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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인연
방송일: 20050913
동영상 : 줄거리:
극본 김 수 진
씬1/ 동네일각(D/ENG)
혜옥, 룰루랄라 하드빨며 올라오다가
한 할아버지와 스쳐 지나간다.
순간 혜옥, 가슴이 저릿하는 느낌에
뒤로 쓱 돌아보니 그 할아버지도
혜옥을 돌아보고 서있다.
하지만 둘다 한참을 그렇게 마주보고
서있기만 하고, 가슴만 콩콩 뛴다.
혜옥 혹시... 우리...
할아 ..언젠가 만난 적이 있지 않나요?
애잔하게 바라보는 두사람의 모습에서
TITLE 슬픈 인연
씬2/ 공원(D/ENG)
공원 벤치에 살짝 거리를 띄우고 앉은
혜옥과 할아버지.
할아 (머뭇거리다) 혹시 그럼 본적은 어디세요?
혜옥 전.. 서울 토박인데..
할아 아.. 그럼 아니네요..
잠시 침묵 흐르다가
할아 (깜빡) 그럼 본적은 어떻게 되시는지..?
혜옥 (같이 깜빡) 전 서울 토박이에요..
할아 (난감) 아.. 아니네요..그럼..
둘 굉장히 난감해 하고 있고.
그때 멀찌감치 서서 혜옥과 할아버지를
바라보고 있는 부록.
혜옥인 줄은 모르고 그냥 자기 자리에
누군가 앉아있다는 게 불편한 듯한 부록.
부록, 입맛 다시다 천천히 발걸음 돌린다.
씬3/ 동네일각(D/ENG)
할아버지와 혜옥, 아무말없이 걷고 있다.
혜옥 (중얼 혼잣말) 왜 이렇게 가슴이 콩닥콩닥 뛰구..
할아 (중얼 혼잣말) 땀도 나는 게... 영 이상하네..
혜옥과 할아버지 슬쩍 쳐다보다 둘
눈 마주치자 둘 어색하게 웃고.
둘, 다시 말없이 걸어가다 예전 냉면집을
스쳐지나가다가 둘 다 발걸음 뚝 멈추고
혜/할 (동시에 서로를 가리키며) 아!! (표정 밝아지며) 폴라로이드!!
씬4/ 방송국 자판기 앞(D)
현우, 커피 뽑고 있고 미자 쇼파에
앉아서 재잘재잘 얘기하고 있다.
그때 지나가던 피디, 미자에게 아는 척.
권피 (반갑게) 어~ 최미자~
미자 (벌떡 일어나 반갑게) 어머~ 권피디님~~ 잘 지내셨어요? 어머 돌아오신 거예요? 몸은요?
권피 (웃으며) 어 이제 괜찮아졌어..
미자 (기뻐서) 진짜 다행이다~ 얼마나 걱정했었는데요~
현우, 너무 화기애애한 미자와 피디
사이에 끼어들기 뭐해 뻘쭘하고.
권피 (미자 툭툭치며) 돌아왔더니 여기저기 다 최미자 얘기더만.. 요새 다들 최미자 모시기 전쟁이라며?
미자 (웃으며) 아유 비행기 태우시는 건 여전하시네요~ 그럼 이번 분기부터 바로 방송 시작하시는 거예요?
권피 (살짝 곤란한 듯) ..응 그래서 말인데.. 내가 5부작 라디오 드라마를 하나 하거든? 미자씨가 그거 여주인공을 좀 맡아줬음 하는데... 바쁜데 이런 부탁..
미자 (흔쾌히 OL) 아유 해야죠~ 누구 말씀이신데요. 당연히 해야죠~(생긋 웃는)
씬5/ 녹음실(D)
미자와 현우 녹음실로 들어서고 있다.
미자 (기쁜 듯 혼잣말) 진짜 다행이다..괜찮아지셔서..
현우 (살짝 투정) 나도 좀 소개시켜주구 그러지?
미자 (이제야 깨달은 듯) 아.. 맞다.. 미안~ 너무 오래간만에 뵌 거라 내가 정신이 없어갖구.. 자긴 권피디님 뵌 적 없나?
둘 쇼파에 앉고.
현우 방송국 들어와서 OJT할 때 한번 뵙구 바로 방송 쉬시는 바람에 못 뵀지 아마..
