌락을 멀리하고 참회하며 살기로 마음먹은 은둔자 야판을 유혹했다. 야판은 자기의 신념이 확고하다는 것을 널리 알리기 위해 긴 원통 모양의 바위 꼭대기에 살았다. 신들은 그를 유혹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그는 전혀 흔들리지 않고 고행을 계속했다.
하지만 아름답고 매혹적인 소치케찰이 나타나 바위에서 내려와 자기와 함께 다시 올라가지고 야판을 설득하자, 야판은 도저히 소치케찰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지 못한 야판은 결국 죽임을 당하고 말았다. 신들은 그를 전갈로 만들어 바위 꼭대기에서 명상과 고행을 하는 대신 모래밭과 자갈밭을 기어 다니게 만들었다.
세상에 아직 사람들이 있기 훨씬 전, 하얀 눈이 덮인 산 한 가운데 바다처럼 큰 호수가 자리잡고 있었다. 맑고 투명한 그 호수는 천지가 창조되면서 가장 먼저 생겨난 티티카카 호수였다. 비라코차 신은 아침마다 태양의 모습으로 나타나 호수를 어루만졌다.
그러던 어느 날 비라코차 신이 호수로 내려와 호수 위에 작은 물결을 만들었다. 물결은 조금씩 커지면서 점점 더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마침내 거대한 물결이 만들어졌을 때 그 한 가운데서 거품이 일어나더니 그 속에서 한 남자와 여자가 손을 맞잡고 밖으로 나왔다. 최초의 인간이 탄생한 것이다.
남자의 이름은 망코 카팍이었고 여자는 마마 오클로였다. 둘은 태양신 인티의 자녀들이었다. 둘은 아무런 말없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호수는 깊은 고요에 빠져 있었다. 비라코차는 망코 카팍에게 황금 지팡이를 주면서 거대한 나라를 세울 좋은 땅을 찾으라고 명했다.
지팡이로 이곳저곳을 찔러보며 다니다가 그 지팡이가 손잡이까지 푹 박힐 만큼 잘 들어가는 땅을 찾으면 그곳이 바로 제국을 세울 만큼 비옥한 땅이라는 것이다. 둘은 땅을 찾기 위한 여행을 떠났다. 마마 오클로는 모시를 지을 수 있는 실패를 가지고 갔다.
망코 카팍은 하루 종일 지팡이로 땅을 두드리고 찔러보며 걸었다. 마마 오클로는 쉬지 않고 실을 잦으며 그 뒤를 따랐다. 걷다가 해가 지면 나무 아래 누워 잠을 자곤 했다. 몇 달이나 계속해서 돌아다닌 끝에 그들은 안개가 자욱이 낀 높은 산에 올랐다. 산꼭대기에 오르자 구름 사이로 태양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그 옆으로는 무지개가 떠올랐다.
두 사람은 이곳이 신령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지팡이로 바닥을 찔러보았다. 그러자 지팡이가 쑥 들어가더니 손잡이까지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나라를 세울 신성한 땅을 찾은 두 사람은 비라코차 신에게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이들이 태양의 자손인 것을 알고 여러 가지 진귀한 물건들을 가져와 경배하며, 자기들의 왕이 되어 달라고 청했다. 태양의 자손 망코 카팍과 마마 오클로는 기꺼이 그들의 청을 받아들여 나라를 건설했다. 그리고 황금 지팡이를 꽂았던 바로 그곳을 수도로 삼았다. 이곳이 바로 잉카의 수도 쿠스코이다.
망코 카팍은 남자들에게 땅을 경작하는 법을 가르치고, 마마 오클로는 여자들에게 천을 짜는 법을 가르쳤다. 태양의 자손들은 오랫동안 이 나라를 다스렸고 창조신 비라코차를 기억하며 경배했다.
땅을 만든 자 파차카막
파차카막은 아무것도 없는 세상에 태양과 달을 불러 왔다. 하지만 태양신은 너무나 강력해서 그를 불러온 파차카막 조차도 함부로 대할 수 없었다. 파차카막은 또 어머니 대지인 파차마마를 만들고 그 위에 높은 산과 그 사이에 고인 물과 낮은 평지를 만들었다. 그런 다음 그 땅 위에 살 남자와 여자를 만들었다.
하지만 세상에는 아직 사람이 먹을 동물이나 식물이 없었다. 남자와 여자는 먹을 것을 찾아 헤메다가 남자가 굶주려 죽고 말았다. 여자가 태양신에게 새로운 남자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자, 태양신은 여자에게 한 줄기 햇빛을 내려 쪼였다. 여자는 임신을 했고 나흘이 지나 아기를 낳았다.
