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장충로하스족발에 이어 오늘은 형제진족발이다. 이젠 입에 잘맞는 맛있는 음식보다 믿을수 있고 정갈한 음식이 진정한 맛집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저분하고 화학조미료에 물들고 있는 음식의 홍수속에 홀연히 피어있는 연꽃같은 족발이 성내동에서 나름 소문을 내고 있다기에 몇주째 이어지고 있는 족발로드에 마침표를 찍는다.
누군가 순위 정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정한 서울3대족발이 있는데 이집족발을 맛보고 나서는 정말 눈에 차지도 않는다. 족발은 돼지발이므로 당연히 더러울수 밖에 없는데 과연 그 3대족발집에서 초벌로 삶아 더러운것들을 제거하고 다시 삶는 곳이 있는지 강한 의문이 든다.
암튼 누가 나에게 서울3대 족발을 꼽으라고 한다면 첫번째가 무조건 성내동 형제진족발이다. 지난주 금요일날 먹고 막내아들 면회가신다고 3일을 쉬신다고 해서 얼마나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강동역 3번출구로 나와 강동웨딩문화센터 못가서 골목으로 들어가서 예전 동주병원을 지나면 좌측에 있다.
오픈한지 오래되지 않은 족발집이지만 솥단지 두개와 깔끔한 주방이 인상적이다.
가격은 탄성소리 나올만큼 착하다. 양이 분명 작긴하지만 이 가격이면 모자르면 하나 더 시켜 먹을 정도의 가격이다.
주인아주머니께서 이날 사진에 민감하셨는데 다행히 미소 지으신 포즈가 나오셨다.
주문과 동시에 전광석화와 같이 족발 해체를 하여 손님상에 내어주시는데 먹는 손님과 포장손님이 이어지니 손놀림이 매우 바쁘시다. 개업한지 얼마 안되셨지만 분명 족발 장사 초짜가 아니시다. 여쭈어보니 예전 인천에서 형제분과 같이 장사를 하시다 독립하신거라고 하신다.
야외 임시 파라솔 테이블위에 놓인 채소류와 장류가 깔끔하니 개운한 맛이 느껴지는 듯 하다.
짜지도 과하게 시지도 않은 말 그대로 음료처럼 후루룩 마셔도 개운한 맛이 전해지는 오이냉채이다. 과한 조미료 간이 전혀 없는 산뜻한 맛이다. 요거 맛없다고 하시는분 있으면 자신이 얼마나 조미료에 길들여진 강남스타일 혓바닥인지 반성해야 한다. ㅋㅋ
부추무침 역시 자칫 기름진 족발로 느끼할수 있는 입을 개운하게 하는 첨병역활을 톡톡히 한다. 부추 좋은건 모두 아셔서 그런가 요즘 어느 음식이던 부추가 빠진 경우가 별로 없는거 같다. 부추도 요즘 채소 대란에 값은 만만치 않을텐데.. 이놈의 정권에서 내려간 물가는 있긴 하는건지 의문이다. 아! 있겠다. 인간 노동력 단가.
족발 대자가 나왔다. 그냥 보기엔 정말 수수해보인다. 하긴 맛있는 음식이 '나 대박 맛있어요'라고 표지판을 달고 등장하는 것도 아니니 그럴만하다.
이리 저리 둘러보고(아니 사진만 간단히 찍고)
일단 적당한 살과 콜라겐이 적당히 조화를 이룬 부위부터 먹기 시작한다.
뜨~~~ 앗 이 맛이란? 짜지도 느끼하지도 강한 한방 냄새도 없으면서 고기 자체의 질감과 향을 그대로 전해준다. 그렇다고 푸석하지도 육질이 뭉게져서 흐물거리지도 않으면서 적당히 쫄깃하다.
이럴때 옛날 광고 멘트로 따~~ 봉이라고, 요즘 멘트로 올~~~레 라고 외치는데, 내 마음속 저 깊은 메아리는 대~~~박이다.
쫄깃한 부위를 가만히 살펴보니 특별히 깨끗했다. 두번 삶아서이겠지만 더러운 이물질이나 기름덩어리 같은건 전혀 없었다. 그리고 맛을 보니 일체의 잡내와 기름의 냄새를 느낄수 없으니 이보다 더 좋을수 없다.
맑은 가을 하늘 한번 쳐다보며 생각한다. 이 서울 하늘 아래 여기보다 맛있는 족발이 또 있던가?
요리하는 남편 석형님의 쌈도 찍어보는데 역시 요리하는 분들은 음식도 예쁘게 담으시는 거 같다.
나도 모양 좀 내보려고 하는데 솔직히 이렇게 싸먹는것보다는 족발고기만, 또는 진짜 족 부분만 뜯어먹는게 휠씬 맛있다.
한참 먹었다. 더 시키려 했더니 오늘 족발이 떨어졌다고 하신다. 9시밖에 안되었는데?? (담이님은 결국 한점도 못드시는 불상사가..죄송합니다)
그렇게 너무 흡족하게 먹고 난 후지만 의문점이 생긴다. 두번 삶아도 마지막에 사용되는 육수는 계속 사용하는거겠지? 그렇지 않으면 저 무거운 가마솥에서 육수를 어떻게 빼고 세척하는지?
내가 무슨 착한식당 자문단도 아니지만 이왕이면 확인하고 싶었다. 무거운 가마솥 안에 며칠, 몇달 묵은 기름 둥둥 떠있는 육수가 있으면 지금까지 먹었던 담백한 족발맛은 다 거짓일텐데..
용기를 내어 사진 좀 찍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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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가마솥 안은 깨끗했다. 겉은 전통 가마솥처럼 보였지만 안쪽은 별도의 용기가 들어가 있어서 분리가 가능하므로 들어내서 청소를 할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너무 반가웠고 한편 고마웠다.
물론 두번 삶아 깨끗하고 착한 족발집 많을 것이다. 그런데 내 눈으로 본 집은 이집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족 끝부분까지도 검은 양념이 강하게 착색되어 이물질과 기름과 혼용된 것이 아닌 고기 그 뽀얀 족발의 색깔과 맛이 그대로 전해주었다.
하늘에서 뚝딱 떨어진 족발집이라고까지 생각되는 식당으로 나의 서울 1대족발집으로 감히 선정하고 싶어진다.
서울시 강동구 성내2동 383-7
02-470-8655
* 언제든지 족발을 먹을수 있는게 아니고 보통 오후5시부터 가능하다고 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