미자 그때 저분이 아예 방송 그만두시는 줄 알구 얼마나 서운했었는데.. 진짜 잘됐다..
현우 (장난 반) 자기..되게 좋아한다? 질투나는데?
미자 (피식 웃고) 그런거 아니야. 내가 신입이었을 때 엄청 헤맸거든.. 의욕만 앞서서 발음도 막 꼬이구.. 선배들한테 진짜 눈물 쏙 빠지게 혼나구선 난 진짜 재능이 없는 거 아닌가 하구 자포자기했을 때가 있었어...
현우 끄덕끄덕.
미자 (회상하듯) 그때 권피디님이 ‘여자성우라고 샤론스톤, 비비안 리만 있으면 삐삐랑 앤은 누가 해?’ 그러시는거야.. 그때 대본으로 가리고 우는데.. 어찌나 고맙던지...
현우 (알겠다) 자기한테 정말 고마운 분이시구나..
미자 (끄덕끄덕) 응.. 그분 아니었음 이 일 때려쳤을지도 모르지..
현우 (미자 감싸주며) 그럼 나도 감사해야 되는거네..그때 일 때려쳐서 내가 자기 못 만났음 지현우 인생 얼마나 우울했겠어... (미자 보고 웃고)
미자 (가만히 현우 보다가) 피... (닭살 떨려는데)
그때 분위기 깨며 울리는 미자 벨소리
(S.E) 미자 벨소리
씬6/ 남자원룸(D)
핸드폰을 잡는 손, 동직이다.
동직 (전화받고) 여보세요~ (사이) 아 감독님~ 잘 지내셨어요? 저야 뭐 그럭저럭..항상 감독님께는 감사하죠..네..
그러다 점점 어두워지는 동직 표정.
동직 (표정은 어둡지만 애써 밝게) 아.. 네 그래야죠..(사이) 아유 제가 감사드려야죠.. 네 그럼 내일 뵐께요~ 네 들어가세요~ (전화끊고 한숨 푹)
지영 (궁금) 왜? 무슨 일인데?
동직 (답답) 그.. 박피디님이신데..
지영 아! 오빠 젤 첨에 캐스팅해 준 고마우신 박피디님?
동직 (끄덕끄덕)
지영 근데 표정이 왜 그래?
동직 박피디님이 이번에 처음 미니시리즈 들어가신다는데 카리스마 조연을 내가 맡아줬음 하시네..
지영 (신나) 아 진짜? 잘됐네~!! (하다가) 아! 그럼 그 주말 드라마는 어쩌구? 그쪽은 주연이잖아..
동직 (골치아픈 듯 머리 감싸쥐며) 그러니까...
지영 (잠깐 생각하다) 안돼!! 아무리 그래도 조연이랑 주연이랑 어디 같애? 안돼 안돼..!!
동직 그래도 어떻게 그러냐.. 박피디님이신데..
지영 됐어~ 어차피 배우는 일 따라 가게 되어 있는 거야~ 담번에 도와드리면 되잖아.. 응? 오빠 흔들리지마! 어?
씬7/ 녹음실(D)
마치 지영말에 반박하듯
현우 그래도 그러는 게 아니지.. 지금 필요하니까 손 내미신 거잖아.. 그럴 때 도와드리는 게 도리지..
미자 나도 아는데.. (핸드폰 보며 고민스러운 듯) 방금 전화 온 피디가 공중파, 케이블, DMB, 인터넷까지 꽉 잡고 계신 분이라.. 이번에 잘 알아두면 나중에 발 넓히는데도 도움이 되구..
현우 (차분히 설득) 자갸.. 자긴 그 피디 힘 안 빌려도 충분히 인맥 넓힐 수 있는 사람이잖아..
미자, 고민스러운 표정이고.
현우 지금 나 자기한테 은혜를 갚으란 얘기가 아니야..아까 권피디님 만나구 그렇게 좋아했었잖아.. 좋은 사람하고 같이 일하는 거 그거 되게 힘든 거 라는 거 자기도 잘 알지?
미자 고개는 끄덕거리면서도
여전히 고민스러운 표정.
씬8/ 냉면집(D/ENG)
할아버지와 혜옥, 마주보며 웃는다.
