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단 한번 장난으로도 남편은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이에 따라 남편은 아내를 밤낮없이 단속하고 지키려는 심리를 진화시켰다. 아내를 자신의 소유물로 착각하는 것이다. 재산법에 따르면, 소유자는 자기 물건을 마음대로 팔고 교환하고 망가뜨릴 수 있다. 누군가 내 물건을 훔치거나 훼손했다면, 그는 벌을 받아야 마땅하다는 내 주장에 모든 사람이 동의해준다. 자기 아내도 동일하게 취급했다.
실제로 고대 이집트, 시리아, 극동, 아프리카, 아메리카, 북유럽 문명의 법률에는 소유물로 취급하는 조항이 거의 똑같이 들어 있었다. 연애의 경쟁자가 소유물을 훔치는 범죄였다. 아내를 때리거나, 폭력을 행사할 권리를 정당하게 인정받았다. 우리 최초의 법인 고조선의 8조법금에도 들어 있었다고 종종 언급되지만, 단언컨대 그 조항은 유부녀만 처벌했을 것이다. 영어 단어 adultery도 ‘불순물을 섞다, 질이 낮아지다’는 뜻의 동사 adulterate에서 유래하였다. 아버지로서의 확실성을 낮춘다는 것이다.
범죄로 다스릴 뿐만 아니라, 과거의 전통법률은 남편이 행사하는 폭력을 약하게 처벌하거나 심지어 눈감아 주었다. 수백년 전 영국에서는 아내를 그 자리에서 죽인 남편은 살인이 아니라 과실치사로 처벌받았다. 미국의 배심원들은 감형조차 너무 무거운 형벌이라고 여겨서, 현장에서 살해해도 무죄로 풀어주었다. 19세기에 들어서 유부남의 외도도 처벌받게 되었지만, 아내에 대한 폭력적 보복은 특별히 정상을 참작할 만한 사유로 비교적 최근까지 인정되었다.
요컨대 과거에 남성들이 여성을 억압하던 도구였다. 배우자의 혼외정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게끔 진화된 쪽이 남편임을 고려하면, 남녀 쌍벌주의를 채택했던 우리 형법 조차 결과적으로 여성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일례로 중앙일보는 지난해 6~9월에 선고된 사건 92건 가운데 아내를 고소한 사건이 60.9%로 다수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헌법재판소는 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므로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고소하려면 이혼이 전제되어야 하므로, 가정을 보호하는 데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사문화되다시피 했지만 본질적으로 여성을 억압하는 장치였던 공식 폐지함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양성평등을 한 걸음 진전시켰다는 칭찬도 해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