자기에게 허락도 받지 않고 태양신이 여자를 임신시켜 다른 생명을 만들어 낸 것을 보고 파차카막은 크게 분노했다. 파차카막은 질투심에 불타서 여자가 낳은 사내아이를 죽이고 말았다. 그리고는 사내아이의 몸을 땅 여기저기에 뿌려버렸다. 죽은 사내아이의 몸에서는 먹을 것들이 나기 시작했다. 아이의 이에서는 식물의 싹이 돋아났고, 아이의 갈비뼈에서는 유카의 싹이 텄으며 아이의 살에서는 여러 가지 과일과 채소가 생겨났다.
파차카막은 길길이 뛰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태양신은 사내아이의 시체에서 음경과 배꼽을 가져와 아들을 만들었다. 이름은 비차마라고 했다. 아버지 태양신처럼 세상을 돌아다니고 싶었던 비차마는 어느덧 자라 세상을 향해 여행을 떠났다. 그 즈음 파차카막은 자기가 만든 여자를 죽여 독수리 먹이로 삼고 인간을 새로 창조했다.
여행을 떠난 비차마는 파차카막이 죽여 버린 여자, 자기 어머니의 시체를 찾아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어 다시 살렸다. 그리고는 어머니의 복수를 하려고 마음먹었다. 비차마의 생각을 알아차린 파차카막은 태양신의 막강한 힘을 그대로 물려받은 비차마가 두려웠다. 그래서 인간들이 자기를 경배하려 세워놓은 사원 앞 바다 속으로 뛰어들고 말았다.
비차마는 태양신에게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아버지 태양신은 비차마에게 황금빛과 은빛, 구리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알 세 개를 내려 보냈다. 태양신이 보내 준 알들은 태양의 빛을 받으며 점점 자랐다. 마침내 알에 균열이 생기면서 새로운 인류가 탄생했다.
맨 먼저 황금빛 알에서는 나라를 다스리는 자와 귀족들이 나왔고, 은빛 알에서는 여자들이 나왔다. 구리빛 알에서는 평민들이 나왔다. 그들은 모두 비차마의 가르침에 따라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인간 사회의 조화로운 구성원이 되어 살아갔다.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이 땅에 살고 있던 사람들은 교만해서 신들을 두려워할 줄 몰랐다. 또 사람의 목숨을 하찮게 여겨 함부로 살인을 하고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사람들 머릿속은 온통 전쟁과 약탈로만 가득 차 있어서 신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 세상을 창조한 신들을 고맙게 여겨 경배한다거나 기도한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사람이 사는 모든 곳이 부패했지만 단 한 곳, 안데스 산의 높은 정상만은 예외였다.
안데스 산꼭대기 가까운 곳에는 마음씨 좋은 목동 형제가 살고 있었다. 산에서 라마를 치며 살아가는 이 형제는 자기들에게 주어진 것 외에는 욕심내지 않는 겸손하고 소박한 사람들이었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신에게 감사할 줄 알았다. 어느 날 동생이 형을 찾아와 말했다.
왜 그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 라마 떼가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아.
형도 요즘 라마 떼가 이상한 행동을 보인다고 의아해하던 참이었다. 라마들은 전혀 먹지도 않고 자지도 않으면서 밤이면 슬픈 표정으로 하늘의 별들만 쳐다보고 있었다. 형제는 라마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신들에게 기도했다. 평소 겸손하고 감사할 줄 아는 형제를 어여삐 보았던 신들은 기꺼이 그들에게 동물과 말할 수 있는 능력을 주었다. 형제가 라마들에게 왜 자지도 먹지도 않는지 물어보자 라마들은 이렇게 대답했다.
별들이 우리에게 말하길, 곧 큰 홍수가 일어나 땅 위의 모든 살아있는 것들이 사라져 버릴 거래요. 그처럼 끔찍하고 슬픈 일이 언제 닥칠지 모르니까 도무지 입맛도 없고 잠도 오지 않는답니다.
형제와 그 가족들은 제일 높은 산꼭대기에 있는 동굴에서 홍수를 피하기로 하고 라마 떼를 몰아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졌다. 형제가 산 아래를 내려다보자 엄청난 홍수가 산 아래에 있는 생물들을 휩쓸고 지나가면서 온 세상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비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비명소리도 들렸다.
물은 점점 불어나 형제가 있는 동굴 가까운 데까지 올라왔다. 언제 동굴 안으로 물이 밀려들지 알 수 없는 지경이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물이 차오를수록 산이 점점 높아져서 동굴은 언제나 안전했다.
드디어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기 시작했다. 형제는 동굴 안에서 땅이 마르기를 기다렸다. 가지고 들어온 식량도 어느덧 바닥나고 있었다. 마침내 태양신 인티가 높이 떠올라 미소짓자 젖은 땅은 말랐다. 산도 원래 높이로 되돌아갔다. 형제는 가족들과 함께 라마 떼를 이끌고 나와 풀과 먹을 것이 풍부한 산중턱에 살게 되었다. 라마 떼가 산악지대에만 살게 된 것은 이 일이 있은 이후부터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