할아 (쑥스러운 듯) 그래도.. 이렇게 힘들게라도 다시 만난 걸 보면.. 인연은 인연인가 봅니다..
혜옥 (부끄러워 몸 배배꼬며 들릴락 말락하게) ..네..
할아버지, 갑자기 혜옥 손을 덥썩잡고
할아 (진지한 표정) 혜옥씨..
혜옥 (괜히 손 빼려는 시늉만) 어머.. 이러시면.. 안되는데..
할아 혜옥씨랑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이 가슴 한쪽이 휑한게 얼마나 힘들었는지.. 우리... 다시 만나면 안될까요?
혜옥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저도 그러고 싶은데.. 큰 언니가 알면 가만 안 있을 꺼예요..
혜옥 손 잡은 할아버지 손에 힘이 스르륵
빠지나 싶은데 혜옥, 할아버지 손을 강하게
부여잡고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할아버지를 본다.
할아 (그 눈빛에 힘을 얻어) 그럼 언니분이 우리 사이를 인정해주시기 전까진 몰래 만나는 걸로 해요.
혜옥, 다시 수줍은 눈빛으로 돌아와 배시시
씬9/ 헌책방 앞 + 안 (D/ENG)
딱히 갈곳도 없이 이리저리 걷던 부록.
좁은 골목 한 귀퉁이의 헌 책방을 발견.
10평도 채 안될 듯 좁고, 형광등은 기력이
다한 듯 깜빡 거리고.
주인은 안보이고 책방앞에 의자만 덩그러니.
//부록, 천천히 책방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며
부록 (둘러보며) 실례합니다~
대답없는 책방 안.
부록, 책들이 가득 꽂힌 책꽂이로 다가가서
책꽂이를 손가락으로 훑어보는데
먼지하나 없이 깨끗하다.
부록, 꽂힌 책들 중 하나를 꺼내서 넘겨본다.
누런 종이에 깨알같이 작은 글씨..
부록 (잘 안보이는지 눈 가늘게 떴다가) 작아서 보이지도 않네.. 맞춤법도 옛날꺼고..
부록, 이리저리 휙휙 넘겨보다가 다시 책을
제자리에 꽂으며
부록 (감정이입) 하긴.. 빳빳한 새 책들 놔두고 누가 이런 고리짝 책들을 보겠어.. 사가는 사람이 있어야 주인도 가게 볼 맛이 나지, 나 같아도 가게에 안 붙어 있겠구만..
부록, 갑자기 몸이 가려운 듯 몸을 긁는다.
//부록, 몸 긁으며 헌책방에서 나온다.
그러곤 한번 책방을 돌아보고 발걸음 옮기다
콜록콜록 기침 몇번..
부록 (씁쓸한) 사람이나 책이나.. 낡으면 먼지 나고 냄새나 풍기는 존잰지...
씬10/ 마당(D/ENG)
마당에서 열무 다듬던 영옥과 영숙, 우현
그때 혜옥, 꿈꾸는 듯한 표정으로
마당안으로 들어선다.
영옥 (휙 보고) 오란데도 없는 년이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
혜옥, 귀에 안 들어오는 듯 사뿐사뿐
걸어 현관쪽으로 가다가 다듬어놓은
열무들 우작우작 다 밟고.
영옥 (그거보고) 야!!!
혜옥, 그 소리도 못 듣고 계속 꿈꾸듯
열무만 잘근잘근 밟는다.
영옥 이년이!!
영옥, 혜옥 잡아서 사정없이 등판 때리고
열무 다듬던 영숙과 우현 그 모습 보고
질리는데 혜옥은 등판 두드려 맞으면서도
여전히 행복한 표정이다.
그걸 본 우현, 소름끼치는 듯 몸 부르르 떤다.
씬11/ 주방(N)
일동 밥 먹는데 혜옥 왼손으로 밥 먹으며
질질 흘리면서도 뭐가 좋은지 피식피식 웃는다.
영옥 (시선 안주고) 사돈.. 혜옥이 저거 밥 뺏어.. 저거 지 정신이 아냐.. 지금..
우현 (혜옥보며 두려운 듯) 펀치 드렁크..
영옥 (?) 뭔 드링크?
우현 (진지) 권투 선수들처럼 매일 맞다보면 뇌에 문제가 생겨서 이상증상들이 나타난대요..
영옥, 그 말에 찔끔하며 혜옥 보면.
영숙은 혜옥 혼날까봐 혜옥이 질질 흘리
는 것들 다 주워먹으며 증거 인멸중이고.
영옥 (영숙에게 버럭!) 야! 니가 그 따우로 저걸 오냐오냐 하니까..
영숙, 바로 눈 심하게 움찔움찔하며
영숙 (자기 눈 가리키며) 펀치 드링크..
영옥 (쥐어박을 듯) 저게..
우현 (조용히) 펀치 드렁크..
영옥, 그 소리에 찔끔 손 거두고
혜옥, 꽉 쥐고 있던 오른손 살짝 펴보는데
‘11’이라고 크게 써져있고.
혜옥 다시 손 꽉 쥐고 실실 웃고.
다음날
씬12/ 공원(D/ENG)
할아버지 초조하게 두리번 대고 있는데
저쪽에서 혜옥 오는 거 보고 웃는다.
할아 혹시 잊으신 건 아닌가 하구 걱정했었는데..
혜옥, 배시시 웃으며 오른손 손바닥
펴보이는데 ‘1’이라고 적혀있다.
혜옥 (부끄) 잊어먹을까봐 하루종일 손 꼭 쥐고 있었어요..
할아 저도 혹시 잊을까봐 하루종일 혜옥씨 생각만 했는데도 11신줄 알고 먼저 나와 기다렸네요.. 허허.. 이 정신..
혜옥, 수줍게 웃고.
그때 옆쪽 벤치에 앉아있던 사람들
일어서서 가려하자
할아 (옆쪽에 놓인 쇼핑백 들고) 이거 가져가야지~
사람1 (어이없이 할아버지 보며) 그거 할아버지가 갖구 오신 거잖아요..
할아 (민망) 아.. (하다) 이거.. 제가 혜옥씨 드릴려구 핸드폰을 하나.. (꺼내 보여주며) 여기 스케쥴을 입력해두면 얘가 때 되면 알아서 알려주거든요..
혜옥 (신기한 듯) 어머.. 그럼 이젠 손바닥에 적구 안 그래도 되겠네요..
할아 (기쁜 듯) 이젠..서로 잊어먹고 못 만나고 그런 일은 없을겁니다..아, 혹시나 해서 1번만 꾸욱 누르시면 제 전화로 연결되게 저장해놨습니다..
혜옥 어머 정말요?(살짝 눌러보며) 이렇게요? 호호호..
혜옥, 부끄러워 배배 몸 꼬고.
그때 저 멀리 잡히는 부록 모습.
역시나 혜옥은 못 알아보고 자리가 차 있자
다시 아쉬운 듯 발걸음 돌린다.
씬13/ 방송국 로비(D/ENG)
서로 다른 문으로 방송국으로 들어서는
동직과 미자.
둘다 밤새 고민한 듯 다크서클 진해져서
터덜터덜 들어서다 서로를 발견하고
동/미 오빠.. / 어.. 미자야..
둘 로비 쇼파에 털썩 주저앉아 혼잣말.
미자 (한숨 쉬며 혼잣말) 그렇게 아껴주셨는데.. 그러는 게 아니지..
동직 (한숨 쉬며 혼잣말) 인정에 얽매여서 기회를 놓치는 건 말이 안되지..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다 다시 한숨 푹..
씬14/ 녹음실(D)
현우, 녹음실에 있는데
미자 (OFF) 네.. 죄송해요.. 네..
미자, 전화 끊고 녹음실로 들어서고
현우 (미자 안색보고) 밤새.. 고민한거야?..
미자 끄덕끄덕.
현우 그래서.. 결정은 했어?
미자 다시 끄덕끄덕.
현우,대답을 바라는 듯 미자 보고
미자 (마치 변명하듯 빠르게) 돈이나 그런 문제가 아니라 자기도 알다시피 나 원래 영화, 만화 더빙하는 거 제일 좋아하잖아~ 뭐 라디오 드라마가 나쁘단 게 아니라.. (하다 한숨 푹쉬고 힘없이) 자기.. 날 나쁘다고 생각하지 말아줘~ 나도 생각 많이 한 거야.. (고개 푹 숙이고)
현우, 다가와 고개 숙인 미자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현우 나쁘기는... 자기가 얼마나 착한데.. 다 알아..
미자 (힘 쭉 빠져 현우쪽으로 무너지듯 기대며) 하아..
현우 (미자 안고 머리 쓸어주며) 다.. 잘 될 꺼야..
미자, ‘나 정말.. 잘 한 걸까?’ 표정..
씬15/ 방송국 로비(D/ENG)
박피디와 악수하고 있는 동직.
박피 (동직 손 꼭 잡고) 고맙다.. 동직아..
동직 (씁쓸한 웃음) 별 말씀을요..그동안 감독님이 저한테 해주신 거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동직, 웃으면서도 ‘나, 정말 잘한걸까?’
라는 고민스런 얼굴이 언뜻 보인다.
씬16/ 동네일각(D/ENG) - 몽타쥬
/할아버지와 혜옥, 행복한 연인의 모습으로
사이좋게 아이스크림 먹고 폴라로이드 사진 찍으며
데이트 중이다.
/할아버지 대신 인형뽑기에서 인형 뽑아서
건네는 혜옥. 둘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는다.
씬17/ 헌책방 앞 + 안(D/ENG)
부록, 또 다시 헌책방 앞에 와 서있다.
역시나 아무도 없는 헌책방.
//부록, 이리저리 책을 펼쳐보다가
책을 다시 꽂으려다
부록 (책 옆구리를 보고) 이름들이..
부록, 다른 책들도 꺼내서 살펴보는데
하나같이 옆구리나 위쪽 등에 이름들이
적혀있다.
‘0307 박필구’ ‘창신고 3-5 김응호’..
부록 (책 다시 꽂으며 혼잣말) 깨끗해도 팔릴까 말까한데 이래 갖구 무슨..
부록, 이리저리 책을 뒤적거리는데
부록 연배정도의 한 남자 헌책방으로
들어선다.
부록, 휙 한번 시선을 줬다가 책 한권을
꺼내 휙휙 넘겨보고.
남자, 부록 옆쪽에서 책장을 눈으로 훑다가
남자 (부록이 손에 든 책을 보며) 제 책을 보고 계시네요..
부록, 뭔소린가 싶어 책 옆구리를 보는데
‘67002012 막강화학 강희섭’
남자 (온화하게 웃으며) 제가 강희섭입니다..
부록 (머쓱해져 책 내밀며) 이렇게 이름을 크게 적어놓으면 책이 어디 팔리겠습니까..허허..
남자 (책 받아들고 손으로 쓸어보며) 이건 파는 책이 아닙니다..
부록, 뭔소린가 싶어 보는데
남자 (눈으로 책장을 훑으며) 여기 있는 책들은 파는 책들이 아닙니다..
남자 잠깐 자기 책을 넘겨보다 책꽂이에
다시 꽂아놓고 의자를 가져다가
깜빡거리던 형광등을 새 걸로 교체한다.
잠깐 반짝거리다 환하게 들어오는 형광등.
남자 (손털고 의자에서 내려와 형광등 보며) 여기 책들은 다들 누군가의 가장 빛나던 시절을 함께했던 책들입니다.. 여긴 그런 책들이 모여있는 곳이지요.. 다들 초라하고 작아진 자신을 느낄때마다 여기와서 그때 책들을 꺼내보며 다시 힘을 얻고 돌아갑니다..아..그땐 이 책을 읽었었지..그런..
남자, 한구석에 놓인 걸레를 물에 적셔
구석구석 책장을 닦는다.
부록, 청소에 방해가 안되게 얼른 피해주고.
그때 눈에 들어오는 책 옆구리에 쓰여있는
이름들..
남자 (청소하며 담담히) 한달전에..아내를 떠나보냈습니다..아내 빈자리가 그렇게 큰지 몰랐어요..자식들도 다 떠나버린 집안에 혼자 덩그러니 있으려니..눈물도 안나는게..내가 자꾸만 작아지고 작아져서 나중엔 먼지가 될까 두렵습디다..여기와서 책 껴안고 참았던 울음을 다 울었습니다..그러고 나니까 정신이 드는 게..
부록, 이름이 쓰여진 책에 가만히 손을
갖다대는데
남자 (여전히 청소하며) 스스로 추스르고 일어서야 합니다..가족도..그 누구도.. 도와주지 못해요..
부록, 끄덕끄덕 거리며 손가락으로
이름들을 만져본다.
씬18/ 회의실(N)
미자, 혼자 자아분열 드라마 찍고 있다.
표정과 말투까지 바꿔가며..
미자 (애절하게) 어쩔수 없잖아..정말 좋은 기회라구..(비판조로 바뀌어) 그래서? 그렇게 은혜도 모르고 날뛰어서 성공하면 퍽이나 기쁘겠다..(애절) 아니야.. 내가 권피디님 은혜를 잊은게 아니라..(비판조) 차라리 성공을 원했다고 해~ 비겁한 변명이나 늘어놓으려..
그때 승태, 원준 들어서고 미자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조신하게 있고.
들어서는 선배 성우들 표정이 별로다.
승태 (자리에 앉으며) 미자 너..그러는거 아니다..
미자, 승태 보는데
승태 야, 권피디님 너 완전 애기때부터 돌봐주신 분이잖어..그런 분 부탁을..
미자, 고개 푹 숙이고
원준 (미자 감싸려) 야..미자라고 고민 안했겠냐..그만해라..
미자 (고개 푹 숙이고 E) 정말..쥐구멍이라도 있음 찾아 기어들어가고 싶다..
미자, 점점 고개 숙이다 탁자에 이마대고
가만히 한숨 푹.
씬19/ 남자원룸(N)
동직, 웃으며 전화받고 있고 지영 옆에서
째리고 있다.
동직 아유..제가 무슨 큰 일 한것도 아니구..박피디님이 하시는 일인데 제가 힘이 되는 일이 있음 도와드려야죠..하하하(하다 지영 눈치보고 진정하고) 네..그래야죠..네 알겠습니다..
동직 전화끊자마자 지영, 동직을 막 꼬집는다.
동직, 아파하고.
지영 (막 꼬집으며) 그래 의리가 밥 먹여준다디? 어?!!
지영, 계속 동직 꼬집어 댄다.
씬20/ 마당(N)
살곰살곰 마당으로 들어서는 혜옥.
할아버지가 준 핸드폰으로 통화 중이다.
혜옥 (소리죽여) 네..잘 들어왔어요..
할아 (F) 다행이네요..저기 내일은 좋은 공연이라도 한편 보죠..
혜옥 (몸 배배꼬며) 네..좋아요..
영옥 (OFF) 이젠 집도 못 찾아오나 싶었다 이것아!!
문 열려는 소리 나자 혜옥 황급히
혜옥 (소리죽여 다급히) 그럼 내일 뵈요.. 좋은 꿈.. 제꿈 꾸세요..
혜옥, 얼른 전화끊고 현관문 열자 안쪽에서
문 밀던 영옥 넘어질 뻔하고.
씬21/ 부록방(N)
우현, 이부자리 펴고 있는데 부록,
헌책 꾸러미를 낑낑대고 방으로 들고
들어온다.
우현 아 먼지나게~ 이불 다 새로 빨았단 말이예요~
부록, 대답없이 가위로 끈 끌러서
오래된 책들을 차례차례 펴본다.
우현 (짜증난) 진짜.. (이불 뒤집어쓰고 누워버리고)
부록, 책 옆구리에 적힌 학번들
차례차례 바라본다.
부록,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
씬22/ 할머니방(N)
할머니 셋 나란히 누워있는데 영숙과
혜옥 코 곤다.
잠시후 혜옥 눈 살짝 뜨고는 계속 코
고는 소리 내며 영옥과 영숙 잠들었나
확인하고.
(계속 코고는 소리내는 혜옥)
혜옥 슬쩍 일어나서 허리춤에 찬 핸드폰
열어보고
INS// 스케쥴 화면에 ‘00일 10시 공원’이
라고 뜨고.
혼자 킥킥대는 혜옥.
그리곤 주머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넘겨본다.
혜옥 (킥킥대며) 아..오늘 첫손주 얘기까지 했었구나..
발그레하며 좋아라하는 혜옥.
그때 뒤척거리는 영옥, 혜옥 얼른
코고는 소리 더 크게 내며 자리로
기어들어간다.
다음날
씬23/ 할머니 방(D)
혜옥, 허리에서 느껴지는 진동에 놀래서
혜옥 (놀라) 어머..이게 뭐야..뭐야..
하다 허리쪽 만져보고는 핸드폰
열어 보는데
INS// '오늘 10시 공원 약속!‘
혜옥 (그제서야) 아..맞다..
혜옥 얼른 일어나서 씻으러 나가려다
혜옥 그래.. 잊어먹을지 모르니까 (입고 나갈 옷에 핸드폰 넣고) 핸드폰 먼저 옷에 넣어놓구..
/화면전환
아까 핸드폰 넣어놓은 옷이랑 다른 옷
입고 거울앞에 선 혜옥.
혜옥 (만족한 듯) 됐다..(나가려다) 아..맞다..핸드폰..
탁자위에 놓인 영옥 핸드폰 들고 나가는
혜옥.
씬24/ 할아버지 집 앞(D/ENG) + 할머니 방(D)
할아버지 기분좋게 집을 나서려는데
며느리 얼른 따라나와 할아버지 잡는다.
며느 아니 어딜 가시게요.. 오늘 미국 가시기로 하셨잖아요..
할아 (깜빡)내가?
며느 (답답) 네에.. 첫 손주 보러 미국 가신다구 그렇게 들떠하셨잖아요.. 다른 건 제가 다 챙겼으니까 빨리 가세요 아버님~
할아 (안타까운) 저기.. 그거 담에 가면 안되냐?
며느 표 다 끊어놨는데 안되죠..
할아버지 어찌할바를 몰라하다가 얼른
전화걸어 보는데
/할머니 방
걸려진 혜옥 옷 주머니에서 진동하고
있는 핸드폰.
/할아버지 집 앞
할아버지, 슬픈 표정 지으며 며느리 따라가는
씬25/ 방송국 로비(D/ENG)
미자, 방송국 들어서다 저쪽에서 권피디가
오는게 보이자 어찌할바를 모른다.
미자, 숨어볼까 도망갈까 고민중..
권피 (먼저 다가와서) 최미자..
미자 (화들짝) 에?.. 아.. 안녕하세요.. (죽겠단 표정)
권피 (피식 웃고는) 나한테 미안해 할 필요 없어.
미자, 놀라서 보는데
권피 자네 잘 되는 게 나 잘되는 거지 뭐.. 좋은 기회 있으면 당연히 가야지.. 내가 그런 기회 못 만들어 주는 게 미안할 뿐이지 뭐..
미자 (너무 죄송한) 정말.. 죄송해요.. (고개 푹)
권피디, 따뜻한 눈길로 미자 보가다
권피 (흐뭇) 선배들한테 혼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잘돼서 이름 알리는 것 보니까 얼마나 대견한지.. (미자보고 씩 웃으며) 뭐 정 미안하면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든가..
미자 (눈물 그렁그렁) 정말.. 정말.. 나중에 더 크게 보답할께요..
권피 (툭툭 미자 치며) 진짜지? (웃어 보이고) 간다~
권피디 가고, 미자 권피디 뒷모습
보고 서있다가 손으로 눈물 훔치는데
불쑥 내미는 손수건. 현우다.
미자, 현우 손수건 받아 눈물 닦는데
현우 (권피디 사라진쪽 보며) 진짜.. 멋지시다.. 저 분..
미자 (울다 웃으며) 그지? 멋지지? (손수건 돌려주고)
현우 (끄덕) 응.. (하다 미자 보고 손수건으로 코 닦아주며) 으이구.. 지지.. 코 나왔네..
씬26/ 공원(D/ENG)
혜옥, 공원 벤치에서 꽤 오랫동안 할아버지를
기다린 듯 하다.
혜옥 혹시나 하는 생각에 1번을 길게 눌러본다.
/(부록 장소 안드러나게 부록 전화하는 얼굴만
타이트 샷)
부록 (놀란 듯) 네 어머님.. 아.. 이모? (사이) 왜 받냐뇨? 내 전화니까 내가 받죠..
/공원
혜옥, 당황한 듯 전화 끊어버리고
혜옥 (당황) 아니..이게 무슨 일이..(하다)
핸드폰 유심히 살펴보더니
혜옥, 이 사건의 배후를 알게된 듯
가늘게 떨리는 눈가. 아랫입술을
질끈 물고 천천히 일어선다.
혜옥 (절제된 분노) 언니...
씬27/ 헌책방 안(D/ENG)
부록, 끊어진 전화 바라보다가 품에서 헤세의
시집을 꺼내 책꽂이 빈 공간에 꽂는다.
부록, 조금 떨어져서 책장에 꽂힌 자신의 책을
바라본다.
부록 (입가에 웃음 띄우고) 신세 좀 지겠습니다..
부록, 환해진 얼굴로 윗도리를 벗고
소매를 걷어서 걸레를 빨아 책장을 닦고,
빗자루로 책방 앞길을 쓴다.
그리곤 양동이에 든 물을 앞길에 확
붓고는
부록 (웃음 띄우며) 개운하다...
부록, 한결 밝아진 표정.
씬28/ 거실(N/ENG)
영옥, 영숙, 우현 TV보고 있는데
서늘한 눈매로 들어서는 혜옥.
아무말 없이 영옥 옆에 앉아 영옥을 째린다.
영옥 (흘깃) 무신 광어랑 놀다왔냐? (하다 살짝 걱정스러운 듯 소리죽여) 저기 사돈.. 뺀찌 드링큰가 뭔가 그거하면 혹시 눈도 돌아가구 그런대?
혜옥 (한껏 억누른 분노로 떨리는 입술) 언니가.. 그 사람 만난거지.. 그지.. 대체 종호씨한테 뭐라고 한거야.. 무슨 짓을 했냐구!!!
영옥 (영문 모르고) 아 뭐가!!
혜옥 (이젠 울며) 도대체.. 흑흑.. 우리한테.. 왜 이러는거야.. 왜.. 흑흑.. 왜에에!!!
영숙, 영옥, 우현 어이없어서 바라보고
혜옥 서러워 울어댄다.
씬29/ 까페(N)
폭풍 전야처럼 조용히 술마시고 있는 지영과
지영, 눈치보며 오징어 찢고 있는 동직.
그때 들어서는 윤아와 정민.
동직 (얼른 윤아, 정민쪽으로 붙으며) 빨리 좀 오래니까..진짜..
정민 (지영 힐긋보고 동직에게) 왜 저래?
윤아 (피식 웃고) 왜 주말드라마 버리구 의리따라 옮겨간 그 미니시리즈..거기 대본이 바뀌어서 동직오빠 안 나온대잖아..
지영, 부르르 떨자 동직, 윤아한테
눈치주고
동직 아니야~ 1회에서 진짜 멋지게 죽게 해준다구(하다 지영 눈치보고 소리작아지며) 박피디님이 약속했단 말야..
윤아 (괜히 약올리듯) 듣자하니 미자는 자기 키워주신 피디님 버리구 딴데 가는데도 그 감독님이 더 못 돌봐줘서 미안하다 그러셨다던가 뭐래던가아~
지영 (비꼬는) 하긴 내가 감독이라도 제대로 머리 굴린 미자편을 들지.. 여기가 무슨 조폭 영화찍는데야? 의리찾게? (동직보며) 아유 동직씬 좋겠시다~ 의리 제대로 지키고 1회만에 제대로 죽게됐으니~
지영의 째림에 동직, 완전 주눅 들고
정민 (동직 도우려) 야 늬들이 잘 몰라서 그러는데 남자들 사회의 기본은 의리야~ 그리구 의리 지키는게 뭐 나쁜 거냐? 동직아! 괜찮아 괜찮아~
윤아 (떠보듯) 그럼 정민씬 나보다도 의리가 먼저야?
정민 (한치의 망설임없이) 당연하지!!
그말에 혼자 상처받은 듯한 윤아 표정.
F.O.
씬30/ 미자방 + 남자원룸(N) - 에필로그
F.I. 뒤척거리고 있는 미자.
미자 (편안한 표정) 그래.. 다 잘 될꺼야..
/남자원룸
동직, 역시나 뒤척거리고 있다.
동직 (체념 혼잣말) 그래.. 잘 한 거야..
미자와 동직 화면 둘로 분할되면
그래도 불편한 감정이 남은 듯
웅크리고 자는 미자와
결과는 어찌됐건 마음만은 편한 듯
대자로 누워 코 골며 자는 동직 모습에서. F